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발레리 프리들
언어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시대를 담고 있고, 집단 지성을 담고 있다. 영어가 사회 속에서 어떻게 변화되고, 사용되고 있는 지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사회 과학자 쓴 글이다. 포토 리딩으로 읽다 보니 지루하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독서법이라 핵심에 대한 불안함은 있다.
인간의 말은 변화된다. 언어가 유행이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지만, 그 이유와 기원까지 설명을 듣고 나면 저변에 깔린 사회적 인식을 알게 된다. 언어 변화의 중심축은 상류층이 아니라 중심에서 벗어난 대중들이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과 여성들이 언어 변화의 주도자들이다.
상류층이 한때, 공문서로 라틴어를 선택했고, 중하위층의 언어가 영어였다는 이야기는 마치 한국의 역사를 닮았다. 한자로 글을 표기했고, 어려운 언어는 대중이 지식으로 접근하는 길을 막는 방패막이되던 시절이 있었다. 영어 또한 같은 길을 걷다가, 프랑스 어가 그 자리를 잠시 차지하다가 영어가 주인공이 되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언에에도 패션이 있다. 외국인으로 영어를 접하다 보니 책에서 언급한 사회적 발화 현상에 대해서는 낯설다. 영국에서는 ‘r’을 삭제하고 발음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들에 의해 ‘r’ 발음이 적극 사용되게 된다. 영국으로부터 독립전쟁을 하기 전까지는 미국인들은 영국 상류층이 쓰지 않는 ‘r’ 발음을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독립전쟁에서 성공한 이후부터는 ‘r’ 발음이 대중화되고, 상용되어 영국과 미국인 발음 차이를 구분하는 자대 중 하나가 된 것 같다.
‘내 말투의 기원은 무엇일까?’ 흥미로운 질문이다. 내가 뱉어내는 말의 기원을 생각해 보게 한다. 미국 땅의 50분의 1 밖에 안 되는 한국에서도 지역에 따라 발음이 다르다. 더 큰 땅에 수많은 이민족이 모여 만든 미국 영어는 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단지, 외부인으로 지켜보기 때문에 큰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다.
말들 사이에 뜻은 없지만 사용되는 공백 채움말에 대해 소개한다. ‘어’라는 말에서 ‘음’이라는 공백 채움말로 변화되어 왔다. 말을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이 아닌 경우, 공백 채움말을 사용하는 경우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모두에게 기억력을 증강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스피치 강사들은 불필요해 보이는 ‘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고 조언하나, 실제 생활에 써 쓰이는 공백 채움말은 말사이에 휴식을 주고 생각할 시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must’라는 단어 대신 ‘have to’ 또는 ‘have got to’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전자는 마치 유행 지난 옷처럼, 인식된다는 것이다. 아무 곳에나 갑자기 튀어나오는 ‘like’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동사역할뿐만 아니라 형용사와 전치사 역할로도 변신하는 ‘like’ 사용의 난발에 대한 어른들의 우려 섞인 걱정도 우리 사회와 닮아 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강도가 세고 즉흥적이다. 욕처럼 들리는 강한 단어들이 어른들에게는 거부감이 된다.
‘dude’에 변천사 이야기도 흥미롭다. 슈트를 입고 있으며 고지식하고 깐깐한 느낌의 단어가 시대를 흘러 오는 동안 댄디한 남자라는 표현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옷 잘 입고, 세련되고 깔끔한 인상의 남자들에게 쓰이는 단어가 된 것이다. 친구들 사이에 오가는 ‘dude’라는 단어는 친근감까지 담고 있다.
주로 진행형으로 쓰이는 ‘~ing’가 마지막 ‘g’ 소리를 내지 않고 발음하는 ‘in’으로 쓰이는 사회적 현상도 잘 소개하고 있다. 전자가 딱딱한 정장을 입고 격식을 차리는 언어라면, 후자는 편안한 평상복에 친구들과 편하게 주고받는 단어라는 것이다.
말을 강조하는데 쓰이는 ‘very’ 나 ‘so’ 같은 부사들의 자리를 강화 부사가 넘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literally’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원래 단어가 가진 뜻이 아니라 단지, 강조를 위해 문장 사이에 끼워 사용되고 있다.
현대 직장여성에서 목소리톤을 낮게 말하기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들려준다. 섹시함이 아니라 전문성이 드러나게 하기 위한 암묵적 요구다. 단지, 남자들은 그런 압력이 없이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위치를, 여성은 그 과정에 한 단계 더 다른 변화를 요구하는 게 조금 불공평해 보이기는 한다.
목소리 톤은 낮추고 떨리는 음을 발화하는 것을 보컬 프라이라고 불리 운다. 보컬 프라이가 완벽한 목소리로 인식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들려준다. 젊은 여성이 남성처럼 강하고 전문성이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쓰이는 발화법이다.
대명사의 선택도 흥미롭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 여 모두를 지칭하는 말로 ‘he’가 주로 쓰였으나 여권이 신장되면서 이런 원칙이 무너졌다. 현재, 단수로 남녀 모두를 지칭하는 ‘they’에 급부상 이야기를 규범 주의자들의 항의의 타깃이 되고 있다. 이를 대명사 전쟁이라 불리는 저자의 말을 통해, 규범과 혁신의 줄다리기는 시대마다 나라마다 모두 일어나는 지극히 당연한 자연 현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언어의 변형은 적응력, 혁신성, 창의력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는 저자의 논리가 공감이 된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뱉어내는 많은 어휘들을 언어학자의 돋보기로 사회적 현상을 보여주는 도구로도 쓰인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