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너머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리딩] -깨똥 구리
‘자신을 보호해 주는 세명의 신이 있다.’ 수년 전에 읽었던 책에서 만났던 문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라는 형체를 멀리 떨어져 보며 그 세명의 존재에 대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창으로 만들어진 의식인 자아와 영혼의 의식인 자기 그리고 그들을 포옹하고 있는 육체가 한 사람을 보호하고 있다.
‘개똥철학보다 깨똥구리가 낫다’라는 생각을 가진 저자의 홀로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의 영혼과 대화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자기와 자아의 대화를 글로 써 내려간 발상이 신선하다. 우주 원리와 우리 몸의 공통점을 전한다. 자아와 자기는 각기 뫼부우스 띠 안에 함께 존재하지만, 서로 만나지는 못한다. 그러나 둘은 우주처럼 하나다. 뫼부우스 띠 안에서 자기와 자아가 언제나 공존하도록 만들어 놓은 게 신의 섭리 같기도 하다.
발견, 인식할 수 있는 자기와, 침묵과 붕괴의 힘을 가진 자아가 서로 소통하는 힘이 커질 때 바라보는 의식 또한 커질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가끔 ‘저 사람은 차원이 달라’라는 말이 사용된다. 바라보는 의식이 커진 사람은 4차원 이상의 세계를 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인터스렐라]에서 나오듯이 사람들이 더 높은 차원으로 이동 가능해지고, 다른 차원에서 현재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깊이 있게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어렴풋하게 개념이 느껴진다.
책을 읽다 보니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고유한 능력인 ‘본능’에 대한 인식을 생각하게 된다. 인간의 이성과 감성 뒤에 숨겨진 본능을 살리고, 그 본능 데로 살아갈 때, 이성과 감성을 모두 잘 사용할 수 있는 ‘직감’이 발달할 거라는 것이다. 본능을 많이 알수록 자신을 통제하기 쉽고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결국,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너는 이 삶을 소유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배우고 있어. 소유하지 않아도 부자가 될 수 있고, 소유하지 않아도 멋진 집과 차,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굉장히 어려워 보이지만 당연하며 평화롭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는 거지.’
소유하고 싶은 것으로부터의 자유를 선물하는 글귀다. 소유에 대한 갈증이 삶을 바라보는 맑고 깨끗한 창을 더럽힌다. 소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인생을 꿈꾼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그 창을 맑게 유지시켜야 한다. 창문 안 쪽에 있는 자기와 자아의 대화가 중요함을 알 것 같다.
행운과 불운에 대한 설명도 명쾌하다. 모든 현상에 의식을 빼면, 좋고 나쁨이 사라진다. 즉 그것들을 상관없이 바라보면, 자신에게 오로시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을 때, 나로서 나아갈 수 있을 것이고, 비로소 흐름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흐름이 보이면 불운이 오면 피하는 것이 아니고, 웅크리고 있을 수 있는 지혜가 생기고, 행운이 오면 흐름을 타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행운과 불운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흐름만 있다는 것이다. 행운, 불운 여부를 따지지 말고 그 기운을 느끼며 흐름을 잘 타고 있는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려 준다.
‘믿음이란 대상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다.’
‘자기를 믿어 주는 행위가 온전한 나를 만든다.’
글들 사위에 흑백 사진들 글귀 중 강하게 인상에 남는 문구가 있다.
‘가자, 피어날지 라도...’
그 한 줄 글을 보면서 ‘가자, 피었다가 질지 라도...’라고 바꿔 본다. 꽃처럼 활짝 피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왔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꽃은 진다. 김훈의 에서 말하듯이 ‘봄의 꽃은 바람이 데려가거나 흙이 데려간다.'
영혼의 언어가 ‘시’라는 말도 공감이 된다. 칼릴 지브란이나 타고르의 시를 읽었을 때, 영혼의 개화를 느낄 수 있었기에 시집이 주는 강함이 오랫동안 남는 것 같다. 자아와 자기가 하나가 되어 대화를 할 때, 영혼이 개화한다는 저자의 말이 이해가 된다.
인성, 지성, 영성, 이 3가지가 함께 성장해야 인간이 초인적 힘을 갖게 된다. 무의식이 운명을 끌고 가지 못하게 하라는 조언이 값지다. 자기와 자아가 응원과 용기를 주고받을 때, 인간 마음 구조는 그 행위를 유지하는 힘이 생긴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
‘생각을 형상으로 만드는 힘이 상상력이다.’
인간의식 구조의 원리는 좀 더 공부를 해야겠다. 육체 영역인 9개의 잔, 정신 영역인 자아가 9잔, 영혼의 영역인 자기가 3잔이라는 것이다. 전체 21개의 잔이 균형을 맞춰 인생의 흐름에 완벽히 올라타라고 한다.
‘영’은 영원히 존재하지만, ‘혼’은 육체를 떠나면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최선을 다해 이번 생을 누리라는 조언이 여운이 되는 책이다.
홀로 나누는 대화를 심도 있게 나누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책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