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답을 늦추는 교육에 대하여
2026년에 내가 준비하고 있는 수업은
AI를 더 잘 쓰게 만드는 수업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이 수업에서 중심에 두고 싶은 것은
도구의 숙련도가 아니라
언제 멈추고, 언제 만들지 않아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과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함께 붙잡으려 한다.
언제 AI를 쓰지 말아야 하는가
어떤 단계에서는 왜 시각화를 미뤄야 하는가
결과보다 질문을 오래 붙잡아야 하는 순간은 언제인가
이 질문들을
수업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에 두려 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다시 떠오른 개념이
사변디자인(speculative design)이었다.
사변디자인은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디자인이 아니다.
지금 당장 작동하는 결과보다
“만약 그렇다면?”이라는 질문을 먼저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이 만들어낼 세계를
의도적으로 펼쳐 보인다.
사변디자인의 결과물은
사용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판단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점이
AI 시대의 교육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AI는 너무 쉽게 답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교육은 더더욱
답을 늦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
2026년 수업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려 한다.
“지금은 아직 만들 시간이 아니다.”
“먼저, 어떤 가정을 다루고 있는지부터 말해보자.”
“이 질문은 누구에게 던져지는가.”
이 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완성도가 아니다.
질문이 분명한가
세계관이 일관적인가
이 결과가 판단을 요구하는가
사변디자인은
이 기준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틀이다.
그래서 나는
사변디자인을 하나의 ‘장르’로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구조로 수업 안에 들여오려 한다.
AI 시대의 디자인 교육은
더 많은 결과를 만들게 하는 방향으로는
이미 충분히 발전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결과를 늦추고,
질문을 오래 붙잡고,
판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견디게 하는 교육이다.
사변적 질문을 가르치는 수업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학생이 스스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사고의 조건을 만들어준다.
2026년에 내가 준비하고 있는 수업은
바로 그 조건을 설계하는 수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