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심심해서 아무도 듣지 않는 빈 공간을 향해 타잔처럼 소리를 질러본다.
“아아~아~, 아아아~아~“
되돌아오는 메아리가 없다.
분명 벽을 튕겨서 나오는 소리도 있으련만 입을 다물자마자 소리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호, 심심하다.
괜히 테디를 불러본다.
“야, 테디. 너 심심하지!”
공을 찾아서 엄지와 인지로 공을 잡고 바닥에 살살 굴린다.
테디가 관심을 갖고 덤벼들고 움직일 때마다 손가락 사이로 공에 입질을 한다.
이번엔 공을 던지고 테디가 물고 온다.
아래층으로 던지고 화장실 문뒤에 숨고 테디가 찾아내면 공을 다시 던지고 손님방 침대 뒤에 숨는다.
한참을 놀다가 또 심심하다.
이번엔 캣타워에서 잠자고 있는 레오를 깨우러 간다.
예민한 애미나이라 조심조심 다가간다.
발걸음을 사뿐히 사뿐히 하며 접근하는데 테디가 뒤따라오며 짤랑거리는 소리를 내어 레오가 깼다.
아효, 테디 때문에 산통이 깨졌다.
다시 소리를 내본다.
마치 음악시간에 노래하기 전에 목을 풀듯이 소리를 낸다.
“아아 아아 아”
“미” 정도의 중간음부터 시작해서 ’ 미파솔파미‘ 로 불러본다.
메아리는 들리지 않는다.
미친 사람 같지만 혼자 있으니 해보는 거다.
이러다 미치지는 않겠지?
역시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닌가 보다.
다시 일하려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확인한다.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고 예상 결과와 맞는지 확인하고 이메일이나 챗 연락이 있었는지도 확인한다.
또 다른 조건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무래도 ADHD 가 도졌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