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minant Currency Pricing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늘어날까?
외국 화페의 환율이 오른다는 말은 한 국가의 화폐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제학적으로 보통 currency depreciation (화폐가치 하락)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두 가지 용어를 함께 사용하겠습니다.
우선 장기적으로는 환율이 움직이는 것은 수.출입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환율은 한 국가와 다른 국가의 화폐를 교환하는 비율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화폐, 가격처럼 명목적인 숫자는 실질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고전학파적 이분법 (classical dichotomy) 세상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실제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가격 경직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합니다 (가격이 정말 경직적인지, 경직적이라면 얼마나 경직적인지는 경제학의 오랜 논쟁이었습니다).
완벽한 이상적인 세상이라면 경제상황에 따라 가격이 쉽게 변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가격은 그때그때 변한다기 보다는 미리 정해둔 값에 고정되어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제,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환율이 바뀔 때 외국에서 살 때 지불하는 우리나라 물건의 가격이 변하게 됩니다. 가령 100만원짜리 물건이 환율이 100엔 = 1000원 일때 일본에서 10만 엔이지만, 100엔 = 2000원이 된다면 우리나라에서 파는 물건의 가격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5만 엔이 될 것입니다.
이것을 생산지 가격설정론 (Producer Currency Pricing)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생산지 가격설정론으로 세상을 설명하기에는 실제 데이터와 맞지 않는 실증적 문제점들이 있었습니다. 가령 생산지 가격설정론에 기반한다면 환율이 변할 때 수입 물가가 1대 1로 영향을 미쳐 물가에 영향을 주어야 합니다 (exchange rate pass-through).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들에서 그정도로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맞춰서 가격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되는 나라에서 가격을 설정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물건을 우리나라 가격인 100만원에 고정해 두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10만 엔으로 고정해 둔다면, 100엔 = 2000이 되더라도 일본에서 구매하는 가격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현지 가격설정론 (Local Currency Pricing) 이라고 합니다.
경제학에서는 두가지 물가 설정 이론이 존재했습니다. 아마 세상은 그 두가지가 섞여 있는 어느 중간쯤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점점 미시적인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최근 IMF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론이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을 현지통화나 생산지 통화에서 정해두는 것이 아니라 무역에서 이용되는 화폐에 고정해 둔다는 지배통화 가격설정론 (Dominant Currency Pricing) 입니다.
그림에서 오른쪽은 무역에서 차지하는 나라의 통화를 비중으로 그린 것이고 왼쪽 그림은 실제 무역에서 이용되는 통화의 비중을 그린 그림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화폐가 실제 무역의 비중보다 훨씬 큰 비중의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배통화 가격설정론 (Dominant Currency Pricing)은 무역에서 설정하는 가격이 생산자의 통화나 무역 상대 국가 통화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역에서 이용되는 화폐, 즉 유로나 달러에 고정되어 있다는 이론입니다.
그렇다면 환율의 변동이 수출과 수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가격의 설정이 달러에서 이루어진다면 수입, 수출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교역국 (ex 일본 엔)의 환율이 아니라 달러의 환율입니다.
그렇다면 달러의 환율이 변동하는 것은 어떻게 영향을 줄까요? 답은 환율 변동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나라의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것(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다른 나라들에서 느끼는 우리나라 물건들의 가격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출양에는 변화가 없게 됩니다. 한편 달러 가격에 고정되어 있는 외국의 물건들을 우리나라에서 수입할 때 가격은 상승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수입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실제 데이터에서 나라들의 수출은 비교적 안정적인 반면 수입의 변동이 더 큰 것을 볼 수 있는데, 지배통화 가격 설정론 (Dominant Currency Pricing)을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사실을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달러 환율의 상승이 미국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에는 다른 나라들 입장에서도 달러의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물건 가격이 모든 나라에서 비싸게 느껴지게 됩니다. 그래서 수출이 줄어들게 됩니다. 역시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외국의 물건들도 비싸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나라에서 수입, 수출이 줄어들어 전세계 무역량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환율의 변동이 어떻게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지는 가격의 설정이 어떤 통화에서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최근 실증 연구들이 밝혀내는 것처럼 가격 설정이 달러나 유로화에서 이루어 진다면 달러, 유로 환율이 무역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Reference
-Dominant Currency Paradigm, American Economic Review 2020
-DOMINANT CURRENCY PARADIGM: A REVIEW, Handbook of International Economics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