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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멘토링하는 조직

2. 왕관을 쓰지 않는 왕

by 유키

"부장님, 틱톡이 뭔지 아세요?"

마케팅 부서의 52세 김영수 부장은 순간 당황했다. 회의가 끝나고 팀원들이 하나둘 회의실을 빠져나가던 중, 막내 박지원 사원이 조심스럽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게... 중국 앱 아니야? 애들이나 쓰는..."

김 부장은 자신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실수했다는 것을 알았다. 박 사원의 눈빛이 반짝였다. 마치 오래 기다려온 순간이 왔다는 듯이.

"부장님, 저희 타겟 고객의 73%가 틱톡을 매일 사용합니다. 하루 평균 52분이요. 인스타그램보다 체류 시간이 두 배나 길어요."

김 부장은 놀랐다. 자신이 '애들이나 쓰는' 앱이라고 치부했던 플랫폼이 핵심 고객층의 주요 채널이었다니. 더 놀라운 것은 다음에 이어진 박 사원의 제안이었다.

"제가 틱톡 마케팅을 알려드릴까요? 일주일에 한 번, 점심시간에 30분씩만 시간 내주시면 됩니다."

이것이 C사에서 시작된 '역멘토링'의 첫 장면이었다. 6개월 후, 김 부장이 박 사원과 함께 기획한 틱톡 챌린지 캠페인은 조회수 2천만 회를 돌파했다. 20대 신규 고객이 전년 대비 156% 증가했다. 그리고 박 사원은 '디지털 멘토'라는 공식 직함을 받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따로 있었다. 김 부장과 박 사원 사이에 나이와 직급을 넘어선 진정한 동료애가 생겼다는 것이다.

역멘토링: 가르침의 방향이 바뀌다

역멘토링(Reverse Mentoring)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9년이었다. 당시 제너럴 일렉트릭(GE)의 CEO였던 잭 웰치는 충격적인 발견을 했다. 자신을 포함한 고위 임원 대부분이 인터넷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웰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500명의 고위 임원 각자에게 20-30대 젊은 직원을 멘토로 배정한 것이다. 처음에는 반발이 심했다. 수십 년 경력의 임원들이 이제 막 입사한 젊은이들에게 배운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웰치는 단호했다.

"나는 제너럴 일렉트릭의 CEO지만, 인터넷에 관해서는 내 멘티보다 훨씬 무지하다. 배우는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모르는 걸 모른다고 인정하지 않는 게 부끄러운 것이다."

웰치 자신도 20대 직원에게 일주일에 두 번씩 인터넷 교육을 받았다. 이메일 사용법부터 시작해 온라인 쇼핑, 검색 엔진 활용법까지 배웠다. 그리고 깨달았다.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한국 기업에서 역멘토링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유교적 위계질서가 뿌리 깊은 문화에서 나이 어린 후배가 선배를 가르친다는 것은 거의 터부에 가까웠다. "어린 것이 어른을 가르치려 든다"는 것은 버릇없음의 극치로 여겨졌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제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 20년 경력의 베테랑이 신입사원보다 디지털 기술을 모르는 것이 일상이 됐다. 더 이상 "나이와 경력이 곧 지식"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게 된 것이다.

현대카드가 보여준 파격의 리더십

2019년 봄, 현대카드 사옥에서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정태영 부회장이 27세의 일반 사원 앞에 학생처럼 앉아 있었다. 노트북 화면에는 인스타그램이 떠 있었고, 젊은 사원은 해시태그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부회장님, 해시태그는 단순한 분류 기능이 아니에요. 일종의 문화 코드입니다. #OOTD는 'Outfit Of The Day'의 약자인데,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매일 자신의 코디를 공유하는 거예요."

정 부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했다. 한국 금융업계의 거물이 20대 사원에게 고개를 숙여 배우는 모습. 이것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정 부회장은 이 젊은 사원을 자신의 공식 '디지털 멘토'로 임명했다.

처음 이 소식을 들은 임원들의 반응은 복잡했다.

"부회장님이 왜 굳이..."

