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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Nov 19. 2023

일본 영화 : 461 개의 도시락

<부성애가 돋보이는 따뜻한 힐링영화>


  벤토이야기에 이어 오늘은 도시락에 관련된 일본영화 하나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마침 삼일 전 우리도 수능이 치러졌던 날이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3년 내내 아들의 도시락을 책임졌던 아버지의 정성은 수능을 보는 학생이나 부모님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영화로 기억될 듯 싶은데요.    


  소개할 영화 『461 개의 도시락』(2020)은, 일본의 힙합 밴드 ‘도쿄 넘버원 소울 세트’ 멤버 ‘와타나베 토시미’가 30년 넘게 음악활동을 이어가다 2010년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며 3년 동안(방학과 휴일 제외) 하루도 빠짐없이 싸준 도시락을 소재로 2014년 에세이 ‘461개의 도시락은 아버지와 아들의 남자의 약속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가족 힐링 영화랍니다.         

 

출처 : 네이버

아버지의 도시락은 일본의 ‘슌(旬’. 한창 맛이 좋은 시기)’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데요. 일본은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민족이지요.

    

일본을 상징하는 ‘와(和)’를 붙여 ‘와쇼쿠(和食)’라 불리는 일본음식은 특히, 계절을 소중히 여기는 요리로 201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도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유명한데요.     


음식의 소재는 최대한 가공하지 않은 기본재료에 기름을 최소화해서 소재 자체의 맛을 끌어내는 요리법으로 담백한 맛을 자랑하고 있는 것을 특징으로 꼽고 있답니다. 이 작품에서도 ‘슌’때문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포함해 작품의 줄거리를 살펴보도록 할게요.     



  첫 화면이 열리면 누워있는 갓난아이를 아빠 '카즈키(이노하라 요시히코·井ノ原快彦)'가 카메라에 담는 모습과 그 옆에서 웃고 있는 엄마의 밝은 모습으로 시작되지요.     


정원에는 아이를 축하하는 기념수를 심어놓고 이름 ‘코우키’의 알록달록한 팻말이 보이고, 이어서 유치원 차에 등원시키는 엄마의 모습으로 행복에 찬 단란한 가족의 일상을 비춰주고 있답니다.       


뮤지션이란 직업 덕분에 시간이 자유로운 아빠는 유치원이 끝나면 아들과 함께 총 쏘는 시늉을 하며 언덕길을 올라 집으로 향하고 이러한 모든 것은 아빠의 카메라 속에 담기게 되지요.      


아빠의 공연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와 아들의 모습, 남편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해 맥주파티도 벌이고,  휴일이 되면 바닷가에 나가 단란하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등 누구나 꿈꾸는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 모든 것들은 아빠의 카메라 속 필름에 담기게 된답니다.      


화면은 어느덧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어릴 적 심어놓은 ‘코우키’의 나무도 키를 훌쩍 넘게 자라있는 것을 보여주며 아이의 성장을 나무를 통해 보여주고 지요.


동시에 화면은 중학생이 된 코우키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고 영화의 긴장감은 시작됩니다. 이는 갑작스런 엄마의 이혼통보 였는데요. 코우키는 부모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에 부딪혔고 코우키는 스스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버지곁에 남게 니다.   

   

고등학교 성적이 좀 미달되는 코우키였지만 그는 열심히 공부한 끝에 다음해 학교에 입학하는데요. 재수로 입학한 그는 후배들과 같은 학년이 된 것이 마냥 어색하기 만하고,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친구들에 비해 교실에 남아 도시락을 먹는 코우키의 마음은 쓸쓸하게만 비쳐집니다. 여기서 일본의 왕따 문화를 보여주는가도 싶었는데요.    


출처 : 네이버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 ‘히로미’와 ‘아키오’는 코우키의 도시락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엄마가 아닌 아버지가 만들어준 도시락의 의미를 모를 리 없는 친구들에게 코우키는 부모님의 이혼과 유급이라는 이유로 자신감을 잃은채 자신의 가족사를 말하게 되지요.

     

한편, 자유로운 영혼의 초 긍정마인드 소유자인 아빠 카즈키는 술에 만취해 들어온 날 아침에도 빠짐없이 도시락을 준비하는데요. 만족스레 도시락이 완성되면 사진으로 남겨 인스타에 올리기도 하면서 어느 새 아들의 도시락 만들기는 아버지의 취미처럼 되어버렸다고나 할까요.     


좋아하고 즐기는 것은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지요. 여기에 아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아빠의 도시락은 비쥬얼과 그 맛으로 유명해지기까지 하는데요.     


아빠 카즈키는 인스타에 올린 도시락 덕분에 직원들에게도 인기가 올라가고 나이 어린 여직원과의 연애기회도 갖게 된답니다.      


도시락은 영양도 색감도 중요하지요. 다채로운 색감과 편리한 요리를 위한 카즈키의 연구는 계속되고 이런 노력이 얼마나 갈지 아들 코우키는 일상의 아빠에게 무덤덤하게만 구는데요.      


