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움 그 어딘가에

전하지 못한 마음의 흔적


고마운 사람은 잊히지 않는다. 게다가 미안한 마음까지 담겨 있다면 더욱 그렇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다.


티 나지 않게 조용히 곁에 머물며 응원해 주고, 힘에 부칠 때면 다가와 말없이 어깨를 토닥이던... 평소 나를 걱정하는 듯 안 하는 듯했지만, 내가 힘들 때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한 번씩 드러내는 그런 사람! 참 귀인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나는 제대로 “감사해요.”라는 말 한마디조차 속 시원하게 할 수 없었다. 그 당시 그는 이미 크게 성장한 사람이었고, 그래서인지 더욱 조심스럽게 처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멀리서 보기만 해도 아우라가 넘치는 그에게 직접 다가가 제대로 인사하는 일은, 그에게도 나에게도 참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것만 같았다.


그러던 찰나에,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과부하가 왔다. 하는 수 없이 가장 중요한 일을 제외한 나머지는 정리해야 했다. 그 자리를 떠나면서 나는 여러 번 망설였다.

“그래도 그동안 마음 써준 게 있는데, 제대로 인사는 한 번 하고 갈까?”

벌떡 일어섰다가도 다시금 “아니야, 아니야.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지.”

그러다가도 “안 하고 떠나기에는 또 예의가 아니잖아...”

그런 갈등을 수없이 반복했지만, 결국 그를 배려해 아쉬움을 뒤로한 채 떠나야만 했다.


가끔은 그가 떠올랐지만, 길게 생각할 여유를 누릴 틈 없이 일에 파묻혀 살았다. 하루를 끝내면 기절하듯 잠들고, 아침이면 다시 일에 몰두하며 마치 나 자신을 잊은 듯 살아갔다. 그렇게 그는 점점 내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갔다.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 느낀 감사한 마음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나를 향한 그의 마음은, 조금은 안쓰러운 마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에너지를 가진 나를 독보적인 존재로 여기며, 사람들이 살짝 어렵게 느끼는 모습을 보고, 또 그런 상황에서 내가 느낄 소외감까지, 그는 측은하게 여기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다.


그 어딘가에 있을 그가 여전히 좋은 길을 걷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