"젊은 직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 아닐까?"

"체면이 말이 아니겠는데..."

하지만 정 부회장은 진심이었다. 매주 목요일 오후 2시, 그는 종교적으로 멘토링 시간을 지켰다. 중요한 미팅이 있어도 이 시간만은 양보하지 않았다.

멘토였던 직원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처음엔 정말 황당했어요. 제가 뭘 안다고 부회장님을 가르쳐요? 첫 시간에는 손이 떨려서 마우스도 제대로 못 잡았어요. 그런데 부회장님이 먼저 편하게 해주셨어요. '선생님, 오늘은 뭘 배울까요?'라고 하시는데, 정말 학생처럼 초롱초롱한 눈빛이셨어요."

정 부회장이 배운 것은 단순한 디지털 기술이 아니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사용법을 넘어, MZ세대의 소비 패턴,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소통 방식까지 폭넓게 다뤘다.

"밈(meme)이 뭔지 아세요?"라는 질문에 정 부회장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멘토는 스마트폰을 꺼내 각종 밈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무한도전의 '무야호', '극한직업' 짤, '내가 고자라니' 같은 밈들이 어떻게 젊은 세대의 소통 도구가 되는지 설명했다.

"부회장님, 이게 단순한 유머가 아니에요. 일종의 세대 공감대예요. 이걸 이해하면 젊은 고객들과 진짜 소통할 수 있어요."

6개월 후, 현대카드의 마케팅이 확 바뀌었다. 딱딱한 금융 광고 대신 MZ세대가 공감하는 위트 있는 콘텐츠가 나왔다. '프리미엄'만 강조하던 메시지가 '플렉스'와 '가심비'를 말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20-30대 신규 가입자가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더 중요한 것은 내부 변화였다. 정 부회장이 솔선수범하자 다른 임원들도 하나둘 역멘토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역멘토링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닙니다. 새로운 세대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거죠.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겁니다." - 정태영 부회장

SK텔레콤의 전사적 도전

SK텔레콤은 개인의 시도를 넘어 전사적 프로그램으로 역멘토링을 도입했다. 2021년 시작된 'Young & Wild' 프로그램은 파격적이었다.

프로그램 설계 과정부터 진통이 있었다. HR 부서의 한 과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멘토'라는 단어부터 문제였어요. 한국 정서상 후배가 선배의 '멘토'가 된다는 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죠. '선생님'은 더 부담스럽고... 결국 '러닝 파트너'나 '디지털 코치' 같은 순화된 표현을 찾아야 했어요."

더 큰 문제는 매칭이었다. 단순히 나이만 보고 매칭하면 안 됐다. 성격, 관심사, 학습 스타일까지 고려해야 했다. SK텔레콤은 외부 전문가까지 영입해 정교한 매칭 시스템을 만들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첫 달은 어색함의 연속이었다. 한 참가자의 증언이다.

"첫 만남이 정말 어색했어요. 부장님은 정장 차림으로 노트까지 준비해 오셨고, 저는 후드티에 청바지... 커피숍에 앉아서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10분 동안 날씨 얘기만 했어요."

하지만 3개월이 지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곳곳에서 성공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례 1: 유튜브 알고리즘의 비밀

50대 마케팅 임원 L 부장은 20대 멘토에게 유튜브 알고리즘을 배웠다. 단순히 "조회수를 올리는 법"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원리와 사용자 행동 패턴까지 깊이 있게 다뤘다.

"멘토가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더라고요. 구독자 10만 명이 넘는... 책으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살아있는 지식이었어요."

L 부장은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SK텔레콤의 유튜브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결과는? 6개월 만에 채널 구독자 200% 증가, 평균 조회수 300% 상승.

사례 2: 코딩을 배운 CEO

더 극적인 사례도 있었다. 한 계열사 CEO는 26세 개발자에게 파이썬을 배웠다.

"처음에는 'Hello World' 찍는 것도 어려웠어요. 근데 멘토가 정말 인내심 있게 가르쳐줬어요. '대표님, 모든 개발자가 여기서 시작했어요'라면서요."

