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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Dec 02. 2021

다산의 공감 연습(5장-2)

5장 욕망의 윤리학/기욕립이립인己欲立而立人(2)

유교 경전 중 《예기》 <예운>편에서 욕欲은 인간의 기본적인 일곱 감정인 희로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欲 중 하나로 규정되어 있다. 욕을 마음과 연결하면 욕심欲心이 되고, 감정과 연결하면 욕정欲情이 되어 버려 지금 우리가 이 단어들에 느끼는 뉘앙스는 다소 부정적이지만, 원래의 의미에서 욕欲 자체는 중립적이다.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인간의 매우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특히 그 내용이 ‘남을 세우는 것立人’이거나 ‘남의 앞길을 터 주는 것達人’이라면 더욱 긍정적이다.


이 문장에 대한 《논어고금주》 속 정약용의 해설은 그다지 길지 않다. 입과 달에 대해 간단한 주석을 달아 놓았을 뿐이다. 입은 “몸을 세우고 벼슬자리를 얻는 것樹身得位”으로 설명했는데, 이것을 다시 한 단어로 정의하면 수립樹立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임시정부 수립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공자는 “서른에 자립했다三十而立”라고 했는데, 정약용은 이것을 “몸이 안정되어 있어 동요하지 않는 것安身不動”이라고 설명했다. 입立과 관련해 더 중요한 문장은 <안연顏淵>편 7장에 등장하는 “백성이 믿지 못하면 서지 못한다民無信不立”라는 구절이다. 이는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답한 것이다.  


반면에 달達은 “천성을 이루어 막힘이 없는 것遂性無閼”으로 설명했다. 뒤에 있는 ‘무알無閼’이라는 표현은 정약용 이전의 조선 유학자들의 글에 종종 나오는 표현인데, 정약용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사용했다. 그리고 무알 앞에 ‘수성遂性’은 ‘본성[性]을 완수[遂]하는 것’이므로, 결국 달은 도덕적 본성의 실현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도덕적 본성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공감[恕]이다. 정약용은 입과 달에 대한 설명에 뒤이어 서를 언급한다.     


자신의 하고 싶은 바를 남에게 먼저 베푸는 것이 서이다.

己之所欲。先施於人恕也。

《논어고금주》     


부정형으로 표현된 “기소불욕 물시어인”을 정약용은 긍정형으로 바꾼 것이다. 기소불욕己所不欲을 기지소욕己之所欲으로 수정하고, 물시어인勿施於人을 선시어인先施於人으로 한 글자만 수정하여 긍정형 문장으로 재정의했다. 공자의 서가 부정적 형태의 “기소불욕 물시어인”이라면, 정약용의 서恕는 긍정적 형태의 “기지소욕 선시어인”인 것이다. 정약용이 수정한 서는 이제 서양의 황금률과 형식적으로도 같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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