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중독 탈출기 1

by Joon

나는 심각한 인터넷 중독자였다. 스마트폰을 보다가 밤을 새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고, 연속해서 밤을 새운 적도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이제는 별로 관심이 없어져버린 주제인데도, 나는 계속해서 다른 정보, 다른 영상을 클릭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나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했다. 아무런 팟캐스트도, 유튜브 비디오도 들리지 않는 그 침묵이 두려웠다.

너무 오랫동안 혼자가 익숙해서일까?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타지에서, 내가 벌였던 실수와 나의 부족한 능력에 대해서, 현실을 잊어보고자 더욱 인터넷과 디지털 세계에 빠져든 것일까?


왜 식당 하나를 선택할 때도 우리는 인터넷에서 모든 리뷰를 비교하고 검색해서 가야 하고, 의리 말하는 '최적화', '틀리면 안 돼'는 생각을 하는 걸까? 아무 곳이나 들어갔는데 우연히 정말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어디로 간 걸까? 식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수록 실망도 커지는 법. 얼마나 많이 맛집이라고 하는 곳을 방문했다가 뾰쪼록한 표정으로 가게를 나왔던가.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에, 혹은 실패의 비용이 아까워서 인생의 모든 경험을 최적화하려고 한다. 무언가를 살 때도, 경험할 때도, 심지어 지금하고 있는 연애 관계가 어떤지도 남들의 상황과 의견에 빗대어 나의 상황을 판단하고자 한다. '지금의 연애가 건강하지 않다는 5가지 레드 플래그 신호'와 같은 기사를 읽고 지금 내 관계에서 이러한 레드 플래그의 신호는 무엇이 있나 끼워 맞추게 되고, 스스로 불행의 모형틀 안에 자신의 인생을 끼워 맞추곤 한다. 가장 친밀해야 할 상대방과 진정으로 소통하기보다는 남들의 정체 모를 기사, 의견을 통해서 상대방을 평가하는 식이다. 나 역시 이러한 삶을 살았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 항상 온라인에 검색해 관련 정보는 모조리 소비하였으며 그로 인해 인생의 최적화 길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실패 없는 삶에 대한 열망. 특히 인터넷, 스마트폰 사회에 들어오면서 검색 하나로 손쉽게 정보를 얻게 되면서, 경험하고 직접 부딪혀보는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했고 항상 먼저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삶을 추구하게 만들었다.


세상의 모든 정보, 지식을 습득하기 전에 직접 실행에 옮기지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적 태도가 생각의 과잉(Overthinking), 자아 속으로의 잠식, 가식, 비밀 등으로 이어졌고, 나는 점점 나 자신을 숨기기 시작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스마트폰에서 시작했다고 보는데, 우리는 우리의 검색기록을 타인과 공유할 수 없고, 온라인 속의 모든 활동은 그 누구도 알면 안 되는 비밀이 되어간다.


미국에 온 지도 4년 차. 아무것도 없는 미국 시골 마을에 처음 박사과정을 시작하러 왔을 때 전기 설치부터 조명, 커튼, 와이파이, 주민등록증까지 모든 것을 혼자서 알아보고 처리해야 했다. 그때마다 나는 유튜브 비디오, 인터넷 검색 등을 이용하여 업무들을 처리하곤 했다. 미국에 아무런 연고도 없던 나로서는 손쉽게 손가락으로 타자만 치면 해결방법을 발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느꼈다. (그러나 사실 몇 십 년 전 이렇게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에도 사람들은 알음알음 타국에 잘 정착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 획득이 "Must"가 된 것은 비교적 최근. 없이도 잘 살았는데 왜 오늘날 우리는 없으면 못 산다고 생각할까.)


그러나 언어장벽을 비롯해 일상생활 속에서 받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는 나를 더욱더 온라인 세계에 빠져들게 했고, 특히 나는 무엇보다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샌가 책은커녕, 문장 한 줄도 읽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소한 실패는 스스로에 대한 기시감과 혐오를 불러일으켰다. 아무리 '처음이니까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 정당화하려고 해 봐도 패배의식은 알음알음 쌓여만 갔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이를 의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이를 인정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나 자신을 인정하기 싫어서, 아무것도 안 하고 혼자 있으면 인정해야만 할 것 같아서 항상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유튜브를 틀어놓으면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다고 스스로를 속였다. 그러나 아무리 경제 유튜브, 정치 유튜브를 몇 시간씩 듣더라도 잠깐 고개를 돌리고 나면 방금까지 무슨 내용을 보았는지 떠오르지 않았고, 그때마다 나는 단지 시간을 낭비한 것뿐이었구나 하는 죄책감에 빠졌다. 그리고 그 죄책감의 감정을 지워버리고자 나는 스크롤을 멈출 수 없었고 다시 재생버튼을 눌렀다.


처음 1-2년은 그래도 박사 코스워크 동안이라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사실 그때도 심각한 수준이긴 했으나 나의 밑바닥은 아니었다고 하겠다.) 해야 하는 리딩이 있었고, 수업을 가야 했고, 친구들과 교류를 해야 했고, 과제를 작성해야 했다. 그러나 코스워크가 끝나고 나서 모든 것이 내게 달려있게 된 순간부터 나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아니, 물리적으로 할 수가 없었다. 논문을 읽으려고 하면 내 동공은 이리저리 집중하지 못하고 날아다녔고, 내 두뇌는 읽기 활동이 익숙하지 않아서 인지 5분도 안돼서 쉽게 피로해졌다. 그러면 나는 다시 지식 축적의 수단으로 유튜브를 찾았다. 전문가가 나와서 강연하는 것을 보면서 오늘도 나는 또 무언가를 배웠다고 믿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발전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자기기만을 반복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완전히 죽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나 자신도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쯤에는 스스로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한 나머지 삶의 의미를 없애는데 치중했다. 이 세상은 어떠한 의미도 없는 것이며, 새로 무언가를 시도할 용기도, 의지도 생기지 않았고, 맛있는 음식도, 세련된 옷도 내 죽은 열망을 불 지필 수 없었다. 나는 계속해서 침잠해 들어갔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유를 찾고 또 찾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이 당시 스마트폰과 유튜브는 나의 일상의 삶 그 자체가 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로 비슷한 삶을 살고 있기에 이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