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테헤란 김유정 변호사입니다.
스토킹합의서를 찾는 분들은 대체로 두 가지 마음이 겹쳐요.
한쪽엔 “이제 그만 끝내고 싶다”가 있고, 다른 한쪽엔 “다시 연락 오면 어쩌지”가 있죠.
그래서 검색어가 ‘고소’가 아니라 ‘합의서’로 먼저 찍히는 겁니다.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에요.
다만 스토킹 사건에서 합의서는 ‘감정 정리’만을 위한 종이가 아니죠.
문장 하나가 수사와 재판에서 의미를 갖고, 이후 안전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1. 스토킹합의서, 고소 전 합의가 조심스러운 이유
“그 사람도 반성하는 것 같고, 그냥 끝내고 싶어요.”
현장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죠.
하지만 스토킹합의서는 사과문과 성격이 다릅니다.
형사절차에서는 ‘피해 회복’의 자료로 취급될 수 있고, 가해자 쪽은 이를 근거로 양형을 주장하려고 해요.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죠.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예전처럼 피해 의사로 사건이 멈추는 구조가 아닙니다.
2024년 1월 12일 시행 개정에서 반의사불벌 관련 조항이 정비되면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가 곧바로 종결로 이어진다고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합의서만 쓰면 끝난다”는 전제에 기대어 움직이면, 이후 단계에서 당황할 장면이 생기죠.
합의 후에도 연락이 이어지면요?
그때는 ‘이미 용서했다’는 문장이 가해자 방패로 쓰일 여지가 생깁니다.
이 지점에서 질문이 남죠.
지금 작성하려는 문장이, 앞으로의 안전을 담보하는 문장인가요, 아니면 상대의 감형 논리에 힘을 싣는 문장인가요.
2. 고소 전 합의, 안전을 담보하려면 확인해야 할 기준
고소 전 합의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절차의 문제예요.
핵심은 “상대의 말”이 아니라 “객관 자료와 재발 차단 장치”죠.
실무에서 제가 먼저 보는 건 네 축입니다.
첫째, 범행을 인정하는 태도인지, 말을 바꾸거나 책임을 피해 가는 표현이 섞이는지 봅니다.
둘째, 문자·메신저·통화기록·녹취·CCTV·택배 내역 같은 자료가 어느 정도 정리돼 있는지 확인합니다.
셋째, 연락·접근을 끊겠다는 의사가 ‘말’에 머무는지, 실제 행동으로 바뀌는지 봐요.
넷째, 합의금이 단순한 체면치레가 아니라 이사비·치료비·업무상 손실 등 회복과 연동되는 제안인지 따집니다.
이 네 축 중 하나라도 비면, 합의서가 안전장치가 아니라 위험요인이 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번 더 물어야겠죠.
지금 확보된 자료로, 합의가 흔들릴 때도 버틸 수 있나요.
3. 스토킹합의서에 들어가야 할 핵심 조항과 실제 사례
합의서까지 가기로 했다면, 문구는 ‘다시 못 오게 하는 장치’여야 해요.
저는 초안에서 보통 다음 요소를 한 덩어리로 묶어 설계합니다.
자필 사과의 형식과 제출 방식, 향후 연락·접근 금지의 범위(전화·메신저·직장·주거지 포함), 비밀유지의 대상과 위반 시 책임, 합의금의 지급 시기와 방법을 한 번에 고정하는 방식이죠.
특히 분할 지급은 위험이 큽니다.
미지급이 생기면 다시 접촉이 시작되고, 그때부터 협상은 ‘안전’이 아니라 ‘지급 독촉’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금액을 조정하더라도 일시금 조건을 강하게 두는 방향이 사건 안정에 맞는 경우가 있어요.
실제 사례를 하나 보죠.
30대 직장인 A씨는 지인에게서 반복 연락과 찾아옴, 원치 않는 선물 제공이 이어졌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답을 피하자 직장 근처와 집 앞까지 접근이 이어졌죠.
A씨가 신고를 고민하던 시점에 상대는 “미안하다, 고소 전에 좋게 끝내자”고 합의서를 제안했습니다.
겉으로는 사과였지만, 대화 속에는 “좋아서 한 일”이라는 자기합리화가 남아 있었고요.
이 상황에서 A씨가 스스로 합의를 진행했다면, 합의서 문장 하나가 역으로 쟁점이 될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연락금지 의사를 분명히 통지하고, 이후 합의서에 접근·연락 금지, 위반 시 형사절차 전환, 합의금 일시 지급을 조건으로 고정했습니다.
치료비와 이사비 등 실손을 근거로 협상 범위를 정리했고, 상대가 분할을 요구했을 때는 “미이행 시 바로 절차로 간다”는 조항으로 지급방식을 일시금으로 돌렸죠.
스토킹범죄 처벌 조항 자체도 함께 확인해 두면 협상 프레임이 달라집니다.
스토킹범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이 기본이고,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이용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까지 올라갑니다.
이 사건에서 A씨는 합의 직후 추가 접근 없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질문이 남죠.
합의서가 ‘사과를 받는 종이’로 끝났다면,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요.
스토킹합의서는 작성 순간보다, 작성 뒤의 시간이 문제예요.
문구가 느슨하면 연락이 재개되고, 문구가 모호하면 다툼이 생기고, 문구가 과하면 역공 프레임이 들어옵니다.
또 하나 짚고 가야 합니다.
현행 제도는 피해 의사만으로 사건이 정리된다고 기대하기 어렵고, 절차는 진행될 수 있어요.
그래서 ‘고소 전 합의’라는 선택지를 잡더라도, 기준과 조항을 먼저 세워야 합니다.
방향이 엇갈리면 피해자 여러분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커집니다.
지금도 연락이 이어지거나, 합의 제안이 불안하게 느껴진다면, 신속히 도움 요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