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KBO리그 리뷰] 1편: 키움 히어로즈
그야말로 난세의 영웅군단
주요 팀 기록
최종 순위 : 10위(58승 83패 3무 승률 0.411)
팀 타율 : 7위(0.261)
팀 평균자책점 : 9위(4.42)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영웅군단의 저력을 보여주며 야구 팬들에게 엄청난 인상을 남긴 '돌풍의 팀' 키움 히어로즈는 임창민, 이형종, 원종현이라는 외부 영입에도 올해 실망스러운 성적을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리그 최고의 타자와 투수가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시즌 말미까지 '탈꼴찌'를 위한 치열한 경기를 펼쳤으나 결국 리그 최하위인 10위로 시즌을 마무리 했죠. 팀 타율과 팀 평균자책점 모두 하위권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점은 키움 선발진의 퀄리티 스타트(QS)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68개였다는 것입니다. 올해 새로 합류한 용병 투수 후라도가 20개의 QS를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고,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 안우진은 24번의 등판에서 16번의 QS를 기록하며 에이스의 위용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최원태와 정찬헌 등이 선발진을 구축하며 선발투수들이 제 몫을 해냈습니다. 즉, 키움은 경기 초반 선발투수의 호투를 바탕으로 경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리그에서 가장 많이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반면 키움은 리그에서 한화와 함께 가장 많은 24개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뒷문에서 큰 약점을 보였습니다. 불펜 평균자책점 역시 4.94로 리그에서 두번째로 높은 수치였습니다. 이런 탓에 키움은 시즌 내내 선발투수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키움은 61개의 팀 홈런을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적은 홈런을 만들어 냈습니다. 최근 키움의 팀 컬러가 홈런과 거리가 멀다고 해도, 작년에 비해 33개나 줄어든 수치입니다. 지난 시즌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했던 이정후가 시즌 초반 타격폼 수정으로 인해 부침을 겪으며 올 시즌은 6개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전반적인 팀 타선이 침체되면서 이번 시즌은 단 한 명의 선수도 1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장타 생산력을 보여주는 순장타율(장타율-출루율) 역시 리그 최하위인 0.092를 기록했습니다.
그럼에도 높은 BABIP?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란 인플레이 타구의 타율을 말하는 수치입니다. BABIP는 일정 부분 투수나 타자에 의해 조율될 수 있는 기록이기는 하나, 엄연히 '운'이 영향을 미치는 기록입니다. 키움 히어로즈 타선은 작년 0.299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낮은 BABIP를 기록했었는데, 이번 시즌은 0.318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작년과 올해의 팀 타율을 비교했을 때 0.252->0.261로 상승한 것에 비해 0.299->0.318로 훨씬 더 높은 상승폭을 보인 것입니다. 물론 완전히 똑같은 타자 라인업이 아닌 것을 감안해야 하지만 올 시즌 키움의 타선이 터지지 않은 것은 운이 없었던 것도 아니라는 추측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즌 진행
시즌 초반
키움은 이정후가 내년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의사를 밝힌 만큼 시즌 초반에는 이번 시즌 성적을 내겠다는 기조로 팀을 운영했습니다. 일례로 시즌 전 FA영입에 더해 4월 27일 삼성 라이온즈와 김태훈<->이원석+3R 지명권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던 이원석을 영입하며 타선을 강화했습니다.
트레이드 된 김태훈(좌)과 이원석(우)
그러나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원석이 이적 이후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7월 5일까지 승패마진 -1로 중위권 싸움을 이어가던 키움은 이후 8월 31일까지 10승 31패 1무를 기록하며 사실상 가을야구에서 일찍 멀어졌습니다. 특히 7월 22일 설상가상으로 간판 타자인 이정후가 부상으로 이탈하며 팀 동력을 잃었고, 그 이후로는 미래를 위한 육성에 집중하는 시즌을 보냈습니다.
시즌 중반~후반
리빌딩 체제에 돌입하며 키움은 KBO 팬들을 놀라게 한 '빅딜'을 성사시킵니다. 키움 선발의 주축이었던 최원태를 LG에 보내고 이주형+김동규+내년 1R 지명권을 받는 파격적 트레이드였습니다. 우승을 위해 선발투수가 필요했던 LG 트윈스와, 리빌딩에 돌입한 키움 히어로즈의 이해관계가 맞아 이러한 트레이드가 진행 됐습니다.
LG 트윈스로 트레이드 된 최원태
결론적으로 키움은 새로운 스타 이주형을 얻었고, 1R 지명에서 서울고의 에이스 전준표를 지명했으니 리빌딩을 위한 초석을 다져놓은 거래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팀의 절대적 에이스 안우진이 팔꿈치 통증으로 토미존 수술을 받으며 리빌딩에 더욱 박차를 가했습니다. 장재영, 이주형, 박수종 등 팀의 미래격인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며 다음 시즌, 다다음 시즌에 대한 준비를 일찍 시작했습니다.
