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뛰어서 퇴근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부터 어린이집 벨을 누르기까지

by 맘앤모어

곧 퇴근시간이다.


아직 할 일이 남았지만 퇴근 직전까지 최대한 해보고 밤에 애들 재우고 마무리하던지 내일 아침에 마저 하던지 하고 퇴근해야 한다.


비가 오는 날이라 친정 엄마가 먼저 하원시켜 씻기고 먹이고 재운 둘째를 데리고 첫째 하원시키러 또 나가게 만들 순 없다. 내가 하원하러 가면 괜히 좋아서 “왜 오늘은 엄마가 왔어? 엄마가 왜 왔지? “ 하고 수차례 묻는 첫째의 그 물음을 또 들으러 가야 한다.


건물 엘리베이터가 늦을 것 같으니 계단으로 뛰어내려 가서 지하철역 가는 길까지 시간을 확인하며 부지런히 간다.

3분 남았으니 37분 지하철을 탈 수 있을 것 같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조심히 빠르게 내려가서 전광판을 확인하니 오늘은 다행히도 조금 여유가 있다.


지하철 타서 카카오톡으로 ”퇴근“을 알린다.

엄마 오늘은 내가 하원시킬 수 있을 것 같아. 비도 오는데 나오지 마.라고 해도 10번 중 9번은 엄마가 가도 되니 무리하게 오지 말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지하철도 환승하기 좋은 칸에 문 앞에 서있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내려 나가도 마음처럼 빨리 갈 수 없다.

내가 하원시키는 날은 지하철역에서 나와 뛰다 걷다 하며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저번에 혼자 남아서 외로웠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안 뛸 수가 없다.


부랴부랴 어린이집 현관에서 벨을 누르면 그제야 숨이 천천히 쉬어진다.


됐다.


문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으면 뛰어왔더니 몸에서 땀과 열이 푹푹 나고 거울에 비친 모습이 엉망이지만 기분이 좋다. 안에서 왜 엄마가 왔냐고 선생님한테부터 물어보는 목소리가 귀에 꽂힌다. 예쁜 우리 아기.


문을 열고 나오면 문이 다 열리기도 전에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한다. 예쁘다.


조그만 손을 잡고 오늘은 어떤 반찬이 맛있었냐 묻고 오늘은 누가 아직 집에 안 갔냐고 물으며 어린이집을 나선다.


오늘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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