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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생각 Oct 18. 2022

연출의 의미: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보여주어야 하는 것

엔시티 드림 콘서트 <DREAM SHOW 2-In A Dream>



     <DREAM SHOW 2>는 멤버 불참 및 콘서트 취소라는 이전의 아쉬움이 사라질만큼 아티스트와 팬들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컨셉적인 성장을 이룬 엔시티 드림과 확신에 찬 멤버들의 모습. 콘서트 때는 다들 울기 마련이지만, 유독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진했다. 그들의 불안과 성장 과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잠실을 가득 메운 감정의 울림에 동요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감정을 계속 깨부시는 무언가가 있었으니...


     모든 콘텐츠를 관통하는 질문,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산업의 영역에 깊숙이 들어왔기에 가져야 할 서비스 제공자의 마인드이다. 그러나 콘텐츠는 좀 별나다. 성능이나 효과를 정량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예술의 영역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줄 필요도 좀 있다. 콘텐츠는 소비자들도 별나다. 누군가는 새로움을 누군가는 익숙함을, 누군가는 따뜻함을 누군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원한다. 심지어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 지 잘 모를 때도 많다. 결국 이 혼돈의 카오스 속에서 니즈들의 교집합 또는 최대 영역을 읽어내 제공하는 것이 대중콘텐츠의 성공 공식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콘서트를 위해 관객들의 니즈를 추론해보자. 청소기는 청소를 잘해야하는 것처럼 콘서트가 정말 꼭 핵심적으로 잘해내야하는 조건이 있다면 무엇일까? 아무래도 음악과 퍼포먼스 아닐까?



    직접 듣는 음악과 직접 보는 퍼포먼스. 콘서트가 스튜디오가 아닌 '무대'에서 펼쳐지는 이유다. 삐까번쩍 조명과 커다란 스크린 등 모든 장치들은 아티스트와 음악을 더욱 멋지게,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설치된다. 그러나 이번 콘서트 속 '무대'는 그 역할을 얼마나 제대로 수행해냈을까? 전체적으로 높은 퀄리티와 팬들의 만족도에 가려졌던 <DREAM SHOW 2> 동선연출의 아쉬움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좋은 연출도 당연히 많았다!! 무대 동선과 중/후반부 일부 구간에 대한 이야기다..)






1. 돌출무대



    돌출 무대는 가장 콘서트다운 공간이다. 커다란 공연장 곳곳에 깊숙이 음악과 퍼포먼스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 이러한 돌출 무대의 형태는 아티스트의 동선을 확장하여 공연 연출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기본 틀이된다. 그렇기에 콘서트 좌석표가 공개되면 사람들은 대략적인 무대 동선을 떠올릴 수 있고 이에 따라 원하는 좌석을 예매한다. 기대감이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려내는 이 순간부터가 콘서트 경험의 시작이다.


    드림쇼2의 좌석표를 보자. 중앙 돌출무대 하나와 8시 25분 7초를 가리키는 세갈래의 미니 돌출무대. 이 형태는 어떤 방식으로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까? 아마 중앙에 모여있던 멤버들이 방사형으로 퍼져나가는 그림, 또는 모여들어 하나가 되는 그림을 가장 효과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독무와 독창, 군무와 화음의 특성을 공간 특성과 결합시켜 음악과 퍼포먼스가 주는 힘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 저 세 갈래가 해내야 할 역할이었다. 좌석표가 뜬 후 팬들은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을 안았다. 순환형 무대구조라는 쉬운 선택지를 가져오지 않은 것에 대한 우려와 독특한 만큼 합당한 임팩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 두구두구두구두구... 팬들에게 돌아온 것은 전자, 고여있는 에너지였다.


