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묘한 눈동자. 유연한 몸놀림. 날카로운 발톱. 어딘가 안 어울리지만 없으면 또 서운한 수염까지. 길가를 가다 보면 나는 가끔씩 이 신비로운 생명체와 눈이 마주친다. 신기하게도 이 신비로운 생명체는 내가 기분이 하늘을 날아갈 듯 좋은 날이면 눈에 띄지 않다가. 나의 마음속에 검은 먹구름이 끼고 천둥번개가 와장창 쏟아질 때 눈에 띈 다.
그들의 라이벌분들이 따스한 햇살이 가득한 날 주인분과 쫑쫑거리며 산책하는 모습을 많이 보지만, 왠지 그분들은 그런 분위기의 날 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오랜만에 그들을 만난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가방 속 닭가슴살을 꺼내서 살포시 그들의 앞에 놔준다. 누구는 왜 이제 왔냐고 성을 내며 닭가슴살을 받아가고, 누구는 친근감 있게 비비적비비적. 거 어디 한번 쓰다듬어봐라~! 하고 옆으로 다가온다. 겁이 많은 소심소심한 친구는 '고맙지만 얼렁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어'의 눈빛을 보낸다.
그렇게 오랜만에 밥을 허겁지겁 먹고 있는 이 귀여우면서도 가엽고, 또 어딘가 슬퍼 보이는 눈망울을 가진 이 신비로운 생명체들을 바라보다 보면 마냥 해맑기만 한 그들의 라이벌분들을 마주할 때와는 다른 뭔가의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라이벌분들은 나의 복잡 미묘한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나. 이 미묘한 생명체들은 왠지 나의 슬픔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듯이 야옹~ 야옹~하며 위로해 주는 것이다. 그들을 마주하다 보며 나의 내면 속 슬픔이 그들과 공명하여 기쁨을 느끼게 되니. 그들은 사람들의 복잡 미묘한 마음을 헤아리려 찾아오는 도심 속 요정들이다.
p.s. 물론 이 신비주의는 직접 그분들을 모시다 보면 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