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중고차 거래, 당근 vs 헤이딜러

요며칠 중고차 딜러 행세를 했다. 중고차를 세 대나 거래한 것이다.

by 이어진

본의 아니게 요며칠 중고차 딜러 행세를 했다. 중고차를 세 대나 거래한 것이다. 판매자로서 한 대 팔았고, 소비자로서 한 대 샀으며, 현재는 마지막 남은 한 대를 열심히 파는 중이다. 모든 거래가 그렇지만 특히 중고차 거래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남의 지갑을 여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거기다 내 지갑은 또 왜이리 열기가 두렵기만 한 것인지!


결과적으로 딜러 행세는 성공적이었다. 만족스러운 가격에 팔고, 샀으니까.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게 있다. 공부만 해선 알기 어려운, 직접 거래를 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이다. 또, 판매자와 소비자 양측 입장을 모두 겪어보아야만 알 수 있는 마음들이다.

유튜브, 블로그에는 나오지 않는 리얼 중고차 거래 후기.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상상할 수 없는 너절한 마음들. 너무 궁색맞아서 나를 아는 사람들이 읽지 않았으면 싶은 이야기를 적었다. 혹시 중고차 거래를 준비하고 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면 좋겠다.


먼저 구매자. 다시말해 어떻게든 싸게 사려는 자의 입장이다. 최형(남자친구)이 중고차를 샀고 나는 곁에서 도왔다. 당근을 통한 개인 간 직거래였다. 2021년식이었고 3.1만 킬로미터를 주행한 사실상 새 차였다. 최형은 그 차를 마음에 들어했다. 깨끗한 건 둘째치고, 동일 차종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 마음에 들면 냅다 대화를 시도해봄직 했으나 최형은 망설였다. 당근 어플 내 대화 기록이 15개나 떠 있던 탓이다. 저렴한 가격에 대화량도 많으니 의심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 하기사, 요즘은 감히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사기를 치는 세상이니까.

하지만 초급 중고차 딜러인 나는 말했다.

"대화를 걸어온다고 해서 다 실수요자가 아니더라고? 15개중에 절반은 쓸데 없는 내용일거야. 용기내서 대화 걸어봐!"

"알겠어!"


잠시 후 최형은 말했다.

"오. 판매자분이 나한테도 안 팔리면 그냥 딜러한테 넘길 거래. 어떡해? 내일 보러 갈까?"

역시. 당근에는 이상하게 살 생각도 없으면서 대화를 거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알았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내일 바로 간다고 해!"


다음 날, 주차장에 고이 모셔진 차를 보고 최형은 왠지 자신의 차가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겉으로 봐도 너무 깨끗하고 새 것 같았으니까.


"캠핑하려고 큰 차를 샀는데 잘 안 가게 돼서요. 오늘 구매 안 하시면 딜러분께 넘길거예요. 이따 3시에 오신대요."

"네? 오늘 3시요?"

"네. 사실 거면 딜러한테 오지 말라고 할게요. 대신 결정을 빨리 해주셔야겠죠?"


'어.. 이건 유튜브에서 안 알려준 내용인데...'

나는 잠시 이게 판매수법일까 고민했다. 세상에는 날고 기는 판매 수법이 존재하고, 중고차 거래도 예외는 아닐테니. 제일 대표적으로 "다른 분도 고민중이에요."와 같은 말은 우리를 너무 쉽게 조급해지게 한다.

나는 눈동자를 동서남북으로 굴리며 판매자의 구라 여부를 따졌다. 그녀의 얼굴, 목소리, 말투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왠지 구라는 아닌 것 같았다.

"네.. 조금만 고민해볼게요."


그렇게 말하곤 나와 최형은 각자 흩어져서 차량을 확인했다. 문콕, 바퀴 상태, 내부, 옵션, 주행 거리, 각종 장비 교체 시기 등을 말이다. 하지만 막상 차를 다 훑어보고 나자 꼼꼼히 굴었던 게 괜히 머쓱해졌다. 워낙 젊은 차였기 때문이다.

차는 사람과 같아서 연식이 오래될 수록 여기 저기 아픈 곳이 많아진다. 그리고 그 아픈 것들은 모두 감가 요인이 된다. 그러니 잘 살펴야 한다. 늙은 차일 수록 꼼꼼해야 한다. 모든 기능이 작동하는지, 정비 이력, 사고 이력, 보험 이력 등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반영한 가격을 용기 있게 불러야 한다.

반면 젊은 차라면 긴장을 조금 풀어도 괜찮다. 어린이들의 건강검진이 간결한 것처럼 젊은 차도 건강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보다는 "나"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차에 대해 얼만큼 알고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만약 자신있게 "잘 안다."라고 답한다면, 사실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이미 나보다 능력이 많기 때문이다. 중고차를 팔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은근히 그런 사람들이 많다. 차를 좋아하고, 정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그들은 알아서 저렴한 차를 잘 골라 산다.

