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도 피었고요, 드디어 목련도 갑갑한 껍질을 벗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뻐석되던 나뭇가지들이, 어제까지 텅 비어 빈바람만 거칠게 지나다니더니 오늘 갑자기, 한꺼번에, 모든 곳에서 따스한 햇살에 팝콘 터지듯 세상밖으로 나왔습니다. 잊힌 연애 세포를 깨울 편지를 써볼까요? 잃어버린 감성도 봄꽃처럼 한꺼번에 터져주면 좋겠지만 겨울 가뭄처럼 쩍쩍 메마른 가슴을 적실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아름다운 날을 다시 마주하고 천천히 페달을 구르며 계절을 횡단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사랑이 아니어도 아직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어도 봄이어서, 모든 것들의 시작이 나와 함께 여서 감사한 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