주요선수
이정후
이정후는 이정후였습니다. 4월이 끝날 때 까지 22경기에서 0.218의 타율을 기록하며 많은 사람들의 걱정을 받았던 이정후는 본인의 클래스를 입증하듯 5월부터 살아나기 시작해 6월과 7월 모두 OPS 1.0 이상을 기록하며 부상 직전까지 쾌조의 타격을 선보였습니다. 시즌 초반 부침에도 불구하고 3할 이상의 타율, 130이 넘는 wRC+, 0.861의 OPS를 기록하며 내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최종기록 : 86경기 105안타 6홈런 OPS 0.861 wRC+ 131.1 WAR 3.47
김혜성
앞서 언급한 이정후와 더불어 키움이 자랑하는 국가대표 2루수 김혜성입니다. 작년과 재작년 모두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올해는 타율, 출루율, 장타율에서 모두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잠잠했던 키움 타선 속에서 홀로 고군분투 했습니다. 특히 고무적인 점은 데뷔 초 적은 볼넷과 많은 삼진을 기록했던 것을 점차 개선하여 올 시즌에는 57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삼진을 77개 밖에 기록하지 않으면서 타자로서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이 페이스대로 꾸준히 성장한다면 99년생의 젊은 나이에 병역문제까지 해결한 김혜성이 키움 히어로즈의 메이저리그 내야수 계보를 이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종기록 : 137경기 186안타 7홈런 OPS 0.842 wRC+ 142.2 WAR 6.12
이주형
단언컨대 올 시즌 키움의 최고 스타입니다. LG와의 트레이드에서 최원태를 내주고 얻은 이주형은 이적 직후부터 본인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후반기 최고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퓨쳐스에서부터 정교한 타격과 뛰어난 볼삼비를 기록하던 이주형은 이적 이후 1군 무대에서도 3할 이상의 고타율과 5할 이상의 장타율을 기록하면서 키움 팬들을 기대케 했습니다. 1군에서 사실상 첫 시즌을 보냈던 이주형이 내년 시즌부터 1군 투수들의 공에 더욱 적응한다면 이정후의 뒤를 이을 이주형의 탄생을 지켜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최종기록 : 69경기 70안타 6홈런 OPS 0.897 wRC+ 146.8 WAR 2.14
안우진
작년과 같은 파괴적인 모습이었습니다. 1.06의 WHIP, 2.39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현재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에이스임을 입증했습니다. 여전한 구위로 시즌 중간 부상으로 이탈했음에도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탈삼진을 뽑아냈고, WAR 2위, 이닝 13위 등 비율 스탯 뿐 아니라 누적 스탯에서도 안우진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다만 이전부터 누적되었던 팔의 피로로 인해 결국 부상이 발생했고,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되면서 이번 시즌을 조기 마감한 것에 그치지 않고 내년 시즌에도 마운드에서 안우진의 모습을 보기는 어려워졌습니다. 키움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본인의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한 상황에서 군 입대를 포함한 여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최종기록 : 24경기(24경기 선발) 9승 7패 164탈삼진 방어율 2.39 WHIP 1.06 WAR 5.64
후라도
이번 시즌 새로 영웅군단에 합류한 후라도는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치며 안우진의 이탈에도 굳건히 팀 마운드를 지켰습니다. 3~4월을 제외하고는 시즌 내내 매월 2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보여주며 안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이닝 소화 능력, 볼삼비, 구위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은 후라도는 내년 시즌에도 키움에서 재계약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후라도가 내년 시즌에도 재계약을 맺으며 벤헤켄, 요키시를 잇는 히어로즈의 새로운 외인 에이스가 될지 관심이 갑니다.
최종기록 : 30경기(30경기 선발) 11승 8패 147탈삼진 방어율 2.65 WHIP 1.12 WAR 5.29
총평
키움에게는 정말 가혹한 한 해였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입생들과 무너진 불펜진, 팀의 간판 이정후와 안우진의 동반 이탈 등 악재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키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팀 성적과 부상에 빠르게 팀 운영방침을 수정하며 리빌딩을 시작했고, 그 결과 이주형 등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젊은 선수들을 발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1R 지명을 2명이나 했던 만큼 잠재력이 큰 선수들이 내년에 어떤 활약을 보여줄 지 기대하게 만드는 시즌이었습니다. 그러나 내년 시즌에도 악재는 이어집니다. 이정후의 해외진출, 안우진의 재활으로 인해 팀이 자랑하던 최고의 칼과 방패를 모두 잃은 채 2024년 시즌을 맞습니다. 내년에도 리빌딩이 예상되는 키움 히어로즈. 이번 시즌 발생했던 문제를 수정하며 김혜성, 이주형 등 젊은 스타를 앞세워 팬들을 즐겁게 하는 야구를 보여주길 기대하며 2023년 리뷰를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록은 KBO Stats, 스탯티즈를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