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는 날, 카페 안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창문을 통해서 바람에 나부끼는 강아지풀과 카페를 지나쳐가는 사람을 보며 이 무더운 계절이 그저 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그 창문 밖에서 모든 것들은 소리 없이 움직인다. 그 풍경은 푸른빛의 여름 저녁과 어울려 신기한 풍경을 자아낸다. 모든 것들은 삐걱임 없이 부드럽게 각자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나의 모습은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나는 저 부드러운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삐걱이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동시에 나에게 어울리는 차가운 겨울이 빨리 찾아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멍해있는 정신을 깨워줄 수 있는 찬바람을 소망한다. 생명들이 싱그럽게 피어나는 뜨거운 여름날보다는, 모두들 자신의 생명이 다했다는 듯이 움츠려 들어 외로워지는 차가운 겨울을 기대한다. 그런 겨울이 나와 꼭 닮았다는 사실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