그러나 영 자신이 없다면, 좋은 방법이 있다. 예산 안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젊은 차를 고르는 것이다. 예산 안의 차들 중 가장 새 차, 가장 주행 거리가 짧은 차를 고르는 것이다. 그러면 차에 대해 잘 몰라도 비교적 안심할 수 있다.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거든요?"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나도 안다. 예산과 욕심은 충돌하는 법이니까. 가격이 맘에 들면 차가 싫고, 차가 맘에 들면 가격이 싫을테니. 그러다보니 결국 늙은 차를 잘 알아보고 사야겠다는 결론으로 타협하고 싶어진다.

그럴 땐 차라리 자동차 정비소에서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은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현대 블루윙즈는 5만원 대로 정비할 부분을 자세히 살펴 봐준다. 차가 연식이 있어 고민이라면, 당근 만남을 현대 블루윙즈에서 가지면 어떨까?

이외에도 서초에 있는 한독 자동차 검사소에서는 10만원 상당의 돈을 내면 차를 검사해준다고 한다. 현대 블루윙즈보다 비싼 만큼, 더 자세히 봐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10만원으로 나의 무지함과 귀찮음을 보완할 수 있다면 제법 합리적인 가격이 아닐까?


최형은 결국 차를 사기로 결심했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나였으면 바로 돈을 입금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형은 달랐다. 이미 충분히 저렴했음에도 최형은 네고를 시도했다. 나는 '안 그래도 싼 차인데 네고가 된다고?'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해냈다. 역시 집단 지성이 필요한 이유다. 판매자는 의외로 흔쾌히 네고를 해주었다. 역시 용기 있는 자가 네고를 얻는 걸까? 그러니 나처럼 소심한 사람도 한 번 도전해보시길. 믿져야 본전이라는 말은 네고를 설명할 때 참 잘 어울린다.


여기까지가 당근을 통한 중고차 직거래 이야기다. 보셨다시피 예산 안에서 좋은 차를 사려면 손품, 발품이 많이 든다. 직접 문을 두드려야 하고, 어색한 판매자와 그보다 더 어색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에잇. 다 귀찮고, 돈을 낼 여력이 된다면 그냥 딜러에게 사는 게 가장 안전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차든 딜러가 탈만 하게 만들어놨겠지~ 하는 안일한 믿음이랄까?




다음으로는 판매자, 그러니까 어떻게든 비싸게 팔려는 자의 이야기다. 나는 당근에 중고차를 올려두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팔리지 않고 있다. 간간히 연락이 오지만 역시 남의 지갑을 열긴 쉽지 않다. 무려 11건의 대화를 했지만, 그 중 직접 차를 보러 온 경우는 단 1건 밖에 없다. 나머지는 다 허수라는 뜻이다.

11명 중에는 대뜸 가격을 후려치는 사람이 있고, 살 것도 아니면서 이것저것 잔소리를 얹는 사람도 있다. 또 살 것처럼 세세히 물어놓고는 결국 다른 차를 샀다고 죄송한 마음을 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 차를 보러 온 1명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그 분은 대뜸 가격을 70만원이나 깎아달라고 했다. 차 값에 비해 네고가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다. 아쉽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팔 걸 그랬나 싶다.

차를 사겠다는 사람이 이렇게 없을 줄이야. 가격을 내리면 금방 팔릴테지만, 그렇다고 멀쩡한 차를 헐값에 넘기고 싶지는 않다. 역시 예산과 욕심은 충돌하는 법이다.


당근에 올려놓는 동시에 헤이딜러 어플까지 병행했다. 헤이딜러는 '제로경매' 기능이 유용하다. 경매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날짜와 시간을 지정하면 차량평가사가 와서 차를 검수한다. 평균 20~40분 정도 걸린다. 딜러가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 차를 나쁘게 평가해서 감가를 시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평가사님은 단지 평가사일 뿐이다. 내 차를 직접 살 사람이 아니다.


2. 평가사님이 다녀가면, 어플에서 경매를 시작된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딜러들은 차량평가사님이 올려놓으신 평가를 보고, 차 값을 경매한다. 딱 3일 동안만. 그중 가장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 물론 최고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팔아도 된다.


그렇다면 당근과 헤이딜러는 얼마만큼 가격 차이가 있을까? 내가 알아본 바로는 통상 2000만원 이하의 자동차는 헤이딜러보다 50만원을 얹어 당근에 올린다고 한다. 2000만원 이상이면 100만원을 얹는다. 그렇게 해도 수요가 있다는 말은, 딜러들이 많이 얹어서 되판다는 뜻이겠지?

