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사랑하는 방법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
신해철의 ‘나에게 쓰는 편지’ 후렴구다. 내 학창 시절을 관통했던 노래 중 한 곡이다. 당시에는 그냥 멜로디가 좋아서 따라 부르곤 했지만 지금에 와서 가사를 곱씹어 보니 이렇게 철학적일 수가 없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허망함과 불안감, 그 와중에도 내 안에서 힘을 돋워주는 소중한 기억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에라 모르겠다. 노래나 듣자. 나이가 들수록 취미 생활 하나 영위하기도 벅차다. 음악을 틀어놓고 조용히 듣는 것만이 낙이 된 지 오래다. 사실 이것도 예전만큼 흥분과 기쁨을 전해 주진 않지만.
취미에 대한 이런 그림이 있다. 취미라고 다 같은 취미가 아니다. 이성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참고하면 되겠다. 저기 위에 고고하게 자리한 ‘클래식 감상’을 보자. 포스는 보통 수준이지만 품위는 높은 편에 속한다. 음악을 즐겨 듣는 나도 클래식으로 장르의 저변을 좀 넓힌다면 충분히 품위 있어 보이는 리스너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겠다. 물론 농담이고, 사실 음악 장르도 그렇고 취미에 귀천이 어디 있겠는가. 직업에도 없다는데.
어쨌든, 음악 감상과 오디오 취미는 마음먹기에 따라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고 통장을 텅장으로 만들기 아주 쉬운 분야이기도 하다. 자동차, 카메라와 함께 패가망신의 3대 악취미에 괜히 꼽히겠는가. 그래도 소중한 나의 취미 생활을 되살려 보자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한 발짝만 더 내딛기로 했다. 음악 감상이라는 취미에.
음악을 듣는 방법과 매체는 짧은 시간 동안 편리한 쪽으로 진화해왔다. 커다란 면적의 LP, 짤그락거리는 귀여운 카세트테이프, 작고 얇은 CD에 이어, MP3 플레이어의 대 유행 시대를 지나 요즘은 스마트폰에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한 달에 8천원이면 노래를 마음껏 골라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편하다. 음반을 사러 갈 시간을 들일 필요도 없고, 흠집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음반을 번거롭게 휴대할 필요도 없다. 음악을 듣는 과정은 분명 편리해졌다. 그러나 편의성이 좋아졌다고 음악에 대한 애정도 함께 높아졌을까? 내 생각은, 아니다. 음악을 듣는 재미는 전보다 확실히 덜하다. 왜? 음악 듣는 게 취미라 말할 수 있을 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게 됐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인기곡을 쭉 정렬해버려 그저 출퇴근길의 개인 BGM으로 듣게 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음악의 내면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겠다.
그렇다고 이 취미에 끝장을 보겠단 마음을 가질 재정적 여유는 없다. 오디오 취미의 종착점은 ‘집짓기’라고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난다. 이 취미는 아마 청음실이 포함된 집을 하나 새로 지어야 만족스럽게 결말을 지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꿈은 클수록 좋지만 그렇다고 지금 같은 주택값 고공행진 시대에 그런 꿈은 로또 당첨 시 행동 계획이라는 망상만큼 사치일 뿐. 그럼 다시 생각해보자. 음악 감상의 최종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음악을 듣는 내가 즐겁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러면 음원 스트리밍 시대에 음악을 즐겁게 듣는 방법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음반을사보자. 카세트 플레이어나 CD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던 때는 음반을 곧잘 샀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그 빈도가 현저히 줄었다. 그마저도 내가 좋아하는 걸그룹 러블리즈의 앨범이 나올 때만 휙휙 구매하고 포토카드 등의 내용물만 쓱 구경한 뒤 다시 집어넣는 게 전부다. 심지어 음반은 틀어 보지도 않는다. 노래는 유튜브에서 듣기 때문이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니, ‘음악을 듣기 위한 음반’을 구매해보자. 플라스틱 조각을 사는 게 아니라 사람이 만든 하나의 작품을 내 소유로 만드는 고고한 행위다.
