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원(原)

16화

by gir

세상이 조용히 진동했다.

소리도 없고, 바람도 없었지만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루멘이 사라진 자리엔 한 줄기 빛의 고리가 남아 있었다.

그것은 하늘과 땅을 잇는 원처럼, 천천히 돌며 세상에 미세한 파장을 흘려보냈다.

여자는 손끝으로 그 빛을 느꼈다. 따뜻했다. 그러나 동시에 낯선 슬픔이 스며 있었다.

“이건… 울고 있어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멘이 남긴 감정이군요.
기쁨, 슬픔, 후회, 사랑… 그 모든 게 지금 순환하고 있어요.”

그 순간, 땅 위의 새벽의 아이들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웃었다 —
웃음 뒤엔 눈물이, 눈물 뒤엔 따스한 빛이 이어졌다.

세상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빛은 더 이상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어둠은 더 이상 아래에서 올라오지 않았다.

모든 빛과 모든 어둠이 한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여자는 눈을 감았다.

귀를 기울이자, 세상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도 들리죠?”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제 이 세계는 우리 없이도 스스로 숨을 쉬어요.”

그녀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이제 완성된 걸까요?”

남자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새벽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둥근 원이 떠 있었다.

그것은 태양도, 달도 아니었다.

빛과 어둠, 그리고 감정이 함께 만든 세상의 심장이었다.

“완성이라기보다…” 남자가 낮게 말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끝에서 한 줄기 빛이 피어올랐다.

그 빛이 공중으로 흘러올라, 원 속으로 스며들었다.

세상은 부드럽게 울었다.

그리고 그 울음은 노래가 되었다.


감정의 원.
그것은 세계의 심장이자, 두 영혼의 숨이었다.

빛은 어둠을 품었고, 어둠은 빛을 비추었다.

그 경계 위에서 세상은 더 이상 흰색도, 검은색도 아니었다.

그것은 무지개의 세계였다 빛과 어둠이 함께 만든,
모든 꿈과 감정이 머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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