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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젤 Dec 30. 2021

[음악] 조각집 앨범 / 아이유

흐노니 보내는 마음, 보낸 마음

한 곡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좋다.


아이유, 조각집 앨범 커버, 2021. 12.


<드라마>와 <너>는 많은 팬들이 정식 음원을 기다려 왔던 그야말로 "오래된 미래"이지만, <겨울잠>의 가사와 <정거장>의 멜로디, <러브레터>의 곱게 모아둔 어절 앞에 모던타임즈와 꽃갈피 앨범 감성을 그리워하던 구시대적 팬은 그저 감동의 눈물만.



<겨울잠>
...빼곡한 가을 한 장 접어다
너의 우체통에 넣었어
가장 좋았던 문장 아래 밑줄 그어
나 만나면 읽어줄래

새하얀 겨울 한 숨 속에다
나의 혼잣말을 담았어
줄곧 잘 참아내다가도
가끔은 철없이 보고 싶어...


<러브 레터>
골목길 머뭇하던 첫 안녕을 기억하오
그날의 끄덕임을 난 잊을 수 없다오
길가에 내린 새벽 그 고요를 기억하오
그날의 다섯시를 난 잊을 수 없다오

반듯하게 내린 기다란 속눈썹 아래
몹시도 사랑히 적어둔 글씨들에
이따금 불러주던 형편없는 휘파람에
그 모든 나의 자리에 나 머물러 있다오...




이하는 아이유 조각집 앨범에서 발췌한 말들.


https://youtu.be/0bAS8voNHck

<겨울잠>

사랑하는 가족, 친구, 혹은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서 맞이하는 첫 1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내 세상에 큰 상실이 찾아왔음에도 바깥엔 지체 없이 꽃도 피고, 별도 뜨고, 시도 태어난다. 그 반복되는 계절들 사이에 ‘겨울잠’이 있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이제는 정말로 무너지지 않는다. 거짓말이 아니란 걸 그들은 알아주겠지.


https://youtu.be/QeIHks7K-vs

<정거장>

3년 전의 목소리와 지금의 목소리가 함께 담겨 있는 것이다. 그때는 담담했는데 지금의 나는 이 곡을 대할 때 좀 더 호소하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이제 와서는 이미 지나간 이야기여서 그런 걸까.

지은과 지안의 사이 ‘정거장’이 있다.
정거장 하나만큼의 거리가 둘을 이었다.


https://youtu.be/gfnwfviCQAw

<러브레터>

노부부 중 먼저 세상을 떠나는 쪽이 남게 되는 다른 한쪽에게 남기는 마지막 연애편지라는 설정으로 가사를 썼다.

...편곡은 동화 같고 아기자기하지만 가창 자체는 단단히 하려 했고 비교적 수월하게 녹음했던 곡이다. 또 가사 중 가장 많이 반복되는 ‘다오’ 들을 파트마다 조금씩 다르게 연기해 보려고 노력했다.


https://youtube.com/watch?v=vOwMO8r0wL4

<너>

가수 생활 14년 동안 유일하게 음악 활동을 쉬었던 해에 유일하게 팬들에게 들려줬던 곡이다. ‘챗셔’와 ‘팔레트’ 사이 느릿느릿 조용하게 흘러가고픈 ‘너’가 있다. 아마 내가 작업한 곡들 중 가장 음절이 적은 곡일 것이다.


https://youtu.be/JErMDLhIaPA

<드라마>

종종 비슷한 감성의 곡을 써보려고 시도해 봤지만 이미 나에게 지나간 챕터를 흉내만 내는 것 같아서 그만뒀다. ‘드라마’라는 곡의 존재를 잊지 않고 10년 동안이나 굳세게 정식 발매를 요청해 준 나의 팬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처음이라 잘 해내 보이고 싶어 피가 끓었던 ‘내 손을 잡아’와, 어느새 제법 미끈한 여유가 생겼던 ‘금요일에 만나요’ 사이에 ‘드라마’가 있다. 내세우고픈 욕심은 없었으나 내 마음에는 꼭 들게 맞아서 꽤나 소중하게 간직했던 이 곡이, 어쩌면 이번 소품집의 이유이자 주제이기도 하겠다.




드라마에 대한 코멘트가 인상 깊다. "종종 비슷한 감성의 곡을 써보려고 시도해 봤지만 이미 나에게 지나간 챕터를 흉내만 내는 것 같아서 그만뒀다." 라, 모두가 지나간 시간을 이런 방식으로 그리며 또 보낼 수 있다면 참 고아하겠다.


누군가는 가사 말에 진심을 담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진심은 통한다"던 학창시절 문학 선생님의 말 한 귀퉁이를 품고 있다. 누군가는 진심을 담아낼 것이고, 누군가는 그 진심을 들어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가사 말에 진심을 담는, 숨소리와 발음에 감정을 담는 노래들이 더 많이 들려오기를, 그리고 그 진심들이 부디 곧고 곱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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