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쌓을 비즈니스 관계를 위해
방콕의 칼튼(Carlton) 호텔은 싱가포르 회사가 태국에 건축한 지 얼마 안 된 5성급 호텔로 1박에 20만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대신 묵는 방은 도시 뷰가 한 번에 보이는 깨끗한 창문 벽에 내 신촌 월세방보다 큰 크기의 규모를 자랑한다.
돈 아끼며 여행하는 내가 당연히 여기 지낼리는 없고, 여행하는 길에 우연히 만나게 된 한국 주재원 직원 분 덕분에 호텔을 이틀 동안 드나들 기회를 얻었다. 이 분은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공채로 취업하여 회사에서 번 돈으로 숙박 중이셨다. 호텔의 저녁 식사, 루프탑 바, 수영장 등에 갈 때 지인 한 명을 무료로 데려갈 수 있다며 초대해주셔서 흔쾌히 갔다.
방 번호만 부르면 무제한으로 다양한 종류의 무료 커피를 주문할 수 있는 1층 라운지 카페에서 이틀 동안 오후 내내 번역 작업을 했다. 커피가 떨어지면 와서 채워주겠다는 웨이터분들의 친절함도, 카페의 차분한 인테리어 색감도, 서빙 때마다 주시는 빵 조각도,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유리벽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카페에서 근무하거나 대화하는 서양인들이었는데, 이들이 서로 명함을 주고받으며 비즈니스 관계를 맺거나, 각자 노트북으로 근무하거나, 퀵한 영상 미팅을 하는 모습을 보고 엿들으며 진심으로 재밌었다. 또 다른 비즈니스 세계를 간접 경험하는 느낌이었달까.
보니까 서로 비즈니스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맥을 쌓더라. 번역 작업 중인데 몇 분이 와서 내게 명함을 건네며 말을 건넸었다. 나는 건네줄 명함이 없어 미안했다. 명함은 내 비즈니스 정체성을 대표하고 이런 호텔에 오면 만날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할 기회가 있음을 대비해 준비해놓았어야 했다. 퇴사했지만 해외 업체 4개와 계약해 작은 규모의 C2B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와중에 백수라고 소개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다음날 무료 툴로 디자인해 프린트 샵에서 바로 명함을 뽑았다.
명함을 준비하고 항상 닥쳐올 기회를 위해 준비하길 바란다. 방콕이 아니어도 유용하게 쓰일 거 같다. 프리랜서로 여행하며 일을 하다 보면 내 정체성이 모호해진다. 분명히 하는 일은 많은데 개인적인 브랜드 아이덴터티를 확고히 하기 위해, 나를 대표하는 명함을 만드는 건 필수다.
웹사이트로 주문 제작하여 신청할 수도 있지만, 사이트가 영어이고 전문용어가 많아 헷갈릴 수 있고, 숙소를 옮기며 이동하다 보니 주문 시 배송 주소를 넣기가 난감할 수 있다.
이런 어려움에 고민하다가 나만의 해결책을 찾았다. 현지인이 아닌 외국인으로서,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내가 찾은 가장 쉽고, 간편하며, 싸게 비즈니스 카드 만드는 방법을 공유한다.
직접 몸으로 부딪혀보고, 제작부터 인쇄까지 100장을 뽑았다. 100장이라면 프린트 샵에 따라 10,000원부터 15,000까지 가격이 상이하다. 내 명함에 대한 내가 세운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용지: 빳빳한 프리미엄 매트
효과: 효과 없음
모서리: 직각 모서리
디자인: 앞면과 뒷면이 서로 다름
사이즈 : 90mm x 50mm
무료로 디자인을 제작할 수 있는 도구 Canva를 소개한다. 해당 툴은 내가 IT 회사에서 PM으로 근무할 때 자주 사용했던 디자인 제작 서비스 툴이다.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 부업으로 카드 뉴스를 만들 때 등 유용하게 썼다.
이 해외 도구는 한국어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용이 쉽고, 템플릿을 따로 구매하지 않고 직접 만든다면 무료다. 유료인 툴은 여러분에게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기에, 소개하지 않겠다.
앱과 웹에서 둘 다 사용할 수 있다. 디자인을 한 번도 제작해보지 않아도 제한된 양의 무료 템플릿을 제공하니, 조금씩 변형해 당신이 원하는 디자인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 예시는 아래와 같다.
이렇게 제작하면 Canva 안에서 [초안 저장하기] 버튼을 클릭하여 PDF로 다운로드하면 된다. 다운로드 한 건 핸드폰에 저장해놓으면 된다.
보통 비즈니스 카드에는 아래의 리스트가 들어간다.
나의 이름
나의 직업
전화번호
이메일
프로필 링크
개인적으로 가장 신경 쓴 게 프로필 링크였다. 내가 하는 일은 두 범위로 나뉘는데, 1)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SNS 부업, 2) 웹사이트 혹은 IT 뉴스 번역일이다. 이걸 한 번에 담으려면 나를 소개하는 여러 링크를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Linktree나 리틀리같은 무료 서비스를 이용해 프로필을 만들어내는 걸 추천한다.
나를 소개하는 링크는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다양할 수 있다. 해외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 비즈니스 카드를 만드는 것이니 영어와 한국어를 적당히 섞는 것이 중요하다. 원하는 링크를 가장 위에 올려, 아이폰이나 갤럭시 등 어느 모바일 기기에서 열어도 손으로 스크롤할 필요 없이 상단에 바로 보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비즈니스 카드의 디자인과 프로필 링크 준비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본다. 이 두 가지가 끝났다면 이제 인쇄만 하면 된다.
태국의 방콕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든 프린트 샵은 있다. 태국 방콕의 모든 프린트 샵을 보실 수 있도록 아래 링크를 첨부한다. 방콕이 아닌 해외 어디에 있더라도, [지역 이름 + print shop + Google map]으로 구글에 검색하면 근처에 프린트 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방콕의 경우 대부분의 쇼핑몰에 프린트 샵이 있다.
아이폰에 저장한 파일을 그대로 프린트 샵 주인에게 현장에서 전달했다. 규격을 미리 맞춰서 갔기 때문에 바로 OK 사인을 받자마자 15,000원 정도를 줬다. 거의 대부분 방콕의 프린트 샵은 기본 100장부터 인쇄가 가능하다. 인쇄 시간은 40분 ~ 1시간 정도이니, 맡겨놓고 근처를 돌아다니거나 밥을 먹고 오면 된다.
덕분에 돌아다니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거나, 비즈니스 프로젝트 같이 한 번 해보자! 하고 제안할 때 건네줄 수 있는 뭔가가 생겼다. 이제 정말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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