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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의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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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 Jul 02. 2024

겨울을 닮은 사람들

 돌이켜보면 , 나는 언제나 겨울을 닮은 사람들을 좋아해 왔던 것 같다. 차갑고도 외로운 겨울의 풍경을 물씬 풍기는 사람들을.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S는 '너는 인마, 그거 지독한 자기 연민이야'라고 꾸짖고는 했지만. 막상 그 친구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 이유는 그 역시 겨울을 닮았기 때문이다.  


 S는 눈싸리가 몰아치는 엄동설한의 겨울 속에서 우뚝 버티고 있는 소나무 같은 친구였다. 내가 그렇게나 좋아했던 Y는 겨울 속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차갑고 외로운 겨울의 감성을 그리 깊게 품고 있음에도, 그녀의 강인함으로 자신을 꽃피어내는 사람이었다. 그녀와 나는 서로가 가진 겨울의 풍경을 공유하는 일을 좋아했다. 겨울의 풍경을 디테일하게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으니 나는 이따금씩 지금은 흘러가버린 인연인 Y를 떠올리고는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마음에 품었던 사람은 L이었다. 그녀 역시 겨울을 닮아있었다. 그녀의 주변사람들은 그녀가 싱그러운 봄을 닮은 사람이라 말했으나, 나는 그녀가 가진 겨울의 풍경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이따금 겨울의 풍경 속에서만 살려는 나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는 했다.  반대로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 겨울의 풍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애써서 봄의 풍경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그녀를 걱정하고는 했다. 나는 그들 모두를 좋아했다. 겨울의 풍경을 마음속에 담고 있는 사람들. 그러기에 나는 삶이 외로워지면 그들을 떠올리고는 한다. 이 외롭고 차가운 겨울의 풍경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사람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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