뭘 사야 할지 모르겠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것도 좋겠다. 도입부에 인용한 가사를 보면 알겠지만 나는 신해철을 좋아한다. 무한궤도와 솔로 시절, 넥스트, 모노크롬, 비트겐슈타인, 영화 OST 등 대부분의 음반을 소유하고 있다. 한 장 한 장에 내 추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아티스트의 스토리와 그의 마인드를 살펴보면서 감상하면 더 좋다. 온전히 한 사람의 인생을 그의 음악과 함께 느끼는 거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의 생각과 발언들은 내가 청소년일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제는 더 이상 마왕 신해철의 신곡을 들을 수 없지만, 그의 음악은 내 기억 속에서 앞으로도 오랜 시간을 함께 할 것이다. 내 인생에 깊숙하게 자리한 아티스트가 있다는 건 얼마나 황홀하고 멋진 일인가.
그럼 음반을 사러 길을 나서자. 인터넷으로 쓱싹 주문하지 말고, 이왕이면 외출의 목적을 오로지 ‘음반 구매’로 두어 매장에 직접 가보자. 음반을 사는 일은 무척 번거롭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을 사러 매장에 방문하고, 수많은 음반 중 내가 원하는 걸 찾고, 결제하고, 집에 돌아오기까지의 설레는 시간을 보낸 후 플레이어에 음반을 걸고 앨범 재킷을 만지며 음악을 듣는 모든 행위에 나의 노력이 담겨 또 다른 경험과 추억이 된다. 한 마디로, 음악에 내 오감을 집중해 듣는 거다.
안타깝게도 요즘엔 음반 매장을 구경하는 일이 무척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굵직한 곳이 곳곳에 남아 나 같은 사람들을 반겨준다. 내 기억에는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가 아주 인상적인 곳으로 남아있다. 이곳은 LP의 비중이 매우 높은데, 재킷만 구경해도 황홀해진다. CD도 많고, 이어폰도 많이 비치되어 있다. 샘플 CD로 음악을 들어보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여기가 바로 천국이다.
음반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건, 좀 귀찮아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아니, 제대로 음악을 들으려면 귀찮고 번거로워야 한다. 나의 시간과 수고가 담긴 음반을 차분히 들으며 몰입할수록 몰입감과 만족감은 높아진다. 매장에 가서 음반을 사자. 꼭 새 음반이 아니어도 좋겠다. 알라딘 중고서점의 음반 코너, 회현 지하도상가의 LP 가게, 동묘 구제시장에 있는 카세트테이프도 아주 좋다.
글을 쓰는 김에, 알라딘 중고서점을 오랜만에 들러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새 음반만 파는 레코드점보다 중고 음반 매장을 더 선호한다. 중고서점에 가서 책은 안 보고 음반을 더 많이 구경하는 게 어딘가 이상하지만, 뭐 어때. 생각지도 못했던 음반을 발견할 때의 그 짜릿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수납장 맨 윗단부터 차근차근 훑어본다. 오늘은 뭐가 있을까 두근두근.
음반을 산 후 카페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은 꿀맛이다
역시 이번에도 나의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다. 오늘 건진 물건들은 쌀쌀한 날씨에 잘 어울리는 쓸쓸한 라쎄린드, 월요일 새벽 감성을 자극하는 리알토, 추억의 밀레니엄 밴드 더콜링, 연말 분위기를 북돋워 줄 케니지, 가을 겨울 전용 감성 발라더 윤건, 한국 힙합 1세대의 패기와 추억이 담긴 대한민국 1999 컴필레이션 등. 총 3만3천원이다. 대체적으로 상태도 매우 좋고 가격도 싸다.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나는 일본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라 일본 음반도 자주 사곤 했다. 우리나라에 아직 일본 문화가 정식으로 개방되기 이전에는 해적판 CD가 음지에서 활성화되기도 했었는데 인터넷 쇼핑이 발전하면서 일본 음반도 구하기 한결 쉬워졌다. 그때는 일본 음반을 중고로 판매하는 사이트들을 줄줄이 꿰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입고 상품을 확인하기도 했다. 쉽게 구할 수 없던 음반들을 손에 넣었을 때의 쾌감과 전율! 한정 생산 음반이라면 더욱 배가 되는 효과! 작고 귀여운 8cm 싱글을 모으는 잔재미도 쏠쏠했었다.
지금은 음반 시장 자체가 많이 줄어들어서 그런지 일본 CD를 살 수 있는 쇼핑몰도 찾기 어려워졌다. 그나마 가끔씩 이용하는 온가쿠, j-music21 등의 몇 군데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새 입고 업데이트가 예전만 못하지만, 종종 생각날 때면 들어가서 살펴보고 추억에 잠긴다. 끌리는 게 있으면 구매도 하고.
