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DT

06 - 다시. 걸음마

by eastsky

그야말로 어쩌다 개발

JAVA, SQL, DB, Application, Infra 등등

새로운 세계로 첫발을 내 딛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신입사원 교육


처음엔 그저 신기했다.

말로만 듣던 대기업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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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부터 열까지 아이를 키우듯이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는 셈


알고보니 당시 IT 업계는 Beyond IT라고

기존 개발자들만 모여서 일해서는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대거 비 전공자를 영입했고

언론에서나 보던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

이것이 현장에서 시작된 상황이었다.


나같이 그림을 그리던 사람들,

글 쓰던 사람들, 연예인 준비하던 친구들,

실험실에 있던 아이들, 아나운서, 성우, 프로게이머,

해외에서 별 생각 없이 유학중이던 학생들, 영업사원 출신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젊은이들이

내 동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 럭비공 같은 사람들은

생각처럼 쉽게 융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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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VA 프로그래밍을 가르쳐 주던 교육장에서는

러시아어, 아랍어 보다도 어려운 외계어가 들리는 듯 했고


팀웍, 패기, 끼를 발산하던 그룹 연수에서와는 달리

동기들의 눈꺼풀은 중력의 10배쯤을 감당하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몇몇 전공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오히려 교육이 너무 쉬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200여명 가까운 사람들 중에

희안하게

나는

그 교육이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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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다르게 개발은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만 같았다.


또 그림, 설계와 다르게 개발은

생각한 바를 바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건축 설계는 대부분 건축주의 의지와 자본에 따라

건축가의 생각이 곧바로 반영 되기 힘들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일단 만들고 바로 고쳐서 쓸 수도 있었다.


건축가 중에서도

MVRDB, 렘콜하스 등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던 작가들은

건물 내의 프로그램, 즉 사람들의 활동에 관심을 갖기도 하는 부류도 있었다.


그정도의 수준에 도달하는 건축가는 전 세계에서도

손꼽을 수준이었지만


이 곳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도

내가 생각하는 대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설레임.


새로운 인생의 동반자를 만난듯 했다.




태어나서 얼마간은 생존을 위해 배운다.

먹는 법, 싸는 법, 걷는 법


그리고 얼마간은 기초 지식을 배운다.

말하기, 쓰기, 더하기, 빼기


머리가 좀 커서는 같이 사는 법을 배운다.

대화하기, 어울리기, 눈치보기


대학에 가서는 먹고 살 하나의 능력을 배운다.

전공, 기술, 외국어


결혼을 할 때 쯤에는 인생을 배운다.

부모님 은혜 깨닫기, 이성을 알아가기, 내맘대로 되는게 잘 없다는 것 깨닫기


사회에 나와서는 돈 버는 법을 배운다.

수입, 소비, 저축, 투자, 줄서기, 안좋아도 웃기, 이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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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째 계속 배우고 있지만

아직도 배운다.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그냥 배우는 걸 즐기자


처음보는 기술, 처음듣는 언어라도

사람이 하는 거면

다시 걸음마부터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면

결국 나도 하게 된다.


그냥 배우는 걸 즐기기만 하면 된다.

두려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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