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ADHD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도 이길 수 있다. 행복이는 테니스에 유난히 감각이 좋은 아이였다. 라켓을 쥐는 손의 힘, 공을 바라보는 눈빛, 그리고 공이 라켓에 닿는 순간의 경쾌한 소리까지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나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이건 타고난 거야’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그 믿음이 흔들렸다. 내년 6학년 여름 스포츠 종목을 정하는 날, 행복이는 테니스 반에서 떨어질 뻔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그리고 곧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네가 제일 잘하는 게 테니스인데, 그것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건 네 잘못이야.”
그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 순간, 나는 이미 후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은 되돌릴 수 없었다.
사실 나는 알고 있다.
행복이가 단순히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그 아이는 ADHD를 가지고 있다. 집중이 쉽지 않고, 차분히 기다리는 일은 늘 어려운 일이다. 시합에서도, 테스트에서도, 마음이 먼저 달려가 버린다. 그래서 행복이의 결과는 언제나 실력보다 낮게 나온다.
오늘 나는 그걸 잊고 말았다. 결과에만 매달리던 세상의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봤다. 그 순간, 나는 아빠가 아니라 세상이 되어 있었다. 돌이켜보면, 재능보다 더 강한 건 꾸준함이고, 꾸준함보다 더 큰 힘은 이해다.
ADHD는 때로 아이가 가진 유일한 재능을 이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사랑과 인내는, 그 어떤 장애도 이길 수 있다고.
오늘의 나는 다시 배운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통해 배우는 법을.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