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고릴라를 보지 못했을까?

by 김현경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진행한 유명한 실험이 하나 있습니다.


실험은 사람들에게 짧은 영상을 보여줍니다.

영상에는 흰 옷과 검은 옷을 입은 여섯 명의 여성들이 등장해 공을 서로 주고받습니다.

실험 진행자는 참가자들에게 아주 간단한 부탁을 합니다.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서로 몇 번이나 공을 패스하는지 세어보세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공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패스를 몇 번이나 하는지 열심히 세어 봅니다.

그리고 영상이 끝나면 실험 진행자가 사람들에게 엉뚱한 질문을 합니다.


“혹시 영상에 나오는 고릴라를 보셨나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합니다.

이때 진행자가 영상을 다시 보여줍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깜짝 놀랍니다.

공을 주고받는 사람들 사이로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오기 때문입니다.

고릴라는 한쪽 구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가운데를 지나가며 잠시 멈춰 서서 카메라 정면을 바라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도 처음 영상을 볼 때 사람들은 이 고릴라를 전혀 인식하지 못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또 있습니다.
그 사이에 영상에 나오는 배경의 커튼 색깔도 바뀝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것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사람들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다른 변화를 잘 보지 못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inattentional blindness라고 부릅니다.


저 역시 처음 이 영상을 봤을 때 고릴라가 등장했었다는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영상이 다시 재생되는 순간, ‘어떻게 저걸 못 봤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살아가면서 우리가 놓치는 것이 단지 고릴라뿐이었을까요?


우리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리며 중요한 일들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예상치 못한 변화들

혹은 아주 의미 있는 순간들을 정말 많이 지나쳐 버렸을것입니다.


그래서 속도를 조금 늦춰 보는 삶이 필요합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혹시 보지 못하고 지나가고 있는 것은 없는지...


봄이 오는 이 계절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던져보기에 참 좋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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