    가장 아쉬웠던 구간은 <Chewing Gum>에서부터 <고래>까지의 진행을 포함한 중반부였다. 첫사랑 4부작이라는 데뷔 초의 설렘과 성장을 성공적으로 담아낸 초반부, 그 힘을 모아냈어야 할 중반부가 무너졌다. 분침을 표현한 돌출 무대에 '앉아'서 진행된 위의 약 3곡은 그라운드 구역의 절반 이상을 등진 채로, 대형 스크린이라는 무대 효과의 힘을 뒤로한 채로 진행되었다. 좋다, 잔잔한 에너지 그것이 의도였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후반부의 강렬한 사운드를 받아낼 수 있는 새로운 길을 그려내 줘야했다. 중반부 곡들을 아우르는 컨셉은 ‘너에 대한 몽글거리는 마음’인 만큼 이를 전달하기 위해선 세밀한 감정을 들여다 볼 여유가 필요하다. 팬들과 눈을 맞추며 노랫 속의 사랑받는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거나, 사랑에 빠진 감정을 연기와 노래에서 읽어낼 수 있게 하는 여백. 그러나 그 뒤 <주인공> 무대로 이어진 것은 7명이 계속해서 함께 뭉쳐 돌아다니는 동선이었다. 그렇게 관객들의 시선은 하나의 덩어리를 의미없이 따라다니게 됐다. 가까웠다 멀어지는 원근의 리듬감이 없이 좌우를 배회하는 시선. '함께'를 말하는 곡들도, 군무의 에너지가 필요한 곡이 아니었음에도 관객들의 시야는 트이지 못했고 헬로퓨처의 가사가 무색하게 엔트로피는 거꾸로 잠겨갔다.





2. 구조물



    그 이후 유리벽의 구조물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드림이 보여주지 않았던 본격적인 섹시함을 어필하기에 좋은 요소였고 다들 열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첫번째 아쉬움은 앞서 쌓아둔 에너지가 없었다는 점이다. 사랑스럽고 간지러운 감정이 시각적으로 구현되어있는 상태에서 반전을 주는 대비감, 혹은 '함께 행복했던 멤버들이 헤어지고 갇혀버렸다!' 라는 스토리적인 연속성이 있었다면 훨씬 큰 임팩트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받쳐 주는 힘이 없는 타이밍에 등장한 구조물은 순간적인 분위기의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두번째 아쉬움은 구조물의 크기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공연장인 잠실주경기장의 한 가운데에 있기에는 구조물이 좀 작다. 고척돔에서 스타디움 급으로 급히 확장된 사실을 감안해야겠지만, 어쨌든 최종 결과물로선 그렇다. 구조물의 규모가 아쉽다면 다른 연출 요소들로 채워줄 필요가 있으나 앞서 쌓아둔 에너지가 없었다는 점이 여기서도 아쉬움으로 삐져나온다. 그리고 네 개의 구조물 간의 거리를 좁게하거나 조명 너비를 조절하여 큰 하나의 구조물로 기능하게 할 수 있는 여러 개선 방안을 강구해볼만한 시간은 있었다...

 


선형 요소가 강조된 구조물은 분명 연출가 리노상의 장점이고 개성이다. 잘 사용하면 콘서트의 시그니처와 아이덴티티가 되고 세련미를 준다. 그러나 목적을 가지고 사용되어야하고 큰 그림을 놓쳐서는 안 된다. 팬들이 보고싶은 것은 구조물이 아니라 구조물을 통해 완성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3. 토롯코


    이전의 <Neo City:Seoul-The Link>에서도 관객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가장 많았던 것이 바로 이동차의 활용이었다. 이동차라 하는 것은 본디 넖은 공연장 깊은 곳까지 에너지를 전달하고 팬들 더 가까이에서 눈을 맞추는 공간이다. 그런데 리노상은 자꾸 이곳에서 무대를 펼치려는 시도를 한다. 물론 이동차 또한 하나의 발판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최소한의 무대로서의 구성 요건을 갖추고 <오르골> 무대처럼 템포와 컨셉이 맞아 떨어졌을 때의 이야기다. <GO>라는 반항의 춤을 덜컹거리는 이동차에서 소심하게... 텅 빈 거리에서 엑셀을 밟는 <Riddin'>을 느리게 이동하며 보여줄 필요가 굳이 있을까? 애매한 댄싱보다 총의 형태로 된 공 쏘는 기계를 들고 있는 이미지 자체가 오히려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뭐, 그럴 수 있다. 강렬한 음악도 배경음악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역시나 토롯코 이동 전, 앞의 무대 구다리가 판을 깔아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4. 보조 스테이지


    GO, BOOM, Riddin'이 토롯코에 갇히며 후반부 강렬한 사운드 맡게된 앞선 구다리의 <Diggity>와 <Fire Alarm>. 그러나 그들도 스피커 타워 사이 보조 스테이지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세찬 바람을 맞는 노래와 미쳐 날뛰는 에너지의 무대를 조명도 제대로 닿지 않는 조막막한 무대에서 해야했던 이유...가... 뭘까? 관객들은 콘서트 중반을 지나오면서 한 번도 잠실의 규모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맞이한 후반부가 작디작은 무대에서 시작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자각했을 때, 이 드넓은 주경기장이 너무 아까워졌다.


