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볼 만한 숙소
종종 숙소가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지난 연말에 다녀온 겟어웨이 하우스가 바로 그런 곳이라 할 수 있다. 겟어웨이 하우스는 컨셉이 확실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의 풍광을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공간은 넓지 않고 주방이나 화장실 등 꼭 필요한 것만 갖췄다. 대신 커다란 창에 숲을 한껏 담았다.
설산의 풍경이 3평 남짓한 컨테이너 공간을 가득 채우며 낭만을 선사한다. 발밑에 작은 창을 둔 세심함도 엿보인다. 우드톤의 차분한 인테리어와 협소한 공간은 묘한 안정감과 포근함을 더한다. 다들 어릴 때 한 번씩 꿈꿔본 적 있지 않던가. 나무 위에 자리한 나무로 만든 오두막 같은 거 말이다. 나무 위는 아니어도 이 순간만큼은 나만의 작은 숲 속 별장이 되어준다.
숙소를 향하는 길마저 동화 속 세상 같다. 도로나 인도 위에서 씨름하는 눈은 골칫덩이지만 이럴 때 보면 눈은 죄가 없으며 여전히 아름답다. 부여받은 룸 호수를 찾아 꼬불꼬불 길을 지나다 보면 우리의 숙소가 나온다. 숙소끼리 간격이 제법 있는 데다 통창은 전부 숲을 향해 있어 사생활 보호도 잘 된다. 훌륭하군.
이날 크리스마스 당일이어서 식(食)의 민족답게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간단히 파스타와 샐러드, 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다. 전날 코스트코에서 립인 줄 알고 산 고기가 양념된 퍼석한 살이었지만 웨버 고애니웨어에 직화로 구워서 맛을 살렸다. 고애니웨어는 쓸수록 정말 든든한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크리스마스에 항상 만드는, 들이는 품에 비해 비주얼이 상당한 '크리스마스 리스 샐러드'와 남편이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픽한 트레이더조 진저 에이드를 곁들이니 금세 만족할 만한 밥상이 나왔다.
캠퍼스 하우징에서 무료로 나눠준 과자 집 만들기 키트도 허겁지겁 만들어 보고, 보드 게임도 하다 보니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듣기로 겟어웨이 하우스는 모기 떼의 습격을 만날 수 있는 여름보다는 겨울이 좋다고 했는데 겨울에는 해가 빨리 지니 이 점이 조금 아쉬웠다. 3시 입실에 11시 퇴실이니 뷰를 즐길 시간이 많지 않은 터다. 2박 이상은 해야 이곳의 이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겠다.
그래서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났다. 우리 창이 어느 향인지는 몰라도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길 바라면서. 그리고 운이 좋게도 해가 빨갛게 뜨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출을 보니 반가웠지만 그것을 기다리는 동안에 한참을 바라봤던 어스 푸름한 새벽 풍경이 어쩌면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연말과 참 잘 어울리는 옛 노래들을 들으며 행복을 느꼈다. (숙소에 블루투스 오디오가 있어서 편리하다. 문명과 겟 어웨이라지만 이정도는 봐주자)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특별함을 만끽하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훌륭한 공간이 될 듯하다.