3개월 후, 이 CEO는 간단한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됐다. 더 중요한 변화는 개발자들과의 소통이었다.

"이제 개발자들이 하는 말이 이해돼요. 회의 때 'API가 어쩌고' 하면 예전에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는데, 이제는 구체적으로 질문할 수 있어요. 개발팀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죠."

역멘토링이 가져온 조직문화의 변화

SK텔레콤의 'Young & Wild' 프로그램이 1년을 넘기자, 예상치 못한 변화들이 나타났다.

첫째, 세대 간 갈등이 현저히 줄었다. 예전에는 "요즘 애들은...", "꼰대들은..."이라는 말이 일상적이었다. 하지만 역멘토링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이런 표현이 사라졌다.

한 40대 중간관리자는 이렇게 말한다.

"20대 멘토와 시간을 보내면서 깨달았어요. 그들이 게으른 게 아니라 효율을 추구하는 거더라고요. 야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야근할 필요가 없게 일하는 거예요. 오히려 제가 비효율적으로 일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죠."

둘째, 혁신 아이디어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젊은 직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어차피 위에서 안 들어줄 텐데"라며 포기했던 것들을 멘티인 임원에게 직접 제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셋째, 조직의 학습 속도가 빨라졌다. 디지털 트렌드, 신기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전파됐다. 임원진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높아지면서 의사결정의 질도 향상됐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문화적인 것이었다. 'SK텔레콤은 나이와 직급에 관계없이 서로 배우는 회사'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한국적 역멘토링의 어려움과 해법

그러나 모든 것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한국 기업에서 역멘토링을 정착시키는 데는 특유의 어려움이 있었다.

1. 체면 문화의 벽

한 대기업 임원은 익명을 조건으로 이렇게 털어놨다.

"솔직히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했어요. 30년 가까이 일했는데, 이제 와서 신입사원한테 배운다? 동기들한테 놀림감이 될 것 같았죠. '야, 너 요즘 애들한테 가르침 받는다며?'라는 소리 들을까 봐..."

이런 정서를 고려해 많은 기업들이 '상호 멘토링'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젊은 직원이 디지털 기술을 가르치면, 시니어 직원은 업무 노하우나 리더십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서로가 서로의 스승이자 학생이 되는 것이다.

LG화학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함께 배움'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멘토'라는 단어 자체를 쓰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러닝 파트너'라고 불렀죠. 그리고 시니어도 반드시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주니어에게 가르치도록 했어요. 그래야 상호성이 생기고, 체면도 지킬 수 있으니까요."

2. 시간 확보의 어려움

"배우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시간이 없어요."

이것은 많은 시니어 직원들의 공통된 고민이었다. 하루 종일 미팅과 보고서에 치이는 임원들에게 새로운 것을 배울 시간을 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이 문제를 '마이크로 러닝'으로 해결했다. 한 번에 2-3시간씩 배우는 대신, 매일 15분씩 짧게 여러 번 만나는 방식이다.

"출근해서 커피 한잔 마시는 시간, 점심 먹고 산책하는 시간을 활용했어요. 부담 없이 일상적으로 만나니까 오히려 효과가 좋았죠. 억지로 시간을 내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배우는 거예요."

3. 품질 관리의 어려움

모든 젊은 직원이 좋은 멘토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나이가 젊다고 해서 디지털에 능통한 것도 아니고, 가르치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카카오는 이를 위해 '멘토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역멘토가 되고 싶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 것이다.

세대 차이 이해하기

효과적인 교수법

인내심과 공감 능력

맞춤형 커리큘럼 설계

"멘토도 훈련이 필요해요. 특히 높은 직급의 사람을 대하는 법, 모르는 것을 인정하게 만드는 법, 자존심 상하지 않게 가르치는 법 등을 배워야 하죠."

성공적인 역멘토링의 조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한국 기업들은 성공적인 역멘토링의 조건들을 발견했다.

1. CEO의 솔선수범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의 참여였다. CEO가 먼저 젊은 직원에게 배우는 모습을 보일 때, 조직 전체가 움직였다.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24세 UX 디자이너를 멘토로 삼았다. 그것도 비공개가 아닌 공개적으로.

