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메타포야 , 다무라 카프카군
어떤 경우에는 운명이라고 하는 것은 끊임없이 진로를 바꿔가는 국지적인 모래폭풍과 비슷하지.
너는 그 폭풍을 피하려고 도망치는 방향을 바꾼다. 그러면 폭풍도 네 도주로에 맞추듯 방향을 바꾸지.
너는 다시 또 모래폭풍을 피하려고 네 도주로의 방향을 바꾸어버린다. 그러면 폭풍도 다시 네가 도망치는 방향으로 또 방향을 바꾸어버리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마치 날이 새기 전에 죽음의 신과 얼싸안고 불길한 춤을 추듯 그런 일이 되풀이되는 거야.
왜냐하면 그 폭풍은 어딘가 먼 곳에서 찾아온, 너와 아무 관계가 없는 어떤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그 폭풍은 그러니까 너 자신인 거야. 네 안에 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러니까 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모든 걸 체념하고 그 폭풍 속으로 곧장 걸어 들어가서 모래가 들어가지 않게 눈과 귀를 꽉 틀어막고 한 걸음 한 걸음 빠져나가는 일 뿐이야. 그곳에는 어쩌면 태양도 없고 달도 없고 방향도 없고 어떤 경우에는 제대로 된 시간조차 없어. 거기에는 백골을 분쇄해 놓은 것 같은 하얗고 고운 모래가 하늘 높이 날아다니고 있을 뿐이지. 그런 모래폭풍을 상상하란 말이야.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인 만큼 누구라도 한 번쯤은 그의 작품을 접해보거나. 적어도 이름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작품들에 대한 호불호와 비판은 언제나 있어왔지만, 그의 문장력에 대한 의구심은 없을 것이다. 그는 그의 작품들을 언제나 논리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문장들로 가득 채운다. 그리고, 그 점이 그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작가로 여겨지는 점이다. 삶이 복잡해지고 , 머릿속에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생각들을 정리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면 나는 어김없이 그의 작품들을 펼쳐서 읽었다.
대중적인 연애 소설인 <노르웨이의 숲>과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을 제외한다면, 그의 작품들은 언제나 두 개의 플롯을 기반으로 복잡하게 얽혀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두 개의 달이 떠있는 세계를 그려낸 1q84. 기사단장이라는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이데아와 메타포로 풀어내는 <기사단장 죽이기>, 소년 카프카와 노인 나카타의 이야기를 병행적으로 진행하는 <해변의 카프카>등이 그러한 작품들이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들은 단 한 번으로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여러 번 읽고 나서야 작가가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구상해나가는지. 그리고 각각의 챕터들이 이야기의 구성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마치 우리의 존재가 언제나 현재에 머무르면서도, 우리의 의식은 미래와 과거를 헤매면서 삶을 살아가듯 그의 작품도 복잡한 플롯으로 의식의 복잡한 부분을 자연스러운 형태로 풀어헤쳐나간다.
나는 그의 소설과 문장에 매료되어서 몇 번이라도 그의 작품을 반복해서 읽은 적이 많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그는 언제나 복잡한 삶 속에서 이리저리 엉킨 내 머릿속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문장을 선물해준다. 나는 그 문장을 통해서 삶 속에서 답을 얻은 적이 많다. 얼핏 보면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 그의 작품이 실제적으로 복잡한 삶 속에서 해결책과 실마리를 잡아내 주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그가 매우 현명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해변의 카프카>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범한다"는 오이디푸스의 신화 속 이야기를 모티브로 성장해나가는 15살 소년 카프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무라 카프카는 아버지로부터 , 오이디푸스의 이야기 속 저주의 예언을 받는다. 카프카는 아버지의 저주를 피해서 혼자가 되어서 달아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성장해나간다. 끝에서 그는 아버지로부터 주어진 저주를 극복해낸다. 그리고 본래의 삶으로 돌아온다.
"너는 옳은 일을 한 거야 " 하고 까마귀 소년이 말한다. “너는 가장 옳은 일을 했어 다른 어느 누구도 너만큼 잘할 수는 없었을 거야. 그도 그럴 것이 너는 진짜 세계에서 가장 터프한 소년이니까 말이야 "
"하지만 나는 아직도 산다는 것의 의미를 모르겠어 " 하고 나는 말한다.
"그림을 보면 알게 돼 "라고 까마귀 소년은 말한다.
"바람의 소리를 듣는 거야. "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너에게 그걸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넌 이제 잠을 자는 게 좋겠어” 하고 까마귀 소년이 말하다.
“잠을 자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너는 새로운 세계의 일부가 되어 있을 거야."
이윽고 너는 잠이 든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 너는 새로운 세계의 일부가 되어있다.
그는 한 소년의 여정과 성장을 환상적인 메타포들로 가득 채워 넣는다. 성장의 메타포들. 그러기에 당신이 만약 삶 속에서 맴돌고 있다면 <해변의 카프카>를 추천한다.
"세계는 메타포야, 다무라 카프카 군"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세계는 메타포"라는 배움을 받아들인 카프카는 그렇게 자신의 내면 속에 자신을 이끌어줄 다양한 메타포들로 채워 넣는다. 풍요롭게 생동하는 메타포들이 그를 삶으로, 성장으로 이끌 것이다. 그리고 카프카라는 소년이 우리 독자 스스로의 모습임을 깨달을 때, 우리 역시도 그를 따라서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