내 학창시절의 한 편을 장식했던 X-JAPAN, hide, L’Arc~en~Ciel을 비롯해, 인기가 많진 않아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cune, RAZZ MA TAZZ 등 어중간한 옛날 밴드들의 음반도 많이 샀다. 특히 얘네 음반은 사고 싶은데도 우리나라 중고 음반 쇼핑몰에서는 도무지 찾을 수 없을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 최후의 수단으로 일본 야후 옥션에서 직접 음반을 검색하고 1~2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더해 구매대행으로 받아보기도 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기 힘든 음반들은 이렇게 온라인 샵에서 구경하며 사보자.
음반을 샀다면 이제 제대로 들어보자. 현장감 넘치는 악기 소리, 생생한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해 좋은 이어폰과 헤드폰, 스피커를 찾자.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로 음질의 변화를 꾀하며 음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별생각 없이 번들 이어폰을 사용하고 있었다면, 약간의 투자로 번들을 벗어나기 좋은 기회다.
사실 인터넷 리뷰를 통해서 자신의 성향에 맞는 리시버를 구매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되도록 직접 들어보고 구매하기를 권한다.
여러 군데의 청음샵을 들러보자. 서울에서 유명한 곳은 대학로 이어폰샵, 청담 셰에라자드, 홍대 사운드스토어, 강남사운드연구소, 광화문 교보문고 등이 있다. 교보문고는 대중적인 제품이 많고 마음 편하게 들어볼 수 있다. 마니악하지 않고 가벼워서 좋다. 개인적으로는 대학로 이어폰샵을 추천한다. 공간이 넓어서 쾌적하고, 입문용 제품부터 중고급형까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나는 몇 년 전에 강남사운드연구소를 취재 지원 차 들렀다가, 뭐에 홀렸는지 나중에 따로 찾아가 이어폰을 덜컥 샀었다. 그전까지는 아이폰에 딸려있던 이어폰을 그냥 쓰고 있었다. 물론 그것도 훌륭했지만, 이 청음과 구매 경험이 내게 상당히 특별하게 자리매김했다.
내가 샀던 건 오디오플라이의 AF140이라는 이어폰이었다. 브랜드도 처음 들어봤었고, 가격은 20만원이 넘었었는데 자연스러우면서도 풍부한 음색 표현과 편안한 착용감에 매료되어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 나중에 찾아보니 AF140은 스테이지 모니터링 이어폰 중 하나로 다이내믹 드라이버 1개, 밸런스드 아마추어 2개가 탑재되어 나쁘지 않은 평을 들었던 제품이었다. 그리고 오디오플라이는 뮤지션들이 모여 만들어진 브랜드였다고 한다. 괜히 더 멋지게 느껴졌다.
이어폰 자체에 빠지면 이렇게 될 수도 있다. 이건 어떤 음색일까, 저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한데 일일이 들어볼 수도 없어서 인터넷으로 하나씩 사다 보니… 마음에 드는 것도 있었지만 산 걸 후회하는 제품도 있었다. 충동을 잘 제어하면서 자기 취향에 맞는 음색의 이어폰을 찾을 수 있게 청음샵에서 제품을 많이 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인터넷에서 다들 좋다고 하는 이어폰도 정작 실제로 들어보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자 이제 들을 준비가 되었다. 그렇다면 음악을 감상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자. 음반을 들을 때는 트랙을 쓱쓱 넘겨버리지 말고, 하나의 앨범에 아티스트가 의도한 순서대로 차분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쭉 감상하는 걸 추천한다. 한 때 <명작>이나 <플래티넘 발라드>, <MAX>, <NOW> 등의 컴필레이션 앨범들이 붐을 이뤘던 때가 있었고 나도 그것들을 즐겨 듣기도 했다. 차라리 컴필레이션 ‘음반’은 괜찮다. TOP 100 인기곡 위주로 정렬된 걸 끌어와 듣는 습관은 당분간 멀리 해보자. 개인적으로는 아티스트의 작품으로서 음악을 대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단일 앨범을 통째로 듣는 행위에 일종의 경외감을 갖고 있다. 앨범에 담긴 메시지, 혹은 아티스트의 고뇌에 찬 시간의 흔적들을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운동, 업무 등 마음에 여백이 생겼을 때 자연스럽게 음악을 틀곤 한다. 심심한 기분을 채워주는 건 좋지만, 아무래도 BGM으로써의 음악은 그저 한쪽 귀로 들어와 다른 쪽 귀로 흘러가버리는 ‘소리’에 불과한 게 아닐까. 시원하지도 뜨겁지도 않은 밍밍한 물 같다. 여유가 생길 때, 작정을 하고 음악에만 집중하겠다는 생각으로 들어보자.