"대표님이 직접 하시는데, 우리가 안 할 수 있나요? 체면고 뭐고 다 필요 없어졌죠." - 쿠팡 임원

2. 자발성의 원칙

강제적인 역멘토링은 실패했다. D사는 모든 임원에게 의무적으로 역멘토를 배정했다가 형식적인 만남만 이어지고 프로그램이 중단됐다.

반면 자발적 신청을 받은 기업들은 성공했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끼리 만날 때 진정한 학습이 일어났다.

3. 적절한 인센티브

멘토 역할을 하는 젊은 직원들에게도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단순히 "좋은 경험이 될 거야"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네이버는 역멘토 활동을 인사 평가에 반영했다. 우수 멘토에게는 해외 컨퍼런스 참가 기회를 제공했다. 멘토링 시간은 업무 시간으로 인정했다.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만큼 보상도 있어야죠. 그래야 진심으로 멘토링에 임할 수 있어요."

역멘토링이 만든 기적 같은 순간들

역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감동적인 순간들이 찾아왔다.

순간 1: 임원의 눈물

한 제조업체에서 있었던 일이다. 55세의 생산 담당 임원이 25세 데이터 분석가에게 엑셀을 배우고 있었다. 피벗 테이블을 설명하던 중, 갑자기 임원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30년 동안 부하직원들이 보고서 들고 오면 그냥 대충 넘겼어요. 이해가 안 됐거든요. 근데 물어보기가 창피해서... 이제야 그 숫자들이 뭘 의미하는지 알겠네요."

그날 이후 이 임원은 완전히 달라졌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하기 시작했고, 생산 효율성이 20% 향상됐다.

순간 2: 세대를 넘은 우정

SK하이닉스의 한 팀장과 신입사원의 이야기다. 역멘토링으로 만난 두 사람은 6개월 후 절친한 친구가 됐다.

"처음엔 '부장님'이라고 불렀는데, 어느 날 멘토가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라고 묻더라고요. 그때 뭔가 벽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두 사람은 이제 주말에도 만난다. 함께 등산도 가고, 가족 모임에도 초대한다. 회사에서는 여전히 상하 관계지만, 인간적으로는 진정한 친구가 된 것이다.

순간 3: 혁신의 탄생

LG전자에서는 역멘토링이 직접적인 혁신으로 이어졌다. 50대 가전사업부 임원이 20대 게이머에게 게임 문화를 배우던 중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게이머들이 RGB 조명에 집착하는 걸 보고 깨달았어요. 가전제품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면 어떨까?"

이 아이디어는 'LG 틴큐 게이밍 냉장고'로 발전했다. RGB 조명과 투명 도어, 게임 연동 기능을 갖춘 이 제품은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글로벌 기업의 역멘토링 진화

역멘토링은 이제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배우는 차원을 넘어섰다.

P&G: 20년의 진화

P&G는 2000년부터 역멘토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메일과 인터넷 사용법을 가르쳤다. 10년 후에는 소셜미디어, 20년이 지난 지금은 지속가능성과 다양성을 배운다.

"20년 전에는 기술을 배웠다면, 지금은 가치관을 배웁니다. MZ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경, 공정성, 다양성 같은 가치들이죠." - P&G CHRO

마이크로소프트: AI 시대의 역멘토링

마이크로소프트는 'AI 네이티브' 직원들이 시니어 직원들에게 AI 활용법을 가르친다. 단순히 ChatGPT 사용법이 아니라, AI와 협업하는 마인드셋을 전수한다.

"AI를 도구로 보지 말고 동료로 보세요. 명령하지 말고 대화하세요."

이런 관점의 전환이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전략을 바꾸고 있다.

한국형 역멘토링의 미래

한국 기업들의 역멘토링은 이제 한국적 특성을 살린 독특한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1. 다대다 멘토링

일대일 매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그룹 멘토링을 도입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시니어 3-4명이 주니어 2-3명과 함께 배운다.

