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스물넷에 대학생이 된 이야기

by 나나

나는 스물넷에 대학교에 들어갔다. (만 나이로는 스물둘이다) 대학을 이렇게 늦게 갈 생각도 아니었고, 공부를 못하지도 않았지만. 여러 재수 없는 선택 끝에 고생과 고생을 거듭하여 간신히 대학 문턱을 밟았다. 그마저도 집안 사정상 한 학기만 다니고 휴학계를 냈다. 스물다섯이 된 올해 9월에 복학을 앞두고 있으니, 내년이 되어야 고작 2학년이 된다. 취업이나 결혼은……. 정말 까마득하다.


고교 시절엔 공부를 제법 잘했다. 학교생활도 열심히 했다. 대학 진학에 있어서 걱정은 없었다. 헛바람이 들기 전까지, 내 삶은 창창대로였다. 문제는 고교 2학년 시절, 우연히 본 ‘영화’에 매료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족들 앞에서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다짐한 순간 시작되었다. 그 다짐을 지키기 위해 글도 공부도 노력했지만, 번번이 대학에서 떨어졌다. 한동안은 운이 나빴다며 자기 위안을 반복했다. 선택이 잘못되었고, 내겐 영화감독이 될 능력이나 자질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한참이나 잘못된 후였다.


스물셋이 되었을 즈음엔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열심히 돈을 벌 작정이었다. 주 7일을 하루 10시간씩 카페에 나가 일을 했다. 스콘도 굽고, 커피도 타고. 열심히 와플도 구워 나르면서 돈을 벌었다. 돈까스도 튀기고 토치질도 했다. 덕분에 손목에 깊은 화상 흉터도 생겼다. 그땐 참 살기가 싫었던 것 같다. 어디에도 소속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부모님의 아픈 손가락이 된 슬픔. 앞으로 어떤 걸 해도 실패할 것 같았다. 대학생 친구들이 하는 말의 대부분을 알아들을 수 없고, 공감할 수 없어서 괴로웠다. 무엇보다 내 삶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남들과 다른 삶을 산다는 게 얼마나 감당하기 어려운 일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결국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짧은 기간 준비해서 지금 대학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영화과는 아니지만 문예창작과에 진학해서 지금은 학생들도 가르치고 연애도 하고 나름대로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선택의 순간은 짧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길다. 지난 삶은 다시 겪고 싶지 않을 만큼 어려운 나날이었다. 대학생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학비를 마련하느라 쉬지 못하는 방학, 불안정하게 펼쳐진 끝없는 미래와 고민. 친구들이 사회인이 되어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 나는 또다시 그들과는 완전히 다른 순서의 삶을 재편성해야 한다. 지금으로써는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언젠가 무엇이든 되어 있겠지. 망망대해에서 조금씩 헤엄치다 보면 어딘가엔 닿아 있을 거라는 믿음. 예상했던 곳이 아니더라도, 삶은 때론 우리를 더 좋은 결과로 인도할 거라는 그 믿음으로부터 나의 대학 생활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