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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의 부주의가 이렇게 큰 사고

by Ding 맬번니언

정말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스티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다. 아버지가 슈퍼, 한국의 이마트 같은 곳에서 넘어지셨다는 것이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큰일이 아니길, 단순한 실수로 끝나길 간절히 바랐다. 나는 스티븐에게 신신당부했다. “잘 알아봐. 꼭 의사에게 정확히 확인받아.”


잠시 후 다시 걸려온 전화에서 스티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아버지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했다. 이미 병원으로 옮겨졌고, 어머니는 크게 놀라 많이 힘들어하고 계셨다고 했다. 두 분이 아버지를 병원에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뒤, 스티븐은 어머니를 안정시키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자세히 들었다.

그날의 상황은 이랬다. 두 분은 장을 보고 계산을 마친 뒤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잠깐 볼 게 있다며 다시 매장 안으로 들어갔고, 아버지는 입구 근처에서 기다리고 계셨다고 한다. 그때 한 직원이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카트를 밀다가, 그만 아버지를 강하게 부딪쳐버린 것이다. 균형을 잃은 아버지는 그대로 넘어지셨고, 결국 병원으로 실려가셨다. 검사 결과, 관절에 골절이 생겼다고 한다. 수술이 필요하시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순한 사고처럼 들리지만, 노인에게 넘어짐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다. 통증보다 더 큰 문제는 회복까지의 시간과 그 과정의 고통이다. 게다가 어머니는 그 모든 장면을 눈앞에서 보셨으니, 마음의 상처도 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상황을 그냥 넘어가지 않기로 했다.


스티븐의 아버지는 이번 사고로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누군가의 부주의가 한 사람의 생명을 위협한 사건이었다. 우리는 곧바로 슈퍼에 상황을 알렸고, 다음 날이 되기도 전에 슈퍼에서 높은 사람들에게 세 번이나 전화가 걸려왔다. 사과와 함께 경위를 확인하려는 전화였다.


돌이켜보면, 평범한 일상 속 한순간의 부주의가 이렇게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 우리는 모두 바쁜 하루를 살아가며, 때때로 주변을 세심히 보지 못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하루, 누군가의 삶은 그 짧은 순간의 무심함으로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 일을 겪으며 나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사람의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 오늘 웃던 사람이 내일 병원에 누워 있을 수도 있고, 지금 함께 있는 누군가가 내일은 곁에 없을 수도 있다. 어쩌면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더욱 소중히 살아야 한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비난도, 원망도 아니다. 아버지가 하루빨리 통증 없이 걸을 수 있기를, 어머니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이 일이 다시는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지 않기를 — 누군가의 작은 부주의가 또 다른 이의 고통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트램을 운전하면서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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