"혼자 배우면 부끄럽지만, 동기들과 함께 배우니까 재미있어요. 서로 모르는 걸 물어봐주고, 경쟁도 하고." - 현대자동차 임원

2. 가족 참여 프로그램

일부 기업은 임직원 자녀가 부모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빠 회사에서 아빠한테 유튜브를 가르쳤어요. 회사에서는 부장님이지만, 저한테는 학생이었죠. 아빠랑 더 친해진 것 같아요." - 삼성전자 임직원 자녀

이런 프로그램은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면서도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냈다.

3. 외부 전문가 연계

사내 인재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외부 인플루언서나 전문가를 초빙하는 사례도 늘었다.

카카오는 유명 유튜버를 초청해 임원들에게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전수했다. 네이버는 대학생 인턴들을 역멘토로 활용해 더 신선한 관점을 얻었다.

역멘토링 성공을 위한 실전 가이드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역멘토링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

멘토(주니어)를 위한 가이드

첫째,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한 20대 멘토는 이렇게 조언한다.

"어르신들은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아요. '이걸 왜 몰라?'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우리가 엑셀 매크로를 처음 배울 때를 생각해보세요. 그것보다 훨씬 어려운 거예요."

둘째,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가르치는 위치에 있더라도 상대방의 경험과 지혜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부장님 덕분에 저도 많이 배웁니다'라고 말씀드려요. 실제로도 그렇고요. 비즈니스 인사이트나 의사결정 과정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거든요."

셋째, 실용적인 것부터 가르쳐야 한다. 너무 이론적이거나 복잡한 것보다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첫 시간에 블록체인 기술을 설명하려다가 망했어요. 그다음부터는 '카톡으로 파일 보내기' 같은 실용적인 것부터 시작했죠.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이면 자신감이 생겨요."

멘티(시니어)를 위한 가이드

첫째, 모른다고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 50대 임원은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는 '내가 이것도 모른다고 하면 무시당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근데 솔직하게 '하나도 모르겠다'고 하니까 오히려 멘토가 더 친절하게 가르쳐주더라고요."

둘째, 배운 것을 실천해야 한다. 배우기만 하고 실제로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멘토가 가르쳐준 슬랙을 바로 팀에 도입했어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없으면 안 되는 도구가 됐죠. 멘토가 정말 뿌듯해하더라고요."

셋째, 감사를 표현해야 한다. 시간을 내어 가르쳐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멘토링 끝나고 항상 커피나 식사를 사요. 그리고 배운 걸 써먹었을 때는 꼭 결과를 공유해요. '덕분에 이런 성과가 났다'고요."

실패 사례에서 배우는 교훈

모든 역멘토링이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실패 사례들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사례 1 : 강제 할당의 실패

E사는 모든 부장급 이상 직원에게 의무적으로 역멘토를 배정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관심도 없는 사람들끼리 억지로 만나니까... 형식적으로 한 시간 앉아있다가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6개월 만에 프로그램이 중단됐죠."

교훈: 자발성이 역멘토링의 핵심이다. 강제로는 진정한 학습이 일어나지 않는다.

사례 2 : 일방적 관계의 한계

F사는 멘토에게만 일방적으로 가르치게 했다. 시니어는 받기만 하는 구조였다.

"처음 몇 번은 괜찮았는데, 갈수록 멘토들이 지쳐갔어요. '제가 왜 이걸 계속해야 하죠?'라는 불만이 나왔고, 우수한 멘토들이 하나둘 빠져나갔죠."

교훈: 상호성이 중요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구조여야 지속 가능하다.

사례 3 : 문화적 준비 부족

G사는 아무런 준비 없이 해외 사례를 그대로 도입했다.

"미국 본사에서 하니까 우리도 한다고... 한국적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요. '어린 놈이 가르치려 든다'는 반발이 심했고, 참여한 멘토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죠."