그래서 어느 날 구매했던 게 바로 코원 플레뉴 D다. FLAC 같은 고음질 음원 파일을 넣어서 듣는 플레이어다. 음질이야 무척 깨끗하고 깊고 풍성하고 좋지만, 출퇴근 길에 챙겨야 하는 물건이 늘어나니 당연히 불편하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면 필연적으로 인터넷 브라우저를 켜고 뉴스를 검색하고 커뮤니티를 눈팅하고 게임도 한 판 하고, 음악은 아웃 오브 안중이 된다. 그래서 고음질 플레이어가 있으면 스마트폰은 아예 주머니 깊숙이 넣어 버릴 수 있다. 플레뉴 D는 음악에만 집중하겠다는 나의 의지가 지름으로 발현된 바람직한 예시 중 하나다.
다음 곡으로 넘기고 싶은 걸 꾹 참으며 음반을 하나씩 듣는 일이 도무지 답답하다면, 이런 방법을 써보자. ‘인생 곡 플레이리스트’를 짜보는 것이다. 나는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해 들을 정도로 좋아했던 음악들을 연도별로 정리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가끔씩 이 플레이리스트를 쭉 들을 때면 내가 살아온 시간의 자취를 다시금 떠올려보게 된다. 어느새 나를 예전의 기억 속으로 인도하는 위대한 음악의 힘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나의 개인적인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해볼까. 내가 커가면서 하루에도 열 번이 넘게 반복 재생해 들었던 곡을 모았다. 이걸 듣고 있으면 내 인생 일기를 훑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코리아나 – 손에 손잡고 (온 나라가 평화로워지는 분위기를 몸소 체험했다)
• 변진섭 – 새들처럼 (가사 뜻은 몰랐어도 우리 집안 분위기처럼 행복했다)
• 서태지와 아이들 – 난 알아요 (이 곡을 통해 동요를 졸업했다)
• 잼 – 우린 멈추지 않는다 (나는 촌뜨기 어린애였지만 마음만은 오렌지족이었다)
• Cinderella – Don’t Know What You Got (아름답게 울부짖는 록발라드의 멋짐을 알려준 노래)
• 마로니에 – 칵테일 사랑 (예쁜 노래에 예쁜 마음이 담긴다)
• 녹색지대 – 사랑을 할거야 (하모니의 위엄을 깨달았다)
• The Mamas & The Papas – California Dreamin’ (좋은 노래는 언제든 다시 회자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언타이틀 – 날개 (슬슬 사춘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 오락실 – 後 (지금도 자주 듣는 노래 중 하나)
• god – 어머님께 (효자가 되어야겠다는 눈물의 결심)
• 넥스트 – 아버지와 나 (아빠가 무뚝뚝할 수 밖에 없던 이유, 내가 앞으로 가게 될 길, 뒤돌아 보게 될 삶의 모습)
• X-JAPAN – ART OF LIFE (당시의 요시키는 어쨌든 멋진 사람이었다)
• MC Sniper –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내 안의 정의감이 불탄다)
• RAZZ MA TAZZ – orion (흔한 일본 팝밴드의 임팩트 없는 노래가 내 인생곡 베스트 No.1이 되었다)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CD 장사해도 되겠다고, 쓸데없는 거 그만 좀 사라고. 그 말씀을 듣고 생각해보니, 나는 분명 잘한 것 같다. 실용적으로 보면 쓸데가 없는 물건들에 불과하지만 쓸모 그 이상, 내 마음의 위안이고 즐거움이고 추억이며 행복이었던 흔적들이니까. 그걸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고 머릿속에 그릴 수 있으니까.
음악을 듣는 건 분명 훌륭한 취미다. 가뿐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고, 약간의 돈과 시간을 들이면 그 이상의 만족감을 얻을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흘러가 잊혀진 노래라도, 그 노래가 담긴 몇 분의 시간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각과 인생을 바꿔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나도 요즘 음악을 듣는 행위에 무감각해지고 지루해지려 할 즈음, 이런 작은 글을 쓰며 다시 인생에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재미있다. 행복하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의 음악 세계에도 다시금 윤기가 흐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