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1 생계형 직업인 희원씨

by 지구대장

면접 장소에 도착했다.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의 휑한 땅덩어리 위에 건물 몇 개. 건물 어귀에서 통화한 담당자가 마중을 나왔다. 폐쇄망에서 일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온 상황이었고, 이전 직장에서도 보안 때문에 경험했던 일이었만, 폐쇄망과 휑한 주변의 조화가 면접 전부터 어쩐지 불안하게 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휑한 건물밖과는 대조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일하고 있는 모습이 펼쳐졌다. 각자의 모니터를 보고 몰두하느라 출입문으로 들락거리는 사람에 대해 무심하다.


이 1층짜리 건물은 임시 건물 같았고 그래서인지 구조는 단순하며 내부 공간은 막힘없이 통짜로 무한히 넓어 보였다. 앉아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하며 휙 빠르게 둘러본다. 보수적으로 셈을 해봐도 대략 50~60명쯤.


회의실에서 채용 담당자와 인터뷰가 이어졌다. 최근에 작업한 게 어떤 게 있는지, 그동안 다녔던 직장에서는 어떤 식으로 일했는지.


짧고, 담담한 인터뷰라 이것만으로 희원의 채용 결정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미리 공유했던 스킬 인벤토리와 이력서를 결재 올려서 확답이 내려오면 출근 날짜를 알려주겠다는 마지막 말에 희원은 조금 기대를 가졌다.


이번이 희원에게는 다섯 번째 면접이었다. 희원은 꾸준히 이력서를 넣었지만 접 제의는 많지 않았다. 마흔을 넘겨서일까, 일관되지 못한 2개의 전공과 2가지의 경력 때문일까. 알 수 없지만 희원은 기다리면서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래도 10년 이상의 직장 생활로 꾸준히 모아둔 돈이 있었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편이었지만, 엄마의 부탁으로 큰돈을 빌려주게 됐고, 대출 이자와 생활비 계산에 착오가 생겨 반드시 이달 안으로 직장을 구해야 했다. 카드값은 이미 53만 원이 넘어서고 있었고, 이대로는 제날짜에 카드값 낼 돈이 부족할 것 같았다. 때문에 이번 면접이 절실했다.


띠링.


전 직장 후배 정희의 메시지다.


"선배님, 어떻게 지내세요. 요즘도 개발하세요?"


희원은 면접을 보고 난 직후라 이런 정희의 연락이 달갑지 않았다.


정희는 희원이 전 직장에서 웹퍼블리셔를 채용할 때, 직접 개입해서 뽑은 후배였다. 디자인 전공자였던 희원의 눈에 정희의 포트폴리오는 남달라 보였다. 하지만 채용 결정권이 있던 부장은 정희의 포트폴리오에 회의적인 태도였고, 동료 개발자에게 정희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며 원의 안목을 의심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했었다. 동료들도 뭐가 나은건지 못 느껴하며 부장과 같은 태도였지만, 희원은 강력하게 정희를 1순위로 지목했고 결국 입사까지 이어졌던 후배였다.


희원은 정희를 아꼈고, 그 마음은 여전했지만 불편했다.


정희가 입사한 이후로 희원에게 불리한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오늘은 여기까지... 픽션 2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