  각 좌석 구역의 관객들은 자리의 특성에 맞춰 원하는 것과 포기한 것이 있다. 그라운드는 무대 가까이서 얻는 강렬한 현장감 대신 전체적인 그림과 체력을 포기한 사람들이고 반대로 좌석은 안정적이고 넓은 시야 대신 거리를 포기한 사람들이다. 보조 스테이지는 정확하게 반대의 것을 전달했다. 그라운드에게는 체력을 아낄 수 있는 전체적인 뒷모습, 좌석에게는 애매한 현장감과 좁은 시야. 보조 스테이지는 주경기장을 포함한 누구의 니즈도 충족시키지 못한 공간이 되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곡의 컨셉과 흐름, 의도, 다른 연출이 받쳐준다면 괜찮겠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그렇게 내 시야는 <Trigger the fever>가 나오기 전까지 중후반부를 어리버리 배회했다.








    엔시티 직전의 SM 보이그룹 엑소의 콘서트는 재미있고 만족도 높기로 소문났다. 그 중 엑소 레전드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두 영상. 왜 위의 두 연출을 사람들이 좋아하고 레전드로 회자하는 걸까? 관객의 시야와 시선을 지휘하는 시각적인 흐름, 모든 사람들이 같은 장면을 느끼는 규모감과 연대감, 각각의 요소들이 결국 드라마틱한 음악의 힘으로 이어지는 완결성이 아닐까? 대규모 콘서트장을 최대로 활용하고 에너지를 가득 채우는 에스엠의 연출 스타일이 엔시티까지 이어지지 않았음을 사람들은 아쉬워하고 있다. 그 아쉬움은 정확하게 <DREAM SHOW 2>를 조준한다. 보여주고 싶은 것은 많다. 7드림의 의미가 담긴 숫자들, 세련된 구조물, 모든 발 딛는 곳 활용. 모두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한 시도다. 그러나 정말 보여주어야 하는 것을 간과한 채 구성된다면 그 어떤 좋은 요소라도 연출자 욕심의 파편으로만 비춰질 뿐이다.


  연출자들은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닌 보여주어야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나 아티스트가 중심이 되는 엔터 산업에서 연출자의 자아는 아티스트의 자아를 침범하고 방해하게 될 확률이 높기에 더욱이 기본 니즈 충족이 선행되지 않으면 쉽게 비판의 대상이 된다. 어제까지는 찬양해놓고 선을 넘는 순간 하루 아침에 비난의 화살을 꽂는 매정한 ’빠순이‘들의 세계. 엔터를 둘러싼 종사자들의 자아는 숨길수록 좋다. 억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아이돌 산업이 파는 것은 음악과 아티스트고 종사자들이 연출해야 하는 것에는 아티스트의 자아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엔시티는 네오함을 표방하며 새롭고 힙하고 다이나믹한 어떤 것을 대표하는 대명사였다. 그러나 엔시티의 활동 방향이 흔들리는 사이, 이들이 독점하고 있던 컨셉적 포지션은 여러 아티스트들의 표적이 되어 여러 그룹으로 흩어졌고 그들은 파생된 네오를 자신들만의 색깔로 소화시켰다. 물론 그 사이 엔시티도 실력, 팬덤 규모 등 다방면에서 성장했다. 보란듯이 잠실 주경기장에 입성하는 탑 아이돌이 되었지만 어째 빼앗긴 색은 그대로인 것만 같다. 최근 앨범으로 올수록 앨범을 관통하는 결을 느끼기 어렵고, 반복도 반전도 아닌 어정쩡한, 실망조차도 새롭지 않은 시도들이 엉켜있다. 내가 느낀 콘서트의 아쉬움도 그 맥락 위에 있다. 그러나 <DREAM SHOW 2>에 그 아쉬움을 덮는 강력한 힘이 있는 이유는 보여주어야 할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대단한 사람들의 퍼포먼스, 단단해진 마음, 주체성을 갖겠다는 의지, 눈물 없는 새로운 시작을 말하는 멤버들 앞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엔시티만의 색. 4세대의 핵심은 역시나 주체성있는 메시지다. 최근 NCT 127 <질주> 활동 또한 멤버들의 말뚝박힌 의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진짜 엔시티의 색을 조금씩 뿜어냈다. 지금의 고요한 채도는 네오함보다 더 깊은 곳에 있었던 엔시티의 진짜 정체성이 밀려오기 전 폭풍전야가 아닐까. 투더월ㄷ여긴엔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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