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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넘게 기다리면서 행복이 픽업도 스티븐이 대신했다

by Ding 맬번니언

호주에서 스티븐의 가족들과 함께 산 지 19년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한 가지를 배웠다. 화를 내지 않는 것이다. 나는 화가 많은 사람이다. 한국 식구들은 그랬다. 하지만 화를 내지 않으면 좋은 점이 많고 오늘은 그 배움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날이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상황이었지만, 나는 참고 또 참았다. 톰과 점심을 먹기 위해 박스힐에 갔고, 그곳에서 고장 난 휴대전화를 맡기기로 했다. 수리비를 십만 원 정도 깎아주겠다는 말에 흔쾌히 맡겼다. 두 시간 정도면 된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세 시간쯤 지나자 불안해졌다. 결국 나는 더는 기다릴 수 없어 “고쳐지면 연락 주세요”라고 말하고 박스힐을 떠났다.


3시간 넘게 기다리면서 행복이 픽업도 스티븐이 대신해 줬다. 저녁 6시가 되어 전화가 걸려왔다. 반가운 마음에 받았지만,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수리가 내일까지 걸릴 거라고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엔 추가로 십만 원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렇다고 했다. 순간,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이럴 때 화내면 더 피곤해질 뿐이야.’


그렇게 화를 삭이고 저녁엔 행복이의 풋살 경기가 있었다. 경기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상대 팀은 너무 강했고, 점수 차이는 점점 벌어졌다. 10대 0, 그리고 11대 0으로 벌어졌다. 아이들 얼굴에는 지쳐가는 표정이 역력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경기 종료 1분 전, 행복이가 골을 넣었다.


그 순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잘했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어!”

경기는 11대 1로 졌지만, 마음은 이겼다. 오늘 하루는 잔잔한 시험 같았다. 화가 나는 일, 실망스러운 일, 그리고 그 속에서도 참아야 하는 순간들. 그 모든 순간을 견디며,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인생은 참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고, 그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진짜 승리다.


부정적인 순간에도 마음먹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오늘 경험으로 다시 배웠다. 그리고 행복이에게 말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늘 강한 팀과 경기를 하게 될 거야.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점수로 이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단다.”


조금 더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오늘의 마지막 골처럼 그 마음이 자라나길 바란다. 그리고 인생은 늘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할 것이다. 긍정적 혹은 주정적으로 반응할지는 우리의 몫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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