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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Dec 02. 2021

다산의 공감 연습(5장)

5장 욕망의 윤리학/기욕립이립인己欲立而立人

조선 후기 청淸나라를 통해 서학西學이 유입될 때, 천주교와 관련해 조선 유학자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책은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1552~1610의 《천주실의天主實義》와 판토하Diego de Pantoja, 1571~1618의 《칠극七克》이다. 특히 《칠극》은 ‘일곱 가지 극복에 대하여’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여기서 극복은 극복克復, 즉 ‘사사로운 욕심을 이기고[克] 예로 돌아가는[復]’ 극기복례克己復禮로도 이해할 수 있다. 조선의 유학자들은 서양 기독교의 높은 윤리 의식에 매우 호감을 느꼈고, 《칠극》은 서양윤리와 동양윤리가 만나는 첫 가교 역할을 했다. 《칠극》에서 서가 언급되는 곳은 2장 <평투平妬>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을 사랑하는 것은 서뿐이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하지 말라”라는 공자의 말은 천주께서 말씀하신 “남을 자기처럼 사랑하라”라는 것과 같다.

愛人者。恕而已。己所不欲。勿施於人。卽天主所謂。愛人如己。是也。    

  

중국 명明나라 말기에 들어온 예수회 선교사들도 기독교의 사랑[愛]을 동양에 설명하며 주목했던 단어가 바로 서다. 이러한 동양윤리의 서를 두고 윤리학자들이 자주 비교하는 서양윤리의 ‘황금률golden rule’은 기독교 핵심 윤리관으로, 「마태복음」의 7장 12절에 그 근간이 가장 잘 나타나 있다.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개역개정)”라는 긍정형 문장인 이 황금률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대접’이라는 단인데, 이 구절을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공동번역)”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바라는 대로’라고 번역한 것이 그리스어 원문에 더 가깝다. 이렇게 서양의 황금률과 동양의 서는 ‘바라는 것’을 가지고 윤리 원칙의 기반을 삼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같이 두 윤리관 모두 욕망[欲]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기소불욕 물시어인”은 부정형 문장이라는 점에서 황금률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반면 “기욕립이립인 기욕달이달인”은 내용과 형식 모두 황금률과 유사해 동·서양 윤리학자들 양쪽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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