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vity of Trust

인류 문명사 속 신뢰 중력장의 이동과 그 궤적에 대한 고찰

by 최준용

사회 구조의 변천사를 들여다보면, '신뢰의 중력장(Gravity of Trust)'이라고 하는 것이 계속해서 이동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기존 시스템의 설득력 상실이 대중의 신뢰를 끌어당기는 중심축을 바꾸고, 새로운 규범(norm)이 정착된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 질서는 사실 객관적 진리가 아니다. 그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거대한 약속'이다. 인류가 지금까지 구축해 온 모든 시스템은 사실 거대한 '설득의 체계' 위에 세워진 사상누각과 같다.


가령 "국가가 보증하는 이 종이 조각(Fiat)이 가치가 있다", "대학이 당신에게 수여한 이 학위(Degree)가 지성을 증명한다" 등 개인보다 거대한 집단설득에 대중이 강제적이든 비강제적이든 동의하고 순응했기에, 비로소 그것은 norm이 되고, 문명의 질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시스템은 태생적으로 엔트로피(Entropy)를 내포한다. 질서가 공고해질수록 그 내부에서는 기득권의 고착, 자원의 왜곡된 배분, 그리고 변화하는 현실과의 괴리 등 수많은 결함이 소리 없이 증식한다. ​이 결함이 쌓여 임계점에 도달하는 순간, 시스템은 더 이상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무게에 짓눌려 붕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붕괴는 더 정교한 norm을 형성하는데 거름이 되고 이때 인류 문명의 수준은 한 단계 도약한다. 이 흐름을 일찍이 감지하고, 새로운 규범의 형태를 상상해 보는 이들은, 다가올 거대한 문명의 수혜를 가장 먼저 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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