내 차의 헤이딜러 최고가는 409만원이었다. 그 가격에 딜러에게 넘길 수도 있었겠지만, 여차 하는 사이에 3일이 훌쩍 지나있었다. 팔 기회가 날아가버린 것이다. 다시 경매를 받으려면 또 차량 평가사님을 만나야 하고, 그마저도 기회는 일년에 두 번 뿐이다. 나는 남은 1회는 조금 아껴두기로 결정하고, 70만원을 더해 480만원으로 당근에 올렸다. 하지만 채팅창엔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을 부르는 사람들로 빼곡하다.


그렇다면 차를 팔 때 헤이딜러가 좋을까, 당근이 좋을까? 그건 "파려는 차 상태에 따라 다르다."

내 차가 젊고, 건강하다면 당근이 좋다. 당근에서 그런 차는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수요가 많으면 꽤 비싼 값에도 훨훨 팔린다. 게다가 차가 건강하니 직거래에서 생길 수 있는 크고 작은 문제의 발생확률도 현저히 줄어든다. 예를 들면 "설명해주신 것과 다르잖아요! 환불해주세요!"라거나 "이거 이거 문제 있네. 깎아주세요!"하는 문제 같은 것들... 직거래에서의 난처한 상황은 주로 낡고 병든 차에서 생긴다.

슬프지만 409만원 짜리 내 차만큼 늙고 병든 차라면, 헤이딜러 제로 경매가 깔끔하고 빠를 수 있다. 저렴한 물건이 더 팔기 어렵다고 했던가. 당근에 올려봤자 허수아비 같은 연락만 올 뿐, 실수요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매자와 대면해서 생길 수 있는 위험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단, 당근보다는 낮은 가격에 팔릴 것을 감안해야 한다.


가장 추천하지 않는 건, 딜러에게 직접 파는 방식이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봐도 유의점이 가장 빼곡한 페이지가 바로 여기다. 그렇게들 많이 사기를 당했다고 한다. 특히 나같이 차와 정비에 대해 잘 모른다면, 눈 뜨고 코 베이기 딱 좋다. 오죽하면, 차에 하자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하면서 주인이 안 보는 틈을 타 차를 망가뜨리는 수법까지 있다고 한다.

그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그들과 우리는 체급 차이가 너무 크다. 마치 유치원생과 대학 교수의 전공지식 차이 같다. 과연 우리가 그들의 필살기를 당할 재간이 있을까? 나같으면 그걸 물리치느니, 조금 싸게 팔더라도 헤이딜러 제로경매를 이용할 것이다.




이정도에서 끝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거래는 그리 녹록치 않으르모... 마지막으로 사기를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점검사항을 정리했다. 이는 수많은 경험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챗 gpt가 나보다 훨씬 잘 말해줄 것이므로 간단히 적었다.


1. 소유주 철저히 확인하기!

- 자동차 등록증 소유주와 매도인 신분증이 일치하는지 확인

2. 입금 정확하게 하기

- 자동차 등록증에 기재된 소유주에게 입금 하기

- 되도록 한 번에 입금하기 (할부로 주고 받지 않기)

3. 계약서 작성하기

- 문자로 계약서를 작성해도 법적 효력이 있으니 간략히라도 계약서 작성하기

- 계약서에 가격, 개인정보 등 명시하기

- 침수 차거나 주행거리 조작이 밝혀질 경우 계약 해지 가능성 명시하기

4. 미리 준비해야 할 서류 확인하기

- 매수인: 신분증, 보험 가입 증명서 (미리 자동차 보험에 가입해놓아야 자동차 등록 사업소에서 명의 이전을 해준다.)

- 매도인: 자동차 등록증, 차량 매도용인감증명서(주민센터 방문)




결국 중고차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내 차를 잘 아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내가 얼마만큼 차를 잘 아는 사람인지, 또 내 차는 얼마만큼 건강한지를 안다면 좋은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다.

중고차를 살 때, 차를 잘 안다면 당근을 활용하자. 차를 잘 모른다면 예산 안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젊은 차를 사자. 싼 가격에 오래된 차를 사고 싶다면 정비소에서 만나자.

중고차를 팔 때, 내 차가 젊고 건강하다면 당근 직거래를 활용하자. 조금 싸게 팔더라도 빨리 깔끔하게 팔고 싶다면 헤이딜러를 제로 경매를 활용하자.


당근과 헤이딜러에 대해서만 자세히 설명했지만 이외에도 좋은 어플이 많다. 예를들면 KB 차차차나 엔카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당근과 헤이딜러에서 훨씬 좋은 거래를 경험했다. 어떤 플랫폼을 이용하든, 내 마음에 쏙 드는 거래를 하시길. 두 발 뻗고 편히 잠들 수 있는 거래를 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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