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역사 (2)
갑작스러운 불신과 혼란으로 발생하는 뱅크런은 은행들을 파산시키고 금융 시스템에 큰 타격을 준다.
경제학자이자 과거 Fed의 의장(chairman)을 맡으신 벤 버냉키는 은행들의 파산으로 인한 금융 시스템의 붕괴가 경제에 어떤 역할을 주는지 연구했다.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시리즈를 공부했다면 다시 그 내용들을 기억해보자. 우리가 생산하는 양은 우리의 생산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국가 내의 총수요가 변동하게 된다면 기초 능력보다 더 많이 생산하든지 더 적게 생산하는 호황과 불황이 발생한다. 그런데 우리는 당연히 이자율을 통해 저축하려는 사람들과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만나고 그 양이 같아진다고 말했을 뿐, 은행의 역할과 금융의 역할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은 이자율을 매개로 저축하려는 사람들과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만나기 위해서는 금융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사람들은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을 통해서 자본을 빌리고 빌려준다.
1929년 시작된 대공황에 대한 과거의 해석은 주로 주식시장이 붕괴하면서 사람들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사람들이 갑자기 소비를 줄였기 때문이라는 경제학자 갈브레이스의 설명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버냉키의 연구는 다른 요인에 초점을 맞추었다. 자산 시장의 가격이 붕괴하면서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고 너도나도 은행에 돈을 찾으러 달려갔다. 뱅크런이 발생한 것이다. 뱅크런으로 인해 은행들이 파산하자(당시 미국 은행의 약 3분의 1이 파산했다) 금융 시스템은 마비가 되었고 사람들은 돈을 적절하게 빌리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그러자 금융의 위기는 실제 경제의 위기로 다가오게 되었다. 사람들이 돈을 빌리지 못하자 기업들이 파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지 않았더라면 약하게 일어났을 불황이 은행들이 대규모로 파산하게 되면서 대공황이라는 대재앙으로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올 때, 은행들이 파산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뱅크런의 본질은 실제로는 예금을 돌려줄 수 있는 건전한 은행들이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예금자들 때문에 파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돈은 있지만 당장 줄 돈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급할 때 돈을 빌려주면 되지 않을까? 갑작스럽게 돈이 필요할 때 급한 돈을 빌려준다면 그 은행은 파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누가 이 돈을 빌려줄까? 바로 중앙은행이다. 이것이 중앙은행이 탄생한 배경이다.
미국의 역사상 오늘날의 Fed는 4번째 중앙은행이다. 과거에는 민간은행이 국회의 비준을 받아 중앙은행의 역할을 수행했다. 미국에는 Bank of North America, The First Bank of United States를 거쳐 The Second Bank of United States라는 은행이 중앙은행의 역할을 수행했는데, 이 The Second Bank of United States라는 은행의 중앙은행 지위를 연장하는 안건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의회가 다시 의결에 부치지 않게 되면서 19세기 미국에는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게 되자 미국의 은행들이 뱅크런으로 인해 파산하는 일들이 많았다. 그로 인해 19세기 미국에서는 주기적으로 많은 경제 불황이 찾아왔다. 그중 4번의 불황이 정도가 심했는데, 1894년의 경제 위기 이후로 중앙은행을 다시 설립하자는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중앙은행의 설립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07년의 사건이었다. 당시 미국의 은행들에 대규모로 뱅크런이 일어나면서 은행들은 파산 직전까지 가게 된다. 이때 이러한 미국의 은행들을 구해준 것은 J.P 모건이라는 사람이었다. J.P 모건은 뱅크런에 직면한 은행들에게 돈을 빌려주었고 결과적으로 뱅크런으로 은행들이 파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한 개인이 막을 수 있었던 위기를 국가 차원에서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중앙은행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논의를 거쳐 미국에서는 1913년 연방준비법안 (Federal Reserve Act)이 통과되었고 당시 우드르 윌슨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1914년도 오늘날의 Federal Reserve (Fed)가 등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