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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Nov 25. 2021

다산의 공감 연습(1장)

1장 공감 공부/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학學이란 알기 위한 것이며 습習이란 행하기 위한 것이니, ‘학이시습’은 지知와 행行이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후세後世의 학은 배우기만 하고 익히지 않기 때문에 기쁠 수가 없는 것이다.

學所以知也。習所以行也。學而時習者。知行兼進也。後世之學。學而不習。所以無可悅也。《논어고금주論語古今註》


 정약용의 철학을 ‘행사行事의 철학’이라고도 하는데, 이론보다도 행동, 실천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배우는 것(學)’보다 ‘익히는 것(習)’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학學이 《논어》에서 중요한 이유는, 학學을 통해 누구나 성인이 되는 길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인은 책을 많이 읽거나 많이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배운 것(學)’을 ‘반복해서 실천함으로써(習)’ 그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즉, 현실정치에서 참여하여 백성들이 윤택한 삶을 살게 해줄 때 비로소 성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현시대의 우리가 《논어》를 읽으면서 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모두 정치인이 되는 것을 목표를 세울 필요는 없다. 공자나 정약용의 시대의 《논어》는 사대부들의 책이었고, 현재 이 책을 읽는 우리는 각자가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역할을 감당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란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정치인들만의 일은 아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가 속해 있는 영역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나름의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의 우리가 성인에 이르는 것은 더욱 나은 삶을 살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익혀야 하는 것일까?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에서 ‘지之’는 ‘그것’을 지칭하는 지시대명사로 목적어 위치에 있다. 따라서 이 문장을 직역하면 “때때로 그것[之]을 배우고 익힌다”가 된다. 그런데 ‘그것[之]’이 무엇인지는 맥락상 드러나 있지 않다. 공자가 ‘그것’을 확정確定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말이든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약용의 《논어》에서는 그 자리에 ‘공감[恕]’이란 말을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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