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독감접종이 시작됐다

by 박현주

어르신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이 시작됐다.
추석 전부터 독감진단을 받는 학생이 늘어나 걱정이 되던 찰나였다.
오늘은 75세 이상인 어르신들이 접종을 위해 병원을 찾으셨다.
연휴뒤라 진료를 받기 위해 오신 분들도 많았다.
월요일 같은 수요일이었다.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화장실 갈 겨를도 없이 점심시간을 맞았다.
고생한다고 삼계탕을 시켜주셨는데 사장님이 깜빡하시는 바람에 꿀 같은 점심시간을 20분이나 흘려보내야 했다.

늦어진 식사에 예민할 법도 했지만 뚝배기 안, 뽀얀 자태로 누워있는 닭을 보니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황홀할 정도로 맛있는 삼계탕을 바닥까지 긁어가며 한 그릇을 뚝딱 했더니 그리 행복할 수가 없었다.
먹다 남은 오이무침 2조각이 눈에 밟혀 내입으로 얼른 가져갔다.
밥을 다 먹고 나니 오후근무까지 20분쯤 여유가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이 주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어찌나 달콤하던지 시간이 잠시라도 멈췄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숨을 돌리며 오전의 노곤함을 달래주었다.






꿀 같은 20분을 보내고 대기실로 향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많은 대기자로 대기실은 인산인해였다.
그 여파 때문인지, 아니면 무료접종하는 첫날이라 그런지 환자분들이 우르르 몰렸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2시부터 마치는 6시까지 4시간 동안 파도를 탄 기분이다.
다리는 추를 달아놓은 것처럼 한없이 무거웠고 기운도 달렸다.
환자분들이 사다 주시는 비타민음료를 입에도 안 대던 사람인데 오늘은 권해주시는 선생님이 고마울지경이었다.
그거 한 병 마셨다고 뽀빠이가 시금치 한통을 들이켠 것처럼 에너지가 솟는다.
그 에너지로 뒷정리까지 후다닥 마치고 퇴근을 할 수 있었다.

주사를 맞고 아프다는 어머님은 오늘 하루는 그럴 수 있다며 토닥거려 드리고, 하나도 안 아파서 찌른 줄도 몰랐다던 아버님으로 인해 내 기분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했다.

일 뿐만 아니라 병원에 오시는 분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맞춰드리는 것도 평소와 다르게 쉽지 않은 오늘이었지만 그럼에도 무탈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서 감사했다.

어르신독감예방접종을 하는 첫날은 피곤함이 최고조이지만 최선을 다한 하루였다.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오늘이었다.
병원문을 열고 나서는 나에게 한마디 던져본다.

'그렇게 오늘을 살면 된다고, 고생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