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리

옛것을 버리는 것

by 문철

재택으로 논문 작업을 하다가 도망갈 곳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다. 일정관리를 위해 데스크 달력을 사겠다고 네이버 쇼핑을 뒤졌다. 맘에 드는 상품이 있어 구매했다. 이번엔 또 어디로 도망갈까, 하다가 어질러진 내 데스크를 보고야 말았다. 나는 방청소를 해야한다. 도망칠 곳이 필요한 지금, 대대적으로 필요없는 물건들을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집안은 대체로 가지고 있는 걸 버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그러한 성향을 타고나서 어릴때부터 모은 책, 잡동사니 등의 물건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기억 속에서도 잊혀진 것들인데도 말이다. 그 중에는 물론,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물건들도 있다. 그런 물건들은 남겨둬야지.


나는 마음 속에서 잊혀진 것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치우고, 중요한 것들만 남기기로 했다. 나는 방청소를 했다.


먼지를 가득 뒤집어쓴 물건들이 튀어나온다. 중학생 때 샀던 만화책들, 고등학교 때 용돈을 모아 산 게임 패키지, 대학교를 다니며 읽었던 원서들. 꺼낼 때마다 뿜어나오는 먼지에 재채기가 나온다.


책만 치웠더니 꽤나 큰 박스 하나를 가득 채웠다. 이렇게 책을 많이 읽었나? 싶었지만, 상태가 좋은 것을 보니 그냥 방치해뒀나보다. 역시 치우는게 맞았다. 게임 패키지는 아까워서 버리지 않겠다. 차라리 중고로 파는 것이 낫다. (책들은 중고로써 가치가 없는 것들이었다. 헌책으로 팔거나 기부할 수도 있지만, 대학원생인 지금 시간이 많지 않다.)


쓸모있었던 것들을 치우고 나니, 수납공간이 꽤나 생겼다. 이제 이곳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추억하고 싶은 것들로 채운다. 기타 앰프, 좋아하는 게임 패키지, 받았던 선물들, 단백질 쉐이크 등등.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방청소가 이렇게 즐거웠나?


방청소는 방을 치우는 과정에서도 뿌듯함을 주지만, 치운 다음에 무엇을 넣을 건인가가 묘미인 것 같다. 나름의 고민도 하게 되고, 좋아하는 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방청소가 끝나고 의자에 앉았다. 달성감이 마음을 채운다. 먼지쌓인 잡동사니로 가득 찾던 공간이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차있다. 앉고보니 앞의 모니터에는 논문들이 보인다. 이젠 정말 작업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