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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나는 내가 좋다, 그리고 겸허하게

by 김남정

올해 달력이 아직 한 장 남았지만, 2025년의 나를 미리 한 문장으로 표현해 본다. 한 참을 고민해 본 결과

그것은 "나는 내가 좋다."이다.


처음에는 이 말이 조금 쑥스러웠다. 스스로를 좋다고 말하는 일이 어쩐지 이기적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해를 지나며 나는 알게 되었다.

나를 좋아하는 일은, 나를 돌보는 첫걸음이었다


나는 올해 '나'를 위해 시간을 썼다. 매일 꾸준히 운동을 했다. 땀방울이 흐를 때마다 마음의 무게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었다. 몸이 단단해졌고, 그 단단함이 일상의 중심을 세워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글을 썼다.


오마이뉴스에 읽은 책과 남편과 함께 본 영화 그리고 사는 이야기까지.... 그러다 용기 내어 브런치 서랍 속 글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은 단순히 기록이 아니었다. 그건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한 편 한 편의 글 속에, 내가 걸어온 날들과 그 속에서 자란 마음의 결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올해의 가장 큰 수확은 운동으로 다진 몸글로 다진 마음이었다. 둘은 다르지 않았다. 한쪽은 근육을 키웠고, 한쪽은 나를 단단하게 했다.




2026년의 키워드는 '겸허'로 정했다. 이 단어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문득 마음에 스며들었다. '단단해진 나'를 떠올릴 때, 그 단단함을 지탱해 줄 마음의 모양은 '겸허함'밖에 없다고 느꼈다. 겸허함은 자신을 낮추는 게 아니라, 세상과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조급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그저 오늘을 있는 그대로 품는 마음.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돌아보면 나는 30대, 40대에는 '취미'라는 단어를 잊고 살았다. 아이들을 키우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가족을 돌보는 일로 하루하루가 금세 지나갔으니까.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의 '요리', '집밥', '살림', '가르침'이 바로 나의 취미였다.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언제나 엄마의 손끝에서 탄생하던 음식의 향과 맛을 닮고 싶었다. 부엌에서 재료를 다듬고 냄비에서 국물이 끓을 때, 그 소리가 내 마음을 차분하게 했다. 요리하는 손끝에 엄마의 온기가 스며 있었고, 그것이 내 일상의 기도처럼 느껴졌다.




올해 내게 가장 큰 축복은 작은딸의 결혼이었다. 이제는 한 사람의 아내로서, 또 누군가의 가족으로서 그 아이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감사와 그리움이 함께 밀려왔다. 그리고 내년 봄, 큰딸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 두 딸이 각자의 길에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


무엇보다 나는 바란다. 그날 남편의 아킬레스 수술이 회복되어 큰딸의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함께 걸을 수 있기를. 그 한 장면만으로도 내 인생의 모든 수고가 감사로 바뀔 것 같다.



KakaoTalk_20251110_150132422.png 11월 단풍은 세상 모든 빛을 담았다


이제 30편의 글로 이어온 브런치북을 마무리한다. 처음엔 단순히 '읽은 책의 기록'으로 시작했지만, 돌아보니 그것은 곧 '나로 살아가기로 한 고백'이었다.


글은 나를 단련시켰고, 독자들은 그 길 위에서 함께 걸어주었다. 응원과 공감, 그리고 기다림으로 이 시간을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2025년의 문을 닫으며,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한다.


"나는 내가 좋다."


그리고 그 위에 한 겹 더 부드러운 단어를 얹는다.


"나는 겸허하게, 내 삶을 사랑한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쓰던, 그 안에는 여전히 나를 닮은 따뜻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


저의 고백에 함께해 주신 모든 독자님께 감사합니다.


당신의 하루에도 '좋아하는 일'이 하나씩 피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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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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