: 신앙이 있으세요?
▮IB에 대한 한 줄 설명
들어가기 앞서 IB의 뜻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제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생의 비판적 사고·탐구·소통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 과정이다.
▮도전을 마주하는 방법: 행동하기, 기록하기, 성찰하기, 그리고 기도하기
교사로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며 여러 가지의 고민과 어려움을 마주할 것이고, 그리고 그걸 어떻게든 헤쳐가려 애를 쓸 것이고, 그리고 되돌아 볼 것이고, 무엇보다 매일 같이 기도가 필요할 것이다.
그 일련의 과정 언제라도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대하며 앞으로의 도전기를 기억이라는 불완전한 공간보다는 플랫폼이라는 조금은 더 안전한 공간에 저장해 두려 한다.
‘IB를 배우며 나를 찾는 시간’이라는 새 매거진을 만들어 차근차근 정리를 해볼 생각이다.
▮IB 업무 담당자 하기로 함.
사실, IB 업무 담당자로 지목된 것은 내가 애초에 자처한 일이다. 현재 근무하는 학교로 지원하면서 IB관련 업무를 하겠노라고 자원을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IB 업무는 내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학교에서는 하루빨리 IB 담당자를 정하고 싶은 모양이다. 2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 남짓 지났을 무렵 금요일 오후, 학교장 선생님께서 나에게 직접적으로 의사를 물어보셨다. 애초에 결심한 부분이기에, 고민을 길게 하지 않고 수락을 했다. 다가올 월요일로 일정이 잡힌 교직원 회의에서 IB 담당자로 나의 이름이 밝혀질 예정이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소감 한마디를 하라고 조언하셨다. 아는 것도 없는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라며 일축했지만, 퇴근길 생각해보니 이번 기회에 나의 속마음을 터놓는 게 앞으로 배움을 함께 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금요일 퇴근하며 곧장 자리에 앉아 나의 진짜 속마음을 적어 내려갔다. 듣기에 좋은 호언장담보다 진솔한 내 마음과 나의 생각을 나누는 게 훨씬 더 의미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IB 교육과정이라는 새로운 사항을 함께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IB 담당 교사로 지목된 소감문 (2025.09.29.)
이 시간 이후 제가 여러분에게 기피 대상 1호로 될 위험이 상당할 것 같아 그전에 저의 솔직한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무모한 도전을 한 사람입니다. 마흔에 남편, 두 아이와 함께 미국 유학을 5년간 다녀왔습니다. 비싼 학비를 내가며 그야말로 고생을 사서 했습니다. 아이의 교육, 나 자신의 도전, 희망, 삶의 의미, 남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 이런 것이 그 세월의 배움이후 제가 현재 가지게 된 삶의 키워드입니다.
미국 살이 5년차 될 무렵, 두 아이가 미국 문화에 더 익숙해지기 전에,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더 흔들리기 전에 오롯한 대한민국의 아이로 키워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영주권도 포기하고 귀국을 결심했습니다.
제가 돌아온 곳은 예전의 그곳이지만, 새로운 눈으로 우리의 교육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시대에 살아가는 미국과 한국의 학생들의 모습은 너무 확연히 달랐습니다.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보낸 저의 둘째, 아들은 거의 매일 잔디밭에서 풋볼을 하며 뛰어 놀았고 친구들과 들판을 달리며 야생마같은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그런 아들은 귀국 후 순한 말로 변화를 강요받는 우리나라의 교육을 너무나도 못 견뎌 했습니다. 하지만 차츰 아들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서서히 순한 말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바라보며 교사로서 엄마로서 많은 감정이 들었습니다. 비록 제 아이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앞으로의 세대를 위한 선택이 우리 손에 달려있다고 한다면, 저는 단연코 야생마를 순한말로 길들이는 곳으로 아이를 몰아넣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IB 교육과정이 그런 에너지와 열정을 품은 아이를 만들어 낸다는 말씀을 드리려 하는 건 아닙니다. 저도 아직은 IB 교육과정이 우리 학생들에게 어떤 걸 가져다 줄지,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 어떻게 작동할지, 우리 학교에 어떻게 실현될 지 저도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적어도 앞으로의 세대를 교육하는 우리가, 또는 한 아이의 엄마 혹은 아빠인 우리가, 좀 더 고민을 해서 더 나은 교육 환경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서로 연대하여 연구를 해보는 건 어떨까하고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고등학교로 전입한 저는 사실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5년간 타국 생활 덕분에 낯선 배움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귀국 후 저는 남은 10여년의 교직 기간동안 어떤 방향으로 제가 나아갈지 꽤 오래 궁리를 했었습니다. 저마다의 역량에 따라 희망하는 바도 다르겠지만, 저는 아무래도 남들이 많이 가는 길보다 그렇지 않은 길에 더 매력을 느끼는 “고생을 사서할 사람”인 듯 합니다. 저의 경험치가 의미있게 쓰일 수 있으면 좋겠고, 그게 우리 앞으로의 세대를 위한 길에 쓰인다면 그건 참 멋진 일일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게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길이라 하더라도 한번 발걸음을 떼어 볼 생각입니다.
아프리카 속담 중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저는 저 멀리를 보며 가려합니다. 가능하면 저는 혼자가 아니라 보다 많은 멋진 친구들과 같이 여행을 떠나보고 싶습니다. 여행은 정말 고생스럽지만 그 자체로 의미있고 많은 배움이 생긴다고 확신합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기피 대상1호가 되지 않고 함께 손을 잡고 풀이 무성한 길을 같이 걸어갈 친구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이 전해졌을까?
워낙 표현에 서툰 지역이다. 게다가 교사들은 자기 표현에 아주 인색한 공동체이다. 그런 상황이라 나의 일방적인 소감 발표를 듣고 이렇다할 반응이나 피드백을 주시는 분이 거의 없었다. 내 ‘진심’이 전해지긴 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신앙이 있으세요?
거의 세달이 지난 오늘 쉬는 시간 복도에서 한 동료 선생님께서 나에게 대뜸 물으신다, 학교가 커서 교직원끼리 서로 통성명을 다 하고 지내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내가 성함도 모르는 한 선생님께서 나에게 다가오시며 물으신다.
‘선생님, 혹시 신앙이 있으세요?’
분주한 도시 한 가운데서 받았다면 빠른 걸음으로 그 상대를 피해 도망가야 할 위험한 질문이다.
하지만, 그 선생님께서 뒤 이어 하신 말씀을 듣고는 오히려 감사함이 절로 생겼다.
“선생님, 지난번 선생님께서 나누신 소감을 들으니, 선생님께서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계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신앙인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라며 나에게 너무 힘이 되는 말씀을 해주셨다.
‘하나님을 믿고 도전을 마주하겠노라’는 나의 속마음이 겉으로 표시가 났다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으랴?
본격적인 업무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배워야 할 새로운 것들은 이미 내 눈앞에 줄서있다.
이런 저런 새로운 배움 과정에 대해서도 앞으로 기록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