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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Mar 05. 2024

Ep 2. 장거리 비행 다음 날엔 바르셀로네타비치로

스페인 바다

   14시간 30분동안 비행기를 타고 온 바르셀로나는 딴 세상이었다. 조식당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거리 풍경에 감탄하며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 어머, 가게문 셔터에도 저렇게 개성있는 그림을 그려놓았네. 역시 예술가들이 사는 곳이라 다르네 달라. "


  뉴욕을 연상시키는 단풍 든 키 큰 가로수와 화창한 하늘, 가벼운 옷차림으로 성큼성클 걸어다니는 롱다리 스페인 사람들. 눈에 들어오는 것마다 지금 내가 멀리 지구 반대편인 유럽에 와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스페인어를 미리 배우고 오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간판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추측하기도 어려웠다. 다행히 띄어쓰기로 단어를 구별하거나 영어와 비슷한 낱말을 보면 파파고를 활용해 더듬더듬 뜻을 찾아 나갔다. 

바르셀로네타 비치
호텔 조식당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거리 풍경


  비행 다음 날이라 오늘은 버스 타고 바르셀로네타비치에 다녀오는 것으로 간단하게 일정을 잡았다.  칼라브리아 호텔은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이 다 근처에 있어서 이동하기 편했다. 


  버스에서 내려 바르셀로네타 비치 근처에 있는 La Mar Salada를 향해갔다. 야외 테이블도 있어서 잠시 고민했지만 약간 쌀쌀한 날씨니까 실내에서 먹기로 했다. 정통 스페인식당인지 탁자 위에는 반듯하게 다려놓은 새하얀 1인 식탁보가 각각 놓여 있었다, 하지만 빠에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스페인 식당에서 최초로 스페인 요리를 먹어본다는 두근거림도 잠시였고 일단 비싼 가격에 놀랐다.  빠에야 2개에 생수를 주문했는데 자그마치 6만원(약 50유로)이 나왔다. 비치 근처라 자리값이 비쌌다. 해산물이 많이 들어있기는 했지만 빠에야 하나에 3만원이나 하다니. 스페인 물가치고는 상당히 높은 가격이었다. 바가지 쓴 거 아니야. 관광객용 메뉴판이 아닐까 의심이 들어 따져볼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여행객은 일정에 따라 움직인다. 시간이 곧 금이니까. 그래서 스페인 해변 유명식당 한 번 경험해 보았다며 맘을 다스렸다. 본전 생각하며 남은 일정에 필요한 에너지 보충한다 생각했다. 그래서 싹싹 다 먹고 식당을 나왔다.

La Mar Salada


    아직 남아있는 실망스러운 맘을 안고 바르셀로네타 비치로 발걸음을 옮겼다. 1월에 만나는 푸릇한 나무와 화창한 날씨. 곳곳에 보이는 선글라스를 끼고 산책하는 사람들. 한가로이 보이는 그들이 편안해보였고 나도 스페인 사람들처럼 해변 풍경을 즐기러 왔다는 생각이 들자 어깨가 으쓱해졌다.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래. 스페인에 어렵게 왔으니 제대로 즐겨보자. 


   바르셀로네타 비치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해변에서 20대로 보이는 청년들이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었다. 15도 정도의 날씨였는데 웃통을 벗거나 수영복을 입고 햇살을 즐기며 태닝을 즐기는 백인들도 몇 명 보였다. 유럽 사람들은 추위를 안 타는지 가져온 수건을 한쪽에 두고 등을 태우고 있었다.  버스킹 공연에서 한국에서 듣던 가요 멜로디가 들려왔다. 이곳에서도 케이팝의 인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해운대를 연상시키는 풍경에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시차로 지친 몸을 달랬다. 내일은 오전부터 가우디 투어가 있으니 오늘의 일정은 여기서 끝. 

바르셀로네타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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