어느 날은 영양, 색감, 신선함을 중요시하는 아빠의 도시락에 제철음식 재료인 누에콩이 고약한 냄새를 풍겨 교실 안은 한바탕 난리가 나게 된답니다. 이에 집에 돌아와 푸념하는 아들의 말을 듣고 도시락의 냄새를 확인하고도 환한 웃음으로 응답하는 아빠의 말에 아들은 아빠한테 즐거운 일이 다른 사람한테는 즐거운 일이 아니다라며 화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에 흔들린 아버지가 아니었죠. 아들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것이 초 긍정 마인드 아버지의 또 다른 위력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코우키는 우연히 한 여학생을 만난 후 그녀가 좋아집니다. 그리고 그녀가 뚱뚱한 남자친구를 거절했다는 소문을 듣고 자신도 다이어트를 선언하고 아빠의 도시락을 거절하게 하는데요.     

 

그러나 금새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하던 다이어트를 멈추고 아빠의 도시락을 다시 찾게 된답니다.

   

시간은 흐르고, 옆자리에 앉았던 친구 히로미와 아키오는 코우키의 도시락에 관심을 갖게 되고 점심시간만을 기다리며 도시락이 열리면 두 친구들은 훌륭한 도시락에 감탄을 아끼지 않게 되는데요. 드디어 코우키의 마음에 아빠의 사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가는 걸까요.

   



  한편, 엄마가 근무하는 카페에서는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것에 충격을 받게 되는데요. 아빠의 연주회 기간은 다가오고 아빠의 초대장을 받았음에도 시큰둥한 그는 혼자 가출을 감행한답니다.     


그리고 아빠 엄마의 간절한 문자에 집으로 돌아와 친구들과의 여행을 약속하게 되지요. 순간의 잘못된 선택에 학생의 신분으로 인생의 좌표가 흔들리진 않을까 조마조마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했는데요.  정말 개구리와 사춘기 아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니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마음은 얼마나 조마조마 할까요.


사춘기 반항인지 아버지가 직접 준 연주회 초대장도 거부했던 코우키는 다시 친구들과 아빠의 연주회에 참석하게 된답니다.    

출처 : 네이버


 시간은 흐르고, 아빠의 마지막 도시락을 먹는 날 그를 지지해주었던 친구 히로미가 아빠의 인스타에 올라온 그 동안의 도시락을 보여주며 감탄을 하고, 이에 옆에서 도시락을 먹는 코우키는 눈물을 흘린답니다.      


일본 작품에는 소소한 것에 잔잔한 감동의 눈물을 쏟게 하는 매력이 있다는 것은 다들 느끼실 텐데요. 이 부분 역시 가슴 뭉클함이 밀려오는 클라이맥스라 말할 수 있겠네요.     


코우키의 눈물에 친구들 눈가에도 이슬이 맺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자전거를 타고 올라오는 아빠와 만나게 되면서, 코우키는 처음으로 도시락 맛있었어요. 고마워요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릴 적 총 싸움 시늉을 해보면서 대학 진학 문제를 묻는 아빠에게 잘 될 것 같다라는 자신감을 내비치지요. 아들의 이 한마디는 아버지의 도시락 사랑에 최대의 감사표현이 아닐 수 없겠는데요.

   

출처 : 네이버


화면은 바뀌고, 무대 위에서 아빠와 아들은 처음 접한 사랑이기에 바라는 건 많지만 잊어도 좋아, 추억은 어느 새 먼 곳까지’라는 내용의 즉, 우리 인생에서 다 가질 수 없다는 전체적인 가사의 뜻을 담은 노래를 부르며 화면은 정지됩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두 사람이었죠.     


이렇게 코우키의 학창시절은 부모님의 이혼과 유급이라는 그늘에서 방황도 있었지만 결국, 도시락으로 인해 가족, 친구,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인데요.     

아버지는 십대의 방황을 긍정의 말과 정성의 도시락으로 다시 되돌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따뜻하고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영화였답니다.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461개 도시락은 아버지와 아들의 남자의 약속은 일본에서 20만부가 팔린 베스트 셀러였으며, 영화에서 카즈키 역의 ‘이노하라 요시히코(井ノ原嘉彦)는 배우이자, ‘쟈니스’ 소속의 그룹 V6의 멤버이기도 하죠.     


또한 아들 코우키 역의 ‘미치에다 슌스케(道枝駿佑)’ 역시 배우이자 아이돌 ‘쟈니스’ 소속의 ‘칸사이 쟈니스 주니어’의 멤버이지요.     


도시락(벤토)의 나라답게 작품에는 461개의 다채로운 도시락이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며 입맛을 돋궈주고 있는 만큼 미식가들이라면, 2012년부터 방영된 “고독한 미식가(孤独のグルメ)”와 “심야식당(深夜食堂)”, “리틀포레스트(Little Forest)”등 음식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이미 접하셨을 텐데요.     

 

이 영화를 통해 일본요리나 일본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평범하고 잔잔한 일상 속 감동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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