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란 말의 잔혹함

by 혼돌멩이


한없이 나를 받아주던 마음은

어느새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이 막히고

조금이라도 다가서려 하면

보이지 않는 벽에 떠밀려 나온다.


튕겨져 나온 나의 마음은

오갈 곳 없이 서성이다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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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마음먹은 너와는 달리

애써 끝자락이라도 잡아보려는 나의 마음은

그저 욕심과 미련으로만 비칠 뿐


있을 때 잘하라는 차가운 진리 앞에

지나간 사진첩만 뒤적거리며 옛 추억을 되새기지만

결국 남은 건 한 줌의 데이터뿐이다.


나는 너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는데

너는 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말을 아꼈고


나는 너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너는 나로 인하여 항상 눈물을 감춰왔다.




이제는 이별이란 문턱 앞에서

너의 차가운 한마디에 한없이 움츠러들고

너의 따뜻한 한마디에 잠시 또 행복해진다


잘 다녀오라는 말보다

잘 가라는 말이 이렇게 뼈아프다는 것을


반가움에 건네던 안녕이란 인사말이

이별의 말이 되었을 때처럼 슬픈 단어가 없다는 것을


평범하게나누었던 일상들이

조금씩 줄어들고

아무 말이 없어도 편안했던 대화가

무슨 말을 해도 불편해져 버린 건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 메시지들을 보며

나 홀로 수많은 상념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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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내려는 너의 마음과

아직 멀어지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이 뒤엉켜

결국 너를 미안하게 만들고

나 자신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웃음 속에 담긴 너의 진심이

칼날처럼 날카로워

피가 날 듯이 나의 마음을 베고 지나간다.


나는 그렇게 이별을 맞이하겠지.

너를 떠나 보내고

수없이 많은 나날들을 후회하며

가슴 한편에 응어리진 마음들을

풀어낼 길이 없는 이 엉킨 실타래를

끝끝내 놓아주지 못하고

함께 깊은 어둠 속에 가라앉아버리겠지


긴긴 시간을..

감히 예측할 수조차도 없는 긴긴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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