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와 호랑이
사람 참 좋아 보이는 705호 주인은 호랑이를 키운다. 하루에 두세 번 산책을 다녀오는 것 같다. 이 호랑이는 다른 사람에게 으르렁 거리거나 달려드려는 기색을 보인적은 없다. 하지만 12층에 사는 나는 가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산책 가는 호랑이를 만나는 날에는 그 공포와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길이나 아파트 입구에서 만나지 않기를 바라며 일상생활 속에 공포와 압박감에 시달린다.
개가 돼지나 소 여우 코뿔소 사자 토끼 쥐 뱀 등등의 다른 동물들과 다름이 없이 그저 동물의 한 개채로만 여겨지는 나에게는 공포감을 주는 맹견들이, 어떤 이들에게 처럼 특별한 "개"과로 여겨지지 않는다.
유사시에 내가 제어할 수 없을 만큼의 공격성과 그 능력을 가졌고 그래서 그로 인한 공포감을 내가 느낀다면 그런 "동물"들은 그 종과를 구분 지을 필요 없이 나에게는 저 호랑이와 같은 "맹수"일 뿐이다.
아마존이나 사파리 한가운데에서 아나콘다나 악어 코요테 늑대 사자를 보기 싫다고는 하지 않는다.
내가 다니는 길, 신호등, 집으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 내 차가 있는 주차장, 공원, 슈퍼 앞에서는 "주인에게 잘 길들여진 맹수"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
나의 안전은 내가 스스로 보장할 수 없는 그 주인의 팔힘, 절대 끊어지거나 놓치지 않는다고 믿어야 할 목줄과, 또 절대 어떠한 경우에도 이빨이 통과하지 않을 재질의 입마개와, 그리고 또다시 어떤 상황에도 절대 벗겨지지 않아야만 하는 입마개에 달려있다. 그것도 오늘 주인분께서 입마개를 잊지 않으셨어야 시작할 수 있는 걱정이다.
'아! 항상 잘 채우시지. 그런데.. 오늘 뒤에 버클은 꽉 조이셨을까.. 뒤에 부품 갈 때 되지 않았을까....'
'아아!! 어차피 그 집 개는 절대 안 물지'
누군가에겐 개인가? 누군가에게는 맹수이다.
누군가는 맹견을 키우고 싶은가? 누군가는 내가 사는 곳에서 언제 내가 물려서 크게 다치는 건 아닐까 혹은 뜯겨 죽을까 생각하면서 마음 졸이는 공포가 싫다, 단지 무서워서 길을 돌아가고, 먼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엘리베이터를 중간에 내리고, 코너를 돌다가 깜짝깜짝 놀라며 그렇게 무섭고 싶지 않다. 그냥.. 무섭고 싶지 않다.
당신은 맹견이지만 개라서 안 무서운가? 누군가는 맹견이지만 맹수라서 무섭다.
참 어려웠을 텐데 저 창밖으로 705호 주인은 자신의 가족이며 잘 통제할 수 있는 호랑이와 함께 여러 마음을 지녔을 사람들 사이를 오늘도 지나간다.
아빠가 데리러 간 6살 딸내미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이다. 오는 길에 안 마주치고 잘 왔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집에서 쥐가 나오는데 우리 남편은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침대 위로 올라가 펄쩍펄쩍 뛰는지 이해가 안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