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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lyn Nov 11. 2022

'다문화 가정'으로 다 퉁칠 수 있겠어?

우리다문화장학재단 톡톡리포터가 되다3

번엔 내가 면접 본 얘기 좀 해 볼까 싶다. 


첫번째 질문은 이것이었다.  

- '다문화' 정책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말해보세요


시작부터 상당히 센 질문이었다! 

소일거리로 지원했다면 여기서부터 낭패를 봤을 테지만, 그동안 맘 속에 켜켜이 쌓아두고 있던 '다문화' 정책에 대한 불만이 내 입에서 술술 풀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는 '다문화'란 용어가 없는 사회가 되는 게 진짜 다문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다문화'란 용어에는 원래 우리 한국 문화는 똑같은 것이었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로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원래부터 '다문화'입니다. 문화라는 게 똑같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리고 '다문화'라고 불리는 이주민들 역시, 하나로 묶을 수가 없이 참 다양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다문화'라는 용어 자체가 사라지고 개개인에 포커스를 맞춘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이지, '다문화'라는 딱지가 참 싫다. 

원래부터가 다양한 것이 '문화'의 속성이다. 

같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도, 같은 지역 출신이라도, 문화가 같을 수 없다.  

같은 제주 출신인 우리 부모님이 그 대표적인 예다. 서로 너무 다르단다. 


게다가 '다문화 가정'은 사실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우선, 다문화가족지원법에서 규정한 '다문화 가정'의 정의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외국인+한국 국적자(귀화자 포함)
2. 귀화자+귀화자
3. 귀화자+한국인

이 규정 안에 '귀화자'는 애매한 존재다. '한국 국적'을 땄는데도 온전한 한국인 취급을 못 받는다. 누구와 결혼하든 어찌 됐건 '다문화'가 돼버린다. '귀화'에 대해서는 뒤에 가서 얘기할 게 많으니 기대하시라.


아무튼 대중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외국인 여성+한국인 남성의 '다문화 가정'보다는 훨씬 더 넓은 범위의 것이다. 이렇게 사람 수만큼 다양한 사례들을 단순히 '다문화 가정'으로 묶어놓고 정책을 만들다 보니 여러 가지 편견을 조장할 가능성도 있다. 


'다문화 가정'은 곧잘 '사회적 배려 계층'으로 잘 등장한다. 

물론, 어떤 측면에서는 사회적으로 배려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긴 하다. 예를 들어, 한국어 교육이라든지 아까 러시아 엄마가 말했던 아이들 진학 같은 한국 정착에 필요한 정보들 말이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이라고 해서 반드시 학력이 낮고 가난한 것은 아니고 서양에서 온 결혼이주남성이라고 해서 반드시 가정적인 것도 아니다. 가난한 가정도 부유한 가정도 있을 것이고, 단란한 가정도 불화하는 가정도 있을 것이며, 연애결혼일 수도 중매결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끼리의 가정만큼 셀 수 없이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는 게 바로 다문화 가정이다. 


그렇기에, 과연 '다문화 가정'이란 말로 한꺼번에 퉁칠 수 있는 문제인가 싶다. 그리고 그게 온당한가도 싶다. 


나는 내 답변을 이렇게 마쳤다. 

그렇지만 현재 상태에서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을 없애자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분명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경우가 더 많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은 없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언제쯤이면 '다문화 가정'이라는 애매한 용어가 사라지게 될까. 



다문화가족의 안정적 가족생활을 목표로 한 '다문화가족지원법'은 2008년 3월에 처음 제정되어 같은 해 9월 22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 법에 의해 국무총리 소속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가 설치되었고 3년마다 다문화가족 실태를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다문화 가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차별을 받지 않고 내국인 가정과 동등한 의료, 교육, 안전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법 이전에도 국제결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혼혈'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로 불리던 것을 '다문화'란 용어로 대체하여 당시에는 좋은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난민, 북한 이탈 주민, 재외 동포를 포괄하지 못하면서 '다문화'라는 용어가 결혼이주민이나 그의 자녀들을 비하하는 말로 쓰이기도 하는 실정입니다. 




'다문화'는 새로운 것이 아니랍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서로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역시 전혀 다른 존재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오래된 미래인 '다문화' 이야기, 

네 번째 이야기도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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