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2002년. 8살의 민수.
미세하게 열려있는 베란다 창문 사이로 따스한 햇살이 새어 들어오고 있다. 방충망에 달라붙어있는 벌레가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 민수처럼 따스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엄마. 어젯밤에 창문 안 닫았어요?”
”아니? 엄마가 잘 닫았는데. 왜? “
[벌레가 어제 엄마아빠 싸운 거 봤을까 봐요.]
“아니 그냥.. 안 닫으면 밤에 춥잖아요. “
“민수 너 어제 추웠구나.”
민수의 엄마는 오른손을 뻗어 수도꼭지를 비틀고 거대한 대야에 담겨 있는 연한 검은색 물과 거품을 하수구에 버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근데 민수야. 이불에 오줌을 왜 자꾸 싸는 거야. 이불에 오줌 안 싸는 게 엄마 힘들게 안 하는 거라고 했어 안 했어? “
[엄마. 사실은 제가 자기 전에 오줌이 너무 마려웠는데 문 열면 아빠가 있을까 봐 무서워서 못 열었어요. 그래서 그냥 이불에 쌌어요 죄송해요 엄마.]
“네.. 엄마 힘들게 안 할게요. 죄송합니다. “
“있다가 옆집 세진이네 가서 소금 받아와라. “
“네.. “
민수는 검지손가락으로 베란다 문틀에 있는 먼지를 한 곳으로 모으고 있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뉘앙스를 풍기며.
“저.. 엄마..”
2022년. 28살의 민수.
“저.. 엄마..”
쿵!
——
“아오..”
배게옆에 놔둔 휴대폰이 침대밑으로 떨어진 거라고 확신한 민수는 옆으로 누운 다음 오른손을 침대 밑으로 뻗어 휴대폰을 찾고 있다. 몇 번 휘적거리니 둔탁한 물체가 느껴진다.
“아오.. 왜 자꾸 떨어지는 거야.. “
화면을 터치하니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키운 강아지 머리 위로 5:40 이 표시되어 있다. 알람이 울리기까지 30분이나 남았다는 사실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고 있다.
“아~ 오랜만에 빼찌 보고 싶네ㅋ“
협탁 위에 있는 1만 원짜리 전자담배를 힘껏 빨며 침대에 걸터앉은 민수는 방금 전까지 꾼 꿈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려 애쓰고 있다.
“나 어렸을 때 오줌싸개였나 보네ㅋㅋ 그나저나 엄마한테 무슨 말하려고 한 거지?”
요즘 들어 민수는 어렸을 때 꿈을 자주 꾼다. 딱히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꿈이다. 개꿈이라고 생각하려다가 꿈에서 본 엄마가 슬퍼할 것 같다는 생각에 단념했다.
“에휴.. 그날의 일을 겪고도 부모는 부모인 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