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여행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유명한 관광지를 도는 것일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낯선 땅에서 나를 다시 발견하는 일일 수도 있겠다. 여행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오래전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쳤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은 작가 나름의 여행에 대한 대답을 제시한다. 그는 책에서 화려한 여행 가이드가 아니라, 느림과 여운으로 여행을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작가(하루키)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를 여행하며 쓴 에세이다. 그곳에서 그는 유명한 명소보다 오래된 바, 좁은 골목길, 바람이 스치는 풍경에 마음을 둔다. 그곳에서 마신 위스키 한 잔에 여행의 의미를 담는다. 그리고 그 경험을 이렇게 표현한다.
서서히 스며드는 여행의 향기
"여행이란 그곳에 가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있는 자신을 확인하는 일이다."
이 한 문장은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팬데믹을 지나고 난 뒤, 공간의 자유를 되찾은 지금 사람들은 왜 다시 여행을 꿈꿀까?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회복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바쁘게 사진 찍고 남기는 사진보다, 작은 바에서 위스키 향, 바람 소리가 더 오래 남는 이유를 것이다.
무엇보다 책 제목이 무척 흥미롭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작가는 상상한다. 언어가 위스키라면, 우리는 더 조용히, 그러나 깊게 소통할 수 있을 거라고. 요란한 말과 빠른 대화가 넘치는 시대에, 이 비유는 우리를 잠시 멈춰 서게 한다. 언어를 향처럼 음미하는 시간, 그 느림의 태도가 이 책 전체에 흐른다. 작가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그곳을 느끼는 감각이라고 말한다.
"여행지에서 필요한 것은 많은 말이 아니라, 서서히 스며드는 향."
이 문장은 지금 우리 사회에도 울림을 준다. 사회는 지금도 끊임없는 소음과 빠른 템포를 강요한다. 그러나 작가가 말하는 여행은 속도와 거리를 거부한다. 오히려 속도를 늦추고, 말을 줄이고, 향과 온도로 소통하는 시간이다. 이런 태도는 요즘 유행하는 '로컬 여행'과도 맞닿아 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닌, 작은 카페나 오래된 골목길에서 '나만의 풍경'을 발견하는 일 말이다.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문장이다.
"나는 늘 생각한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우리는 훨씬 더 조용히, 그러나 깊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장은 단순히 음주 문화에 대한 로맨틱한 상상이 아니다. 말이 넘쳐 나는 시대에, 우리는 정작 듣지 못한다. 관계는 넘쳐 나지만 깊이는 얕다. 작가는 '천천히 스며드는 소통'을 꿈꾼다. 언어가 위스키라면, 서로의 말을 오래 음미하고, 한 모금씩 나눌 수 있을 테니까.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그것은 속도를 늦추고, 감각을 열고, 깊게 느끼는 법에 대한 기록이다. 스마트폰 속 빠른 정보보다, 창밖의 빛과 잔 속의 향을 더 오래 기억하는 삶. 작가는 그런 삶을 여행이라는 단어로 보여준다.
책을 덮고 난 뒤, 생각한다. 오늘 우리의 언어는 무엇일까. 서둘러 보내는 메시지일까, 아니면 오래 머무는 시선일까. 작가가 제안하는 건 어쩌면 단순하다. 말 대신 향을, 속도 대신 여운을, 화려함보단 단아함을. 그 방법은 위스키처럼 깊고 조용한 언어로 세상과 연결되는 것이다.
이런 여행의 언어를 바쁜 일상을 사는 모두가 배워나갔으면 한다. 이제 곧 추석 연휴가 다가온다. 이번 연휴 여행을 계획하신 모두에게 말과 속도보단 위스키 향처럼 오래 남는 여행이 되길 바라본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59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