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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하마 Nov 13. 2024

특수교육대학원의 추억-2

학교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었던 대학원 공부

특수교육대학원에서의 수업 내용과 캠퍼스 생활은 학부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부 시절 정말 재밌게 지냈던 나는 대학원도 즐거웠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대학원에 다녔던 동기 언니는, 학부랑 다를 게 없어 학비가 아깝다며 그만두었다.

물론 언니의 말이 맞았다. 수업과 교재의 내용은 학부 때와 비슷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의미있었다. 


  대학시절 내내, 그리고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도 매우 열심히 특수교육학을 공부했다. 그런데 열심히 배웠던 교수적 수정이나 행동지원방법들이 현장에서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대학교 졸업반 학생이다가 갑자기 신규 선생님이 돼버린 스물 네살 때, 정신 없는 와중 주먹구구식으로 수업하고 학생들을 지도할 때마다 무기력감에 빠졌다. 하지만 대학원에 다니자 달라졌다. 특수학급 시스템과 업무에 전년도보다 적응도 했겠다 대학원 수업 에서 다룬 교수법들을 실천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행동지원 방법을 적용하자 실제 학생들의 수업 및 학교 생활 태도가 많이 개선됐다. 


  수업하기가 너무 어렵던 시각중복장애학생 M이 있었다. 글자를 아는 학생들은 질문에 답을 쓰고, 글자를 모르는 학생도 지문에 나온 단어를 따라 쓰며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M은 학습지를 만지기도 어려워했다. 앞이 잘 안보이니 책상을 두들겼고 이상한 소리를 내곤 했다. 그런 M과의 수업방식에 고민하던 시기에 대학원 수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M에게는 아예 학습지를 주지 않고 지문에 나온 '나뭇잎'을 출근길에 주워 와 실제로 만지게 했다. M이 "나뭇잎이다!"라고 말하자마자 "그래, 나뭇잎이야. 나뭇잎을 만지니 어떤 느낌이니?"하며 계속 질문했다. 친구들이 학습지를 하는 동안 M는 말하기 활동을 했다. 친구들이 학습지를 발표하는 동안 M은 말하기 활동한 것을 그대로 발표했다. 수업 참여도가 높아지자 M은 책상을 두들기지도 않았고, 이상한 소리는 커녕 나의 질문에 볼이 빨갛게 상기된 채로 열심히 대답했다. 가끔 버거웠던 M이 점점 귀엽게 느껴졌다. 


  본인이 내키지 않는 활동에는 고집불통으로 안 따르던 H군도 많이 변했다. 대학원 수업 때 배운 '행동계약법' 절차에 따라 H가 매일 지켜야 할 일을 계약서에 쓰고 함께 사인했다. 한 달 간 매일 도장을 찍으면 마지막 날 보상으로 시내에 함께 나가 햄버거를 먹고 오기로 했다. 집안 형편이 어렵고 시내와 아주 먼 곳에 살던 학생이었다. 시내에 다가고 싶어도 평소에 잘 못 나가던 학생이었는지라 이 보상이 아주 잘 먹혔다. 매 달 행동계약서를 작성했고 학년이 끝날 때 쯤 H군은 180도 변해 있었다. 그 이후 의젓한 태도로 학교생활을 한 H는 고등학교 졸업 후 멋진 우체국 직원이 되었다. 


   물론 M과 H는 일부의 사례이며 대학원을 다닌 이후 교육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던 것은 아니다. 매 년 곤란한 일이 생기고 힘든 학생들을 만나 좌절한 적도 많았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확실히, 대학원 이전에는 대부분의 학생을 주먹구구식으로 지도하였다면 이후에는 특수교육학 이론을 기반으로 지도하고자 노력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대학원 다니기 이전에는 더 많이 부족했던 내가 조금 덜 부족해진 것도 하나의 성장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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