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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혜 Aug 24. 2024

슬픔으로부터 벗어나기

비겁하게 고립을 택하다

중증 우울증 판정을 받은 지도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슬픔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다. 나를 짓누르던 기자 일을 그만뒀고, 뭐가 됐건 행복하기만 하자고 다짐했다. 난 무얼 하면 행복할까? 내가 추구하는 인생은 뭘까 등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아쉽게도 지금까지 그 무엇 하나 해답을 얻지 못했다.


다양한 형태의 슬픔이 나를 덮쳐왔다. 막상 일을 그만두니 부모님께 너무나 죄송했다. 나이 30에 아직까지 자리도 못잡고 부모님께 걱정거리가 된 나. 멋진 딸이 되고 싶었는데...


또 다른 슬픔은 역시나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간다는 거였다. 회사를 그만둔 뒤 한동안 외출을 하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제일 컸고, 혼자 휴식을 취하고 싶기도 했다. 내 시간은 멈췄는데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돌아갔다. 출퇴근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씁쓸하기도 했다. 다들 세상에 맞춰 움직이는데 나만 멈춘 것 같아서.


가장 큰 슬픔은 역시 우울이었다. 하늘로 떠난 언니의 2주기, 납골당에서 한 말은 "인생 참 덧없다"였다. 그 덧없음이 나를 가장 힘들게 한다. 어차피 끝날텐데 왜 아등바등 살아야 할까. 주어진 하루하루라도 열심히 살아보자고 다짐해봐도 무너지기 일쑤였다.


슬픔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고립을 택했다. 안 좋은 길인 걸 알지만 비겁하게 숨어버렸다. 이 슬픔을 뚫고 가기 위한 준비가 아직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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