교훈: 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현지화가 필수다. 글로벌 베스트 프랙티스도 현지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역멘토링이 바꾼 조직의 모습

역멘토링을 3년 이상 운영한 기업들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1. 수평적 문화의 정착

"예전에는 회의 때 막내는 절대 발언 안 했어요. 이제는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내요. '그거 제가 아는데 설명해드릴까요?'라고 자연스럽게 말하죠." - H사 HR 팀장

2. 혁신 속도의 가속화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 기간이 절반으로 줄었어요. 의사결정권자들이 기술을 이해하니까 판단이 빨라졌거든요." - I사 CDO

3. 세대 갈등의 해소

"'요즘 애들은' '꼰대는' 이런 말이 사라졌어요. 서로를 이해하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없어지더라고요." - J사 직원

4. 인재 유치 효과

"역멘토링 프로그램이 있다는 게 채용 시장에서 큰 메리트예요. 'MZ세대를 존중하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생겼거든요." - K사 채용 담당자

미래의 역멘토링: 새로운 지평

역멘토링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까?

AI 시대의 역멘토링

이미 일부 기업에서는 'AI 네이티브' 세대가 'AI 이민자' 세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단순히 ChatGPT 사용법이 아니에요. AI와 대화하는 법,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AI 윤리까지 다뤄요. 완전히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거든요." - L사 AI 멘토

글로벌 역멘토링

국경을 넘어선 역멘토링도 시작됐다. 한국 시니어 직원이 인도의 젊은 개발자에게 배우고, 미국의 마케터가 한국의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배운다.

"시차 때문에 새벽에 멘토링하기도 해요. 힘들지만 완전히 다른 문화권의 관점을 배울 수 있어서 가치가 있죠." - 글로벌 역멘토링 참가자

평생 학습 플랫폼으로의 진화

역멘토링은 일회성 프로그램에서 지속적인 학습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나이와 직급이 의미가 없어요. 누구나 배울 게 있고, 누구나 가르칠 게 있죠. 모두가 선생님이자 학생인 거예요." - M사 CLO

개인의 성장 스토리: 역멘토링이 바꾼 인생

역멘토링은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도 바꿨다.

스토리 1: 58세에 유튜버가 된 임원

N사의 제조 담당 전무는 28세 마케터에게 유튜브를 배웠다. 처음에는 회사 홍보를 위해서였지만, 점차 개인적인 열정이 됐다.

"제조업 40년 노하우를 유튜브로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공장 아저씨'라는 채널인데, 구독자가 20만 명이 넘었어요. 은퇴 후 제2의 인생이 생긴 거죠."

이 임원은 이제 대학에서 특강도 하고, 책도 냈다. 역멘토링이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이다.

스토리 2: 스타트업을 창업한 멘토-멘티 듀오

O사에서 만난 55세 영업 이사와 26세 개발자는 역멘토링을 하다가 사업 아이디어를 발견했다.

"시니어 세대를 위한 디지털 교육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겪은 어려움을 다른 사람들도 겪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두 사람은 함께 퇴사하고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시니어의 비즈니스 경험과 주니어의 기술력이 시너지를 냈다. 2년 만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나이는 숫자, 지혜는 공유

공자는 2500년 전에 이미 말했다.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 -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이 오래된 지혜가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나이와 직급이 아닌, 지식과 경험을 기준으로 서로 배우는 것. 그것이 진정한 학습 조직의 모습이다.

역멘토링은 단순히 젊은 세대가 나이 든 세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전수하고, 아날로그 세대는 깊이 있는 통찰과 지혜를 나눈다.

한 역멘토링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멘토링을 하면서 깨달았어요. 우리는 서로 다른 시대의 이민자들이라는 걸. 저는 디지털 세계의 원주민이고, 부장님은 아날로그 세계의 원주민이에요.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진정한 소통이 일어나더라고요."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멘토링을 통해 만들어진 인간적인 유대감이다. 상하 관계를 넘어선 진정한 동료애, 세대를 넘어선 우정. 이것이야말로 역멘토링의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가르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배운다"는 말처럼, 멘토도 멘티도 모두 성장한다. 그것이 역멘토링의 진정한 가치다.

만약 당신이 시니어든 주니어든, 원한다면 우리는 모두 서로의 스승이자 제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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