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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시장은 광주국제공항으로 승부하라

무안 이전은 답이 아니다

by 배훈천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질책, 차기 지방선거 겨냥한 친명계 ‘물갈이론’?


이재명 대통령의 광주 타운홀 미팅이 연일 논란이다. 특히 이날 대통령이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에게 날 선 지적을 가한 장면은, 차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명계 현직을 견제하고 친명계 인사로 교체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타운홀 미팅 후 진행된 남도일보 여론조사에서 강기정 시장에 대한 부정평가는 52.5%를 기록했다. 지방 언론사 합동으로 진행된 차기 단체장 선호도 조사에서도 강 시장의 지지율은 22%에 그친 반면, 친명계인 민형배 의원은 30%로 오차범위 밖의 우위를 보였다.


■ 민형배의 반개발 철학, 광주에 적합한가


민형배 의원은 ‘검수완박’을 위해 탈당이라는 편법을 감행하며 전국적 인지도를 얻은 강성 친명계 인사다. 그러나 더 우려되는 것은 그가 전형적인 조선 사대부식 ‘반개발주의자’라는 점이다. 그는 광산구청장 재임 시절 홈플러스 입점을 저지한 것을 스스로 대표 치적으로 내세운다. 과거 도시철도 2호선 건설과 복합쇼핑몰 유치 등 주요 개발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광주가 발전에 연연하지 않고, 조선시대 두레와 향약처럼 소박한 공동체로 남아야 한다는 그의 이상주의는 현실과 동떨어진 전근대적 사고이다.

만약 그가 시장이 되어 '조선스러운 대동사회'를 구현하겠다는 이상 아래 시정을 운영한다면, 청년들은 광주를 등질 수밖에 없다. 결국 남는 것은 노인과 한방 요양병원뿐인 도시가 될 것이다.


민형배2호선중단_민형배블로그.jpg 2018년, 민형배 당시 광산구청장은 도시철도 2호선 반대 시민모임과 함께 1인 시위를 벌였다./사진 출처=민형배 블로그


■강기정 시장의 노선 부재, 무안공항 이전의 허상


이런 상황에서 강기정 시장은 광주공항 문제에서 자신만의 실용적인 노선을 명확히 하지 못한 채 분위기에 휩쓸려 따라가다가 이번 타운홀미팅에서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당했다.

강기정 시장이 시민들로부터 가장 큰 지지를 받았던 정책은, 민형배류 반(反) 개발론자들과의 노선을 분명히 달리하며 추진한 복합쇼핑몰 유치였다. 이제 그는 광주공항 문제에 있어서도, 공항 이전만이 최선이라는 일방적 프레임을 조장하는 세력과 명확히 선을 긋고, 광주의 미래를 위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재선의 문이 열린다.

광주시가 ‘국가 주도 TF 구성’을 마치 치적인 양 홍보하는 것은 실책이다. 지역 간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중앙정부에 떠넘긴 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지, 자랑할 사안이 아니다. 이제 강기정 시장은 현실을 직시하고, 광주공항 이전이 과연 타당한 선택인지 근본적인 질문부터 다시 던져야 한다.

무안 이전이 왜 불가한지는 다음 세 가지 이유만 봐도 충분하다.

첫째, 무안공항으로의 군공항 이전은 결코 쉽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무안은 최근 10여 년간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성장 지역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역에 소음과 안전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군공항을 억지로 밀어 넣겠다는 발상은, 전남 전체의 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조치다.

둘째, 2024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무안공항의 치명적인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무안공항은 철새도래지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위험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공항으로 꼽힌다. 지형적 제약과 안전 문제 외에도, 무안은 접근성 면에서도 중대한 약점을 안고 있다. 광주 시민은 물론이고, 전주를 비롯한 전북도민과 여수·순천·광양 등 남해안권 주민들까지도 무안공항보다 광주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리하다. 이러한 입지 조건을 무시한 채 무안공항을 '서남권 관문공항'이라 주장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허상에 불과하다.

셋째, 광주공항 부지에 산업시설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낮다. 광주에는 이미 11개의 산업단지가 조성돼 있고, 최근 조성된 첨단과학산단의 분양률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부지 확보만으로는 기업 유치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금호타이어 화재 사건은 대규모 산업시설이 도심에 위치할 경우 안전과 환경 측면에서 시민 삶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산업시설을 반드시 시내에 유치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광주가 교통과 생활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강화한다면 산업은 인근 도시로 분산되는 편이 장기적 발전에 더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공항 부지에는 산업시설을 포함해 1조 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실현할 구체적 계획이나 유치 전략조차 없다. 이대로라면 무안에는 막대한 지원금만 퍼주고, 광주공항 자리는 또다시 아파트로 채워지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호남의 서울’ 광주, 중심 기능을 지켜야 미래가 있다


광주공항은 무조건 이전해야 할 '이전 대상'이 아니라, '전략 자산'이며, 지금이야말로 국제공항으로 확대 발전시킬 절호의 기회다. 광주공항은 이미 일본·중국·동남아 등 국제선 정기 편 운항 경험을 갖췄고, 지금도 국제선 임시 취항 준비가 착착 진행 중이다. 무안공항과 달리 접근성과 수요, 인프라 면에서 그 가능성이 충분히 현실적이다.

광주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호남의 서울’이어야 생존할 수 있다. 쇼핑, 관광, 의료, 문화, 교육, 교통 등 모든 분야에서 호남을 아우르는 중심도시가 되어야 광주의 미래가 열린다. 이 중심 역할에서 공항은 절대적 자산이다. 비록 현재 비행기 소음이 문제가 되지만, 주변 소멸지역이 자발적으로 군공항을 유치할 때까지 기다릴 여유를 가지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다.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이전한 후 금남로·충장로 등 구도심이 쇠퇴했던 쓰라린 경험을 기억해야 한다. 공항마저 1조 원이라는 큰돈을 들여 무안으로 보내버리면, 광주는 더 이상 '호남의 서울'이 아니라 주변 도시 중 하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칫 민형배의 꿈처럼 광주는 조선시대 농촌공동체로 되돌아갈지도 모른다. 광주공항 자리에 벼를 심고 모내기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 선택과 결단의 시간, 이제는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가 강기정 시장에게 이 같은 조언을 보내는 것은 개인적 호불호 때문이 아니다. 지금은 광주의 미래가 달린 중대한 갈림길 앞에 있기 때문이다. 민형배 의원을 비롯한 반개발 세력이 시정을 주도하게 되는 순간, 광주는 국제도시로의 도약의 기회를 놓치고, 다시는 회복하기 어려운 낙후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억강부약 대동사회’라는 조선시대식 향약 공동체를 오늘날의 도시 비전으로 착각하는 낡은 이상주의에 광주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그것은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아니라 외부와 단절된 고립이며, 자립이 아니라 경쟁에서의 도태를 의미할 뿐이다.

강기정 시장은 더 이상 눈치를 볼 때가 아니다. 실용과 발전이라는 분명한 노선을 천명하고, 광주의 도시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가 지금 결단하지 않는다면, 광주는 쇠퇴하고 시민은 떠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광주는 다시 성장의 궤도로 진입할 것이며, 그의 정치적 미래 또한 새롭게 열릴 것이다.


이제 선택은 강기정 시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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