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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거리

2화

by gir

향 냄새가 사라지자, 공기에서 불빛이 빠져나갔다.
세상은 천천히 뒤집혔고,
여자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감각 속에서 눈을 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발소리가 났다.
발자국은 조용했지만, 수십, 수백 개가 얽혀 있었다.

“여긴… 어디지?” 그녀의 목소리는 허공에 흩어졌다.

돌아오는 메아리는 없었다.
대신, 낮게 깔린 웅성거림이 멀리서 흘러왔다.

천천히 눈이 익자, 회색빛의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은 사람의 형체처럼 구부러져 있었고,
거리는 안개에 잠겨 있었다.
하늘은 없었다.
다만 검은 구름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반짝이는 미립자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건 별이 아니라, 빛의 부스러기였다.

거리를 걷는 존재들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같은 회색 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엔 표정이 없었다.
손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구슬 같은 것을 들고 있었는데,
그게 사라질 때마다 그들의 몸이 더 희미해졌다.

“빛이 식으면 사라지는거야“
등 뒤에서 쉰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가 돌아보자,
낡은 모자를 쓴 중년의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눈은 깊은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었지만,
입가엔 익숙한 체념이 묻어 있었다.

“처음 온 거지?”

여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라지지 않으려면 일해야 해.
하루에 한 줌의 빛이라도 벌어야 몸이 사라지지 않아.”

“일…?”

“여긴 그런 거 따지는 곳 아니야.”
중년 여자가 낮게 웃었다.
“살아 있을 땐 돈이었겠지.
여기선 빛이야.”

그녀는 손에 쥔 희미한 구슬을 들어 보였다.
구슬 안에서 아주 약한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이게 하루야.”

말이 끝나자, 멀리서 종소리가 울렸다.

탕—

순간, 거리의 영혼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어둠 속에 묻혀 있던 이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들어
하늘이 없는 하늘을 바라봤다.

“빛의 분배가 시작된 거야.”
중년 여자가 말했다.

여자는 본능적으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때,
하늘이라 부를 수도 없는 검은 공간에서
수많은 빛의 파편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눈이 아니었다.

굶주린 영혼들이 서로의 손으로 받으려 하는,